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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유심 대란 앞에서 떠오른

두 개의 질문


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대전본사

편집국 경제부


“오전 8시부터 줄 서 있었는데, 결국 이름만 적고 가요.” 얼마 전 한 SKT 대리점 앞에서 만난 시민의 말이 아직도 귀에 선명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국 대리점마다 유심을 바꾸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정작 ‘유심칩’은 없었다. 재고는 부족했고, 정확한 입고 일정도 알 수 없었다. 기자로 취재를 다니며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혼란을 목격해왔지만, 이번엔 유독 낯설고 씁쓸했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서 살고 있다. 내 전화번호, 내 계좌, 내 움직임, 내 대화가 유심 하나에 연결돼 있는 시대다. 그런데 그 핵심 열쇠가 해커의 손에 쥐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위협 앞에서조차 시민은 줄을 서고, 이름을 적고, 돌아서야 한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나 역시 스마트폰 두 대와 태블릿을 쓰는 사람이다. 그중 하나는 취재용이고, 하나는 일상용이다. 한때 통신사로부터 ‘고객님의 정보는 안전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으며 안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우리 정보는 안전했나? 그리고 지금은 안전한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두 가지 질문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디지털 신뢰는 어떻게 회복되는가. 정보 유출의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지는가. 사고는 늘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대응이 신뢰를 만든다.

이번 사태에서 SKT의 초기 대응은 유감스럽게도 ‘예상 가능한 혼란’조차 관리하지 못한 인상을 줬다. 몇 개의 대리점을 다녀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유심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시민들의 호소가 그 증거다. 물론 수천만 명의 고객에게 단기간에 유심을 공급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필요한 정보만큼은 투명하게 제공했어야 한다. 정보의 불안은 침묵 속에서 자란다. 안내가 없고, 기준이 없고, 원칙이 없으면 시민은 혼란 속에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과문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다. 우리가 신뢰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무엇을 어떻게 복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누군가는 이름을 적고 돌아섰다. 그 이름이 기록된 종이 위에, 우리 사회가 어떤 답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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