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시간 전
[경남/통영] 주인이 그날그날 만든 음식을 주는 대로 먹는 통영만의 음식 문화 다찌를 찾아서
2025년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 조윤희
1개 읍, 6개 면, 11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안선의 총 길이는 617km로서 유인도 41개, 무인도 109개의 총 150개의 부속 도서가 있는 바다의 도시 통영은 예술과 음식 그리고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요.
예전에 통영을 여행 왔을 때 '다찌'라는 단어를 봤었던 기억을 더듬어 이번에 통영 여행을 하면서 다찌집을 코스에 넣어 다녀왔네요.
통영에만 해도 약 쉰 개나 되는 다찌집을 다 찾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고 해서 'K-내 고향 맛집', 배틀 트립', 'BJ 쯔양'을 통해 소개되었던 다찌집을 다녀왔답니다.
일단 무작정 전화를 걸어 취재를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그나마 좀 덜 바쁜 시간이 4시니까 그때 오라고 해서 도착했는데 방문하기로 한 다찌집 주변으로 여러 개의 다찌집이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요.
다찌는 술 한 병에 기본 메뉴가 순차적으로 나오는 상차림으로서 술을 마실 줄 아는 지인과 동행했기 때문에 이번 취재가 가능했지 싶어 동행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또한 취재 허락을 해 주시며 일일이 신경 써서 음식에 대한 설명과 다찌에 대한 안내를 해 주신 사장님께 감사를 드리며 저희 일행이 받았던 한 상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먼저 심심하게 간이 된 전복죽으로 시작이 되나 봅니다.
다찌란 무슨 뜻일까 하고 의문이 들어 찾아보았더니, 일본어로 "서서 술 마시다"의 타치노미(立ち飮み)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선술집(서서 마시는 술집)과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어지더군요.
통영은 박경리, 김춘수, 윤이상 등 여러 예술인의 탄생지이기도 하고, 굴과 멍게 등의 수산물의 메카이기도 하지요.
굴의 경우 전국 양식 굴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멍게의 생산량 또한 상당하며, 이외에도 고등어, 참돔, 볼락, 참치, 방어 등의 완전 양식 혹은 반 양식의 본거지이기도 하지요. 또한, 멸치, 붕장어 등의 여러 연안어업의 근거지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통영은 바다낚시꾼들의 주요 출발지이기도 하답니다. 실제로 저희가 묵은 숙소에서도 밤새 낚시를 하고 돌아오는 낚시꾼들을 많이 보았답니다.
볼거리도 많고 관광지로 이름난 섬도 많은 통영은 역사와 문화와 수산업과 연안 해상 교통을 기반으로 하고 여기에 레저와 관광이 가미되어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가 되었는데, 통영의 음식 또한 통영의 이런 복합적인 성격에서 탄생한 것이라 본다면 접근이 쉬울 것 같습니다.
전복죽 이후 연이어 나온 해산물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돌멍게, 피 꼬막회, 미더덕회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나오더라고요. 미더덕은 양식이 아닌 자연산이라고 설명을 곁들이시면서 상을 차려주시더군요.
17세기 초반부터 19세기 말까지 약 300년 동안 통영은 남해에서 가장 큰 해군 도시로 기능했던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함게 승전의 소식을 알리는 군항이었고 어항이었으며, 상업항이기도 했는데, 통영갓, 통영소반, 통영나전 등의 공예품은 전국적인 명성을 획득하게 되었다지요.
20세기 초 일본의 침탈과 식민지화 과정에서 일본은 통영을 입맛대로 개조했지만 그럼에도 통영의 맛을 전부 뿌리 뽑지는 못했던 것이 아직도 이순신 장군을 떠오르게 하는 충무김밥도 통영에 오면 먹어야겠고, 바닷가이니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도 먹어야겠는데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다찌집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뱃일을 나가는 어부들이 서서 먹었던 선술집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통영 어부들의 식사에서 비롯된다는 게 정설이랍니다. 술의 힘을 빌려 고된 뱃일을 견디기 위해 사이다 잔, 양동이 등에 술을 잔뜩 붓고 들이키는 술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지요.
원래는 술꾼인 어부들의 양에 맞추어 술도 안주도 푸짐하게 나오다가 관광객들이 이 특이한 술 문화를 접하면서 점점 가벼운 사이즈로 간소화되어 술값만 내면 안주는 그날그날 바다 상황에 따라 수급이 가능한 싱싱한 안주가 그냥 따라온 것이 그러다가 점차 격식화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게 바로 통영의 ‘다찌’집이라고 해요.
회 한 점 한 점이 얼마나 탱탱하고 쫄깃하던지 정말 통영이 아니고서는 이 식감을 맛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지 척이었답니다.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주방에서는 쉴 새 없이 칼질 소리가 나고 무언가를 조리하는지 연신 부산스럽더군요.
통영의 보편적 음식문화가 가장 잘 반영된 것이 ‘다찌’인 것 같습니다. 술을 주문할 때마다 근처 시장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조리한 안주가 제공되는 다찌는 통영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고 해요. 해방 후 시인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소설가 김용익 등이 강구안 뒷골목에서 술추렴으로 예술을 논하기도 했다고 하니 말이지요.
고등어조림!!!
보통 고등어 하면 퍽퍽한 닭 가슴살 같은 식감을 떠올리게 되겠지만 저희들이 먹은 다찌집에서의 고등어조림은 너무나 부드럽게 입안에서 맛있는 양념과 함께 녹아내리더군요.
냉동이나 냉장고에 오래 있던 고등어가 아닌 아주 싱싱한 생물로 조리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식감이었는데, 술을 안 마시는 제게 밥 한 공기가 주어졌더라면 분명 고등어조림과 함께 밥 한 공기 깨끗이 비워냈을 거예요.
해산물에 이어 회 그리고 생선 조림의 순으로 잔잔하게 손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상을 차려내는 배려가 엿보였던 상차림의 예절에 좀 놀랐네요
특별한 메뉴의 구성이 짜인 게 아니라 그날의 신선도나 상황에 따라 사장님의 손끝에서 손님 상에 차려지는 통영의 해산물에 대한 자부심은 저희 상에 일부러 찾아오셔서 설명을 하실 정도로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멸치 회 무침, 전복 물회, 튀김에 이어 나온 아구애.
그리고 얼음이 가득 담긴 얼음 통 사이에 담아 나오는 술병과 음료수는 더운 날씨에 시원한 청량감으로 통영의 밤 시간을 채울 테지요.
마지막으로 나온 멍게 톳 비빔밥과 매운탕은 배가 너무 부른 관계로 못 먹겠다 싶었는데 멍게의 향과 쫄깃한 톳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통영을 조화롭게 빚어내는 게 아닙니까?
아이고 다이어트는 또 물 건너 가고 사장님의 손에서 빚어 나온 음식들로 가득 찬 배는 조절 완급에 실패를 해 버렸네요.
다찌집마다 가격과 서비스가 조금씩 다른 통영 다찌는 저렴하지는 않지만 통영만의 음식 문화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체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소개해 보았습니다.
낭만이 있고 예술이 있는 통영으로 여행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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