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전
[블로그 기자]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마주한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삶
안녕하세요 울산 블로그 기자 이수현입니다. 이번에는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마주한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삶 -> 윤기원 《예술가의 초상》 & 송주웅 《삶의 풍경》 전시 후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난주 저는 울산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두 개의 전시, 윤기원 작가의 《예술가의 초상》과 송주웅 작가의 《삶의 풍경》을 다녀왔습니다.
서로 다른 화풍과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전시는 ‘얼굴’과 ‘삶’이라는 키워드로 절묘하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 윤기원 《예술가의 초상》
📍 2025.03.01 ~ 2025.04.13 | 4층 특별전시관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온통 원색으로 가득한 인물들의 얼굴이 나를 맞이했습니다.
붓질 하나하나가 강렬한데, 이상하게도 거칠지 않았습니다.
물감을 섞지 않은 원색 그대로의 감정들이 오히려 인물들의 깊은 내면을 정직하게 꺼내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동료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렸지만, 단순한 외형 묘사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분위기, 살아온 시간, 성격까지도 색으로 번역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평면적인 화면 위에 뜨겁고 선명한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이 덧입혀지며 그려낸 얼굴들. 감정의 무게가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얼굴이 이력서’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났다는 거예요.
살아온 궤적, 사유의 깊이, 고단한 흔적이 전부 그려져 있었고,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어떤 초상 앞에 멈춰서 있곤 했습니다.
회화라는 매체 안에서 이렇게까지 입체적인 감정을 느껴본 건 오랜만이었어요.
색은 단순했지만, 감정은 복잡하고 풍성했습니다. 강한 색이 오히려 섬세했습니다.
얼굴은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는 첫 번째 언어라는걸, 이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 송주웅 《삶의 풍경》
📍 2025.03.01 ~ 2025.03.30 | 3층 갤러리 B
반면 3층 전시실은 전혀 다른 감정의 무게를 품고 있었습니다.
송주웅 작가의 《삶의 풍경》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아픈 그림들이었습니다.
잊히고 소외된 이들의 표정, 낡고 닳은 골목, 쓰다 버려진 의자 하나에도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가 그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서민의 삶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진짜 현실이었어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습니다.
화려한 색감보다는 억눌린 듯한 색조, 평면보다는 오히려 실제처럼 보이는 입체감, 삶의 주름이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그림은 따뜻했습니다. ‘늙음’과 ‘죽음’조차도, 그림 안에서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 그게 바로 이 전시의 힘이었습니다.
두 전시, 모두 추천합니다!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만날 수 있는 이 두 전시는 분명 다르지만 묘하게 이어져 있는 전시입니다.
‘얼굴’이라는 키워드 아래, 우리가 보지 못했던 감정과 삶을 들여다보게 해 줍니다.
윤기원 작가의 초상화를 통해 ‘나’와 ‘타인’을, 송주웅 작가의 풍경화를 통해 ‘현실’과 ‘공감’을 마주하게 되는 특별한 경험.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두 전시 모두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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