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시간 전
[공주 영은사] 침묵의 품위 l 충남 전통사찰
왕실 사찰에서
전국 승병(僧兵)을 관장한
전통사찰까지
충남 공주시 금성동 11-3
천년을 건넌 절이기에 더 장엄함을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성벽을 산책 삼아 20여 분, 마주한 건 한 줄 담장과 들꽃 몇 송이
소박한 전각에 기둥은 낮게 숨 쉬며 한때 찬란함을 접어두었습니다.
세월 속에 높았던 지붕도, 수련했던 종소리도 땅 가까이 내려앉은 듯합니다.
이 소박한 풍경이 한편으로 오히려 무게를 느끼게 해줍니다.
덜어진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들의 힘으로
모든 것이 변해도 어떤 침묵은 시대를 건너 아직 여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르게 존재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영은사 기왓장 위로 장마 사이 햇살은 조용히 내리고 그늘은 더욱 깊어집니다.
영은사는 충남 공주시 금성동 11-3 공산성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입니다. 웅진 백제 왕성이 있던 공산성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전면으로는 비단강(금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백제 시대 왕실 사찰로 조선 시대 임진왜란에는 승병의 합숙과 훈련소로서 승장(僧長)을 두어 팔도의 사찰을 관활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훈련된 승병들이 영규대사의 지휘 아래 금산전투에 참여하는 등 많은 전공을 세웠고 사찰 가운데 큰 지위를 누렸지만, 지금은 공주 공산성 내 작은 사찰로 침묵의 품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창건 관련 전해지는 이야기는 백제 시기로까지 이어지지만, 근거는 미약합니다. 19세기 향토 사정을 기록한 ‘공산지’에 따르면 1458년(조선 세조 4) 나라에서 영은사를 창건했다는 구체적 기록이 남아 있지만, 사찰 부근에서 통일신라 시대 불상이 6구나 출토되고 절에서 보유 중인 탑의 부재 등 문화유산 양식이 고려 시대 초기 것임을 참작해 사정을 유추해볼 때 조선 이전은 물론 고려 초기에도 사찰의 존재 가능성이 추정됩니다. 1616년(광해군 8)에는 승장을 두어 전국의 사찰을 관장했다는 기록과 승병합숙소 등 조선 시대 특별한 역할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통사찰로서 보유한 국가유산으로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 2점, 충청남도 문화유산자료 3점 등 모두 5점이 있습니다. 유형문화유산은 충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 청동범종(靑銅梵鐘)이 있고 충남도 문화유산자료로 대웅전(大雄殿), 아미타후불탱화(阿彌陀後佛幀畵), 칠성탱화(七聖幀畵)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 경내에는 석탑의 부재와 초석 장대석 등 건물 부재가 여럿 남아 있어 옛 영광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석탑의 부재인 옥개석(석탑 지붕돌) 한 장은 현재 우물 뚜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크기는 가로세로 각 80㎝에 높이 21㎝ 크기로 탑신(몸돌) 길이 50㎝에 층급받침은 3단입니다. 장대석은 서쪽 요사의 기단부, 관일루 뒤쪽의 기단부, 원통전 계단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관일루의 초석 가운데는 열쇠 구멍 형태의 주미(柱尾)를 한 고려 시대 양식의 초선 1기가 있는데 이 같은 부재들은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영은사의 연혁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가람구성은 원통전(圓通殿)을 중심으로 전면에 관일루(觀日樓)와 그 사이의 요사 등으로 천년고찰의 명성과는 달리 비교적 단촐한 형편입니다. 주불전인 원통전은 전면 3칸, 측면 2칸 크기(52.2㎡)에 원형 기둥 위에는 보를 받치고 장식을 겸한 새날개 형태의 익공계와 맞배지붕형식으로 1933년 12월에 보수한 것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중앙불단에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봉안되고 후불탱화와 칠성탱화, 산중탱화, 산신탱화, 독성탱화 등 불화가 채워져 있습니다. 목조관음보살좌상은 17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팔각의 대좌 위에 앉아 있는데 약간 움츠린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머리에는 극락조가 새겨진 목조 보관을 쓰고 있는데 자애로운 얼굴 표정과 이목구비의 표현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보살상이면서도 불상과 같은 법의(法衣)의 표현과 자세를 취하여 원통전 주존으로서의 불격을 나타내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조관음보살조상 좌우의 탱화 가운데 관음후불탱화는 마곡사 화승 금호 약효가 금어로 참여해 제작한 것입니다. 연화좌 위에 결가부좌한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4대 보살과 사천왕, 10대 제자 등이 에워싼 모습으로 아미타불의 당당한 신체와 표정, 사천왕과 가섭‧아난의 상호 표현은 물론 채색에서 금호 약효의 화풍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주조 색으로 불보살의 법의와 연화대좌, 광배 등에 보이는 짙은 청색인 코발트블루를 사용한 것은 당시의 시대적 경향을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화기에 제작연도를 1888년(고종 25)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칠성탱화는 북극성을 불격화한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협시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머리에 쓴 보관에 해와 달을 표시하지만, 영은사 탱화에서는 양손에 해와 달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불보살 주위로 위쪽에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명의 부처를, 그 아래로 중앙에는 삼태성을, 양쪽에는 북두칠성의 도교 신격인 일곱 명의 칠원성군을 배치했습니다. 