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 전
[당진 안섬포구] 빨간 등대가 있는 포구 마을
잿빛 하늘과 어우러진 바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부슬부슬 내리는 장마비가 창문을 두드리던 6월 하순, 한적한 바다를 보러 떠났다. 화창한 날씨의 북적이는 해수욕장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그 특별한 정취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충남 당진의 안섬포구였다.
잿빛 하늘과 어우러진 바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작은 어촌 마을의 정겨운 모습들이 마음 깊숙이 새겨졌다.
당진 송악읍 고대리에 위치한 안섬, 이곳은 원래 아산만 안쪽에 떠 있던 작은 섬이었다. 조선시대부터 이 작은 섬은 나루와 포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한다. 아산만 건너편 우정읍 남포나루로 오가는 사람들의 중간 기착지였고, 심지어 멀리 황해도 연안까지 조기잡이를 나가는 어업의 전진기지 역할까지 했다니 놀랍다.
포구를 걸으며 상상해보니, 수백 년 전 이곳에서 배를 타고 멀리 황해도까지 나갔던 어민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1960년 유두목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되고, 1965년 연륙교가 생긴 뒤 1976년 확장되면서 버스까지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섬이었던 곳이 차로 편리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행정구역도 참 여러 번 바뀌었다. 조선시대에는 홍주목 관할 신평현 소속이었다가, 1895년 면천군을 거쳐 1914년 당진군으로 편입되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정말 활기찼던 곳이었다. 파시(임시 어시장)가 들어설 정도로 어업이 성행했고, 당시 88가구의 어민들이 살며 북적이는 어촌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의 한적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간척사업과 산업단지 개발로 어업구역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현재까지 굴, 조개, 김 양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이 남아있다.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안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400~6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안섬풍어당굿이었다. 충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 전통 제사는 매년 정월 첫 진일에 열린다고 한다. 아쉽게도 제사 시기가 아니라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용왕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안과 어민들의 무사귀환, 풍어를 기원하는 이 의식에는 장승 세우기, 당굿, 뱃고사, 거리굿 등 다양한 전통의식이 함께 진행된다고 한다.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에도 이런 전통을 지켜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안섬휴양공원은 바다와 숲, 포구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장마비가 내리는 날이라 더욱 운치가 있었다. 야외공연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올 것 같았다.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았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끝을 스치는 감촉이 상쾌했다. 비가 내리는 바다라니, 처음 경험해보는 묘한 낭만이었다. 휴양공원에서 안섬포구까지 이어지는 산책길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한적한 어촌 마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안섬포구의 빨간등대는 바다, 어촌, 방파제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당진의 역사와 현대의 감성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명소이다. 등대 앞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일몰, 그리고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남기는 사진 한 장은 안섬포구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등대는 8m 높이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로, 전체가 선명한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전통 악기인 대금의 형상을 본떴다고 하여 ‘대금 등대’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무인 등대로, 해안 제방(방조제) 끝에 설치되어 있어 바다와 하늘, 포구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어민과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 실질적 역할 외에도, 안섬포구의 상징적 이정표이자 여행객들이 반드시 찾는 포토존이다. 서해의 넓은 바다와 어촌 마을, 썰물과 밀물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쌍바위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2022년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선정한 ‘일몰이 아름다운 서해안 등대 6선’에 포함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여행의 마지막은 역시 먹거리였다. 안섬포구의 포장마차 거리에는 10여 곳의 포장마차가 모여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 더욱 따뜻한 음식이 그리웠는데,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이 정말 속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1990년대 이후 산업항만으로 개발되면서 안섬포구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관광지와 산업단지로서의 역할이 커졌지만, 다행히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오랜 전통과 공동체 신앙을 소중히 지키고 있었다.
부슬부슬 장마비가 내리는 날의 안섬포구 여행은 정말 특별했다. 화창한 날의 번잡함 대신, 조용하고 운치 있는 바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수백 년의 역사가 스며있는 작은 포구에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여유와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당진 안섬포구
○ 위치: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166-49
○ 주차료, 입장료 무료
* 취재일: 2025년 6월 25일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호우님의 글을 재가공한 포스팅 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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