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시간 전
[궁금-여주] 죽순 속 집념의 기록, 사진작가 김준기 인터뷰 (아트뮤지엄 려 사진전 ‘죽(竹)’展)
여주시민기자단|박혜성기자
자연의 철학을 담은 사진, 『죽(竹)』展
2025년 5월 2일부터 6월 15일까지 아트뮤지엄 려에서 열리는 김준기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죽(竹)』展은 대나무의 조형미와 한국적 상징성을 강조하고,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낸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전 작업인 ‘여주의 사계’가 계절의 변화를 기록했다면, 이번 전시는 청(晴), 풍(風), 우(雨), 설(雪), 월(月), 화(花), 근(根)으로 이어지는 '인연'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인연'이란 모든 존재와 현상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변하며, 소멸함을 의미합니다. 대나무의 연결고리와 뿌리에서 인연의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작품들은 흐린 배경 속 대나무 줄기와 잎들이 마치 수묵화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흑과 백의 대비와 단순한 구도는 정결함의 정수를 보여주며, 생명과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김준기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진정한 충만은 비움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텅 빈 대나무 속 비움에서 얻는 충만을 통해 삶의 균형을 이야기합니다.
궁금-여주 로고 Ⓒ박혜성 여주시민기자
박혜성 시민기자만의 시각으로 여주의 다양한 소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궁금-여주]의 열세 번째 이야기, 아트뮤지엄 려에서 펼쳐지는 김준기 작가의 사진전 현장에서 작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사진과 살펴보는 김준기 작가와의 인터뷰: 竹林 속 집념의 기록
아트뮤지엄 려 사진전 ‘죽(竹)’展 Ⓒ박혜성 여주시민기자
Q1. 안녕하세요 김준기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사진작가 김준기입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건 1986년,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Q2. 역시 사진에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여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쭉 여주에서 활동하셨을까요?
네, 맞습니다. 여주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때가 75년도인가 76년도 무렵 취업이 어려워 공무원 시험을 세 번 봤는데,
세 번째에 붙어서 강원도 평창군청에서 근무했습니다.
원래는 3년만 하고 여주로 돌아오려 했는데, 전보 제한 조건이 있어서 5년을 채워야 했어요.
결국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고 사정을 말씀드려서 5년 후에 여주로 돌아왔죠.
그래서 지금도 급하면 강원도 사투리가 튀어나옵니다. 😃
이번 작업은 담양, 강릉 오죽헌, 구례, 익산, 김해, 부산, 울산 등 전국을 다니며 촬영했습니다.
Q3. 대나무에 이슬처럼 맺혀있는 것 같은데 이슬인가요? 이 작품에 관하여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을 보면 물방울이 맺혀 있죠.
말씀해주신 것처럼 아침 이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나무에서 영양분이 넘쳐서 흘러나온 겁니다.
이슬이라면 한 번 떨어지면 다시 맺히지 않아야 되는데, 이건 계속 맺히고 떨어지더라는 현상이 신기해서 보고 있었는데 사진 촬영 중 지나가던 분이 ‘그건 이슬이 아니라 영양분’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작품의 물방울들 가리키며)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말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과 영양분을 밤새 잎 끝으로 밀어내며 만들어진 배출수였습니다.
그걸 알고 나니까, 단순한 이슬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 활동의 흔적처럼 느껴졌어요. 그 순간을 꼭 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사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Q4. 얽히고 설킨 뿌리들이 인상 깊은데요, 이 사진은 어떤 장면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나무밭은 수천 평에 이르더라도 뿌리가 전부 연결되어 있어요.
(수많은 뿌리를 가리키며) 순이 올라올 시기가 되면 주변 대나무들이 영양분을 뿌리를 통해 공급해줘요.
그 결과 하루에 1미터씩 자라는 죽순도 나옵니다. 이 사진을 통해 넘쳐흐르는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Q6. 이 작품은 입체감이 정말 독특해 보이는데, 어떻게 찍은 사진인가요?
오, 입체감을 보셨군요. 기자님도 사진 찍는 분이니까 보는 관점이 다르시네요.
‘포커스 스태킹 (Focus Stacking)’ 기법을 사용했어요.
카메라를 고정한 상태에서 초점을 여러 구간에 나눠 찍고, 나중에 포토샵에서 합치는 방식이죠.