붉은색과 황토색을 주조 색으로 군데군데 코발트블루를 함께 사용해 당시 시대적 경향을 잘 보여주는데 화풍의 특징으로 미루어 원통전 내 아미타후불탱화와 함께 금호 약효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영은사 범종은 대종은 아니지만 18세기 조선 후기 종의 모양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한 마리의 용(龍)이 종신을 들어 올리는 모양의 용누(龍鈕)와 상대에 32자의 범자(梵字)를 새기고 그 밑으로 4개소에 유곽을 배치했습니다. 유곽의 안으로 9개씩 유두와 8엽의 연화 무늬 유좌를 볼록하게 장식한 뒤 유곽과 유곽 사이로 합장하는 보살상을 새겨 놓았습니다. 종신부에 주종기가 있어 종의 제작연대와 만든 장소, 참여 장인들을 알 수 있는데 1715년 3월 충남 서산시 문수사(文殊寺)에서 조성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청동의 무게는 150근에 현해(玄海)와 사익(思益) 등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관일루는 영은사에서 강당과 불전, 요사채의 복합적 기능을 겸합니다. 조선 후기의 사찰에서 이처럼 강당과 대중방을 겸하는 건축물이 나타나는데 서울 근교 사찰에서 많이 보이며 이를 ‘대방건축’이라고 합니다. 건물 가운데 불단을 두고 법회와 강론, 염불을 하는 커다란 승방 기능에 대방에 붙여 작은 방을 두거나 근처에 요사채를 두어 법당 형태의 요사채로 보기도 합니다. 관일루 역시 대방 앞뒤를 툇마루로 잇고 옆으로 큰 부엌과 공양주 방이 있으며, 남쪽으로 이어진 3칸의 작은 방에는 안마당 쪽으로 반퇴칸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의 합숙소로 사용되던 건물로 조선 시대 창건된 이후 수차례 개보수가 진행되면서 본래 모습을 많이 잃어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면 4칸, 측면 2칸 크기에 처마 하중을 받치고 장식을 겸하는 공포를 기둥 위에만 배치한 주심포 양식입니다. 지붕은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을 혼합해 ‘ㄴ자’ 모양입니다. 기단은 자연석 허튼 층 쌓기에 덤벙 주초를 놓고 자연스레 원형 기둥을 세웠습니다. 창방이나 퇴보 부재가 비교적 약하고 불규칙 한 것은 수차례 개보수 흔적이기도 합니다. 단일 목조건물 규모로는 일반적인 사찰에서 큰 편이지만, 홑처마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어 구조적, 조형적으로 균형은 잘 맞지 않아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지장보살과 지장 탱화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영은사는 공주 공산 성안에 있어 웅진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곽을 따라 성벽 위에서 둘레를 이동하는 산책길과 중앙길을 따라서 걷는 내부 산책코스로 나눠집니다. 이 가운데 중앙로는 공산성 왕궁유적지와 북쪽 문루인 공북루로 이어지는데 백제 시대 왕궁 관련 유적지에서는 대대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웅진 백제로 천도한 475년 이후 조성된 기와 건물지 70여 동과 도로, 축대, 배수로 등의 시설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쪽 문루인 공북루는 원래 망북루(望北樓)가 있었는데 허물어져 터만 남아 있다가 1603년(조선 선조 36) 공산성을 고쳐 쌓으면서 함께 지어지며 공산성이 현재 모습이 되었습니다.
성곽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금강의 경치와 미르섬을 감상하기에 그만입니다. 공주시 관광안내센터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산성 금서루에서 왼쪽 성벽길(2450m)을 따라 공산정을 거쳐 걷노라면 금강의 탁 트인 풍광과 상쾌한 초여름 날씨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여 분 쉬엄쉬엄 성벽을 걷노라면 영은사와 금강을 조망하는 만하루, 연못인 연지로 이어집니다. 영은사를 거쳐 또다시 성벽 길로 공산성 동문인 광복루와 남문인 진남루, 백제 왕성 추정지를 거쳐 금서루로 회귀하며 한 바퀴 돌게 되는데 가볍게 걷기에도 좋고, 하루 코스 나들이에도 제격입니다.
공주시 영은사
○ 위 치 : 충남 공주시 공산성길 59-22. (041-855-3976)
○ 운 영 : 하절기(3~10월) 9시~18시, 동절기(11~2월) 9시~17시. 명절 및 신정 당일 휴무
○ 입장료 :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공산성 입장료)
○ 주차장 : 무료(승용차, 버스)
* 취 재 : 2025년 6월 23일 등
< 참고문헌 >
이장존, & 김정희. (2023). 공주 영은사 아미타후불탱화의 미술사적 특징과 채색 안료의 과학적 분석 연구. 한국전통문화연구, (31), 149-179.
이현숙. (2012). 공주 공산성의 백제 역사문화환경. 한국대학박물관협회 학술대회, 71-91.
김방룡. (2022). 대전-충남 금강 문화권의 불교문화와 사상. 충청문화연구, 27, 5-32.
한상길. (2024). 기허 영규와 의승 사찰. 대각사상, (42), 135-168.
전통사찰총서 12 - 대전·충남의 전통사찰 1, 사찰문화연구원, 1999년
충남지역의 문화유적 2-공주편(백제문화개발연구원, 1988)
충청남도지정문화재해설집, 충청남도, 2001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정보(https://www.khs.go.kr)
충남디지털문화유산(https://www.chungnam.go.kr)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https://www.aks.ac.kr/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휘리릭님의 글을 재가공한 포스팅 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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