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포터즈] 조각공원처럼 이색적인 천년 고찰, 흥천사

[ 괴산여행 ]

괴산군 가볼만한곳

조각공원처럼 이색적인 천년 고찰, 흥천사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능선 위, 조령산 자락은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다양한 등산 코스가 펼쳐져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손꼽힙니다. 그 중턱에 자리 잡은 ‘흥천사’는 신라 선덕여왕 11년, 즉 643년에 창건된 오래된 사찰로, 천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고찰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조형물 덕분에 사찰을 잘 모르는 이들도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찰 곳곳에는 석불과 다양한 불교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봄이면 빨강, 분홍, 흰 철쭉이 경내를 화려하게 물들입니다. 전통 사찰의 엄숙함보다는 마치 조각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라, 종교 유무와 상관없이 가볍게 산책하듯 둘러보기에 좋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불탑이었습니다. 석탑에 금색을 입힌 형태인데, 여행 중 다양한 사찰을 방문해 봤지만 이처럼 강렬하고 이국적인 인상을 주는 불탑은 흔치 않았습니다. 어딘가 태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소승불교 사원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흥천사는 신라시대 불교 전통을 이어온 사찰로, 원효대사가 100일 동안 수도에 전념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 말기에는 나옹대사가 참선 중 불가의 노래인 참선곡을 지었고, 무학대사 역시 큰 뜻을 품고 기도한 곳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고승이 수도에 전념했던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무려 30여 개의 암자를 거느릴 정도로 번성했으나, 임진왜란 당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6.25 전쟁 시기,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지산 스님이 이곳에서 입적하신 후 현재까지 스님들이 산신각, 극락전, 단군전, 영전각 등을 중건하며 기도처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전각들은 현대에 다시 지어진 것이지만, 그 속에 깃든 정신과 역사만큼은 천 년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셈이죠.

사찰 내 가장 인상적인 건물 중 하나인 천복궁에는 높이 13m에 달하는 동양 최대 규모의 비로자나불 석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건물의 형식 또한 인상적인데, 기둥과 대들보 등이 모두 석재로 구성되어 있어 견고하고 이색적인 느낌을 줍니다.

천복궁 옆에 위치한 극락전은 내부 천장과 벽면을 직접 단청으로 채색한 공간으로, 우주와 법계를 형상화한 그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앞쪽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불상 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경내는 뒷편 정원으로 이어지며 산책로를 따라 전각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조령산은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영남 선비들의 주요 통로였는데, 이들이 흥천사에 들러 무사와 합격을 기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 덕분인지 지금도 이곳에는 길손을 위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공간은 단군전입니다. 사찰 내에 단군을 모신 곳은 흔하지 않은데, 이는 민족의 뿌리를 되새기게 하는 상징적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군 숭배가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왜곡되고 무속적인 이미지로 덧씌워졌지만, 흥천사는 이를 다시 역사적 상징으로 되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각 역시 다른 사찰처럼 마련되어 있어 산신, 칠성, 독성을 함께 모시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고유의 민속 신앙이 불교 문화 속에 녹아든 결과로, 종교가 다르더라도 문화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요소입니다.

신라 시대에 처음 문을 연 이래, 수많은 역사와 인연을 품고 있는 조령산 흥천사는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독특하고 이색적인 문화유산으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과는 무관하게, 깊은 숲 속에서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은 마음을 잠시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