(대나무 한 줄기마다 심도가 느껴지는 입체감 있는 작품)
사실 한 장으로는 조리개를 f22까지 줘도 전부 선명하게 담기지 않거든요. 이 작품은 7장을 합쳐서 만든 거예요.
Q6-1. 그 옆에 있는 작품인 눈 오는 사진도 여러 장을 합친 건가요?
아니요, 이 작품은 한 장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눈이 펑펑 내리던 순간을 담았어요. 여러 장을 찍으면 눈이 너무 과장되어버려서 오히려 분위기가 깨지더라고요.
멀리 있는 눈은 작게, 가까운 눈은 크게 찍히면서 자연스러운 깊이가 생겼어요.
Q7. 촬영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담양의 대나무 박물관 근처에서 촬영한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기둥에 서 있는 저 안개 낀 작품이에요. 당시 일기예보를 보니까 새벽 2시쯤에 소나기가 예보돼 있더라고요. 순간 ‘이건 찍어야겠다’ 싶었죠. 비 오는 풍경을 꼭 담고 싶어서 그날은 아예 저녁에 담양으로 내려갔어요.
미리 눈여겨봤던 포인트가 있어서 그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였어요. 7월 중순이라 덥고 습하고, 문을 열면 대나무숲에서 벌레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결국 문 닫고 땀 흘리면서 버텼죠.
그러다 새벽 2시쯤, 차 위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와, 진짜 왔구나’ 싶었어요. 일기예보가 딱 맞더라고요.
비 맞을 각오 하고, 우산 쓰고 카메라 들고 나갔죠. 문제는 대부분의 장소가 밤에는 닫혀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건데, 다행히 담양 대나무박물관은 예외였어요. 군민들이 조깅도 하고, 그 안에 문화원이나 민속 영화 관련 협회들도 있어서 24시간 개방이거든요. 다만 CCTV가 굉장히 많아서… 😃
새벽 2시에 카메라 들고 왔다 갔다 하니까 누가 봐도 수상하니 관계자분이 따라오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상황 설명 드리니까 다행히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바로 그 작품이에요. 새벽의 정적, 비의 질감, 안개 낀 대나무숲의 공기까지… 그 모든 게 프레임 안에 고스란히 들어와 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Q7-1. 새벽 2시인데도 사진이 밝던데, 조명을 쓰신 건가요?
아니요, 장노출입니다. ISO를 아무리 올려도 어두운 숲 안에서는 밝게 안 나와요. 대신 가로등이 양쪽에 있어서 그 빛이 있긴 했지만 장노출로 사진을 담았습니다.
Q7-2. 저는 겨울 설산인 줄 알았는데 안개였다니 정말 아름답네요!
그 말씀 들으니까 저도 새삼 놀랍네요. 실제로는 여름의 비 오는 밤이었는데 그렇게 느끼셨다니,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물론 한밤중 화장실 갈 때는 좀 무서웠어요. 아주 으슥하거든요. 😀
Q2.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품에 ‘대나무’를 중심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지만 태풍에도 꺾이지 않고 겨울에도 살아남는 강인함이 있어요. 저는 “진정한 충만은 비움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욕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대나무처럼 비워내는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竹 속 배움의 발견, 사진작가 김준기님의 ‘죽(竹)’展.
이번에 소개한 김준기 작가의 작품들은 대나무를 통해 삶의 깊은 철학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의 사진 속 대나무처럼, 우리도 비움 속에서 진정한 충만함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전시가 관람자에게 삶의 균형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하길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여주에 관련된 궁금증들을 [궁금-여주]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식을 전해드릴 테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
📝 취재 및 작성, 영상 제작: 여주시민기자 박혜성
※ 본 기사에 사용된 사진 및 영상은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김준기 사진전 죽(竹)]
-1차 전시: 2025. 5. 23.(금) - 2025. 6. 15.(일)
아트뮤지엄 려
-2차 전시: 2025. 6. 16.(월) - 7. 4.(금)
한강문화관
-3차 전시: 2025. 7. 14.(월) - 2025. 7. 30(수)
빈집예술공간
▶️ 관람료: 무료
▶️ 후원: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 여주시, 아트뮤지엄 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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