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문화창고 기획전시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 展'
연산문화창고 기획전시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 展'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선비로231번길 28
연산문화창고 4동 다목적홀에서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부터 12월 01일 일요일까지 약 두 달간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라는 특별한 전시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지난 10월 12일(토) 빠르게 방문해 보았습니다.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 展
전시 기간 ; 2024. 10. 11. (금) ~ 12. 01. (일)
관람시간 ; 10:00 ~ 18:00 (입장마감 17:30)
전시장소 ; 연산문화창고 4동 다목적홀
관람/체험 ; 무료/일부 유료
체험행사 ; 나만의 섬유 향수 만들기, 고흐 작품 색칠하기, 퍼즐 체험, 손으로 느껴보는 반 고흐 작품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은 원작과 동일한 크기와 질감, 색감을 살려 선보이는 레플리카 체험전으로 진행되며, 고흐의 그림과 삶에 영감받아 조향사가 재해석한 향기와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이색적인 체험전 경험이 가능합니다. 반 고흐의 일생과 그가 바라본 자연, 주변 사람들을 담아낸 작품과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작품으로부터 영감받은 향을 맡아봄으로써 '프루스트 효과'를 통해 더욱 오랫동안 작품을 기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 전시회를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테라스> 등 수많은 걸작은 남긴 화가. 짧은 생애를 보냈으나 강렬한 작품을 남기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살아있다고 밝힐 정도로 그림에 열정적이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찬찬히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만나본 작품은 빈센트의 자화상입니다. 이 작품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렌티큘러로 재구성된 작품이었습니다. 배경의 차이 때문인지 동일인이라고 하더라도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시지 않나요? 따뜻한 색감 배경 속 빈센트는 다정한 느낌이라고 하면, 푸른색의 차가운 색감 속 빈센트는 냉철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렇게 렌티큘러로 작품을 재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를 스스로 고민해 보며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급했듯이 고흐의 이야기와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며, 조향사가 고흐의 작품을 보고 영감받아 조향한 향을 맡아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화가가 그림에 사용했던 색과 그 색채 표현에 사용되는 향기(Rose, Grapefruit, Vanilla, White musk, Lilac, Marine, Cassis, Sandal wood)들을 매칭하여 조향된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도 빨간색 하면 장미, 보라색 하면 라일락, 파란색 하면 바다 등이 떠오르는데 제가 생각하는 바와 비슷하게 색과 향이 매치되어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프루스트 효과'는 향기/후각을 통한 자극으로 기억을 재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어떠한 대상을 후각과 함께 인지할 때 더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으며 다른 감각에 비해 감정적 느낌 또한 강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천천히 고흐의 일생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고, 작품 옆에 놓인 향과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것이 더욱 오랫동안 작품을 향과 함께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고흐를 고갱과의 갈등 이후 자신의 귀를 자른 일화로 많이 기억하는데, 37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27세 전까지는 학생, 화랑 직원, 선생님, 기숙사 조교, 전도사, 서점 직원을 거쳤다고 합니다. 극심한 빈곤 속에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하며 37살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잃어버리지 않았던 고흐, 살아생전 단 1점의 작품만 판매된 무명화가였던 고흐. 고흐의 일생을 알게 되니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된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빈센트의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정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감자를 나누어 먹는 1명의 남성과 4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농부 가족을 그렸고, 그들의 얼굴과 배경에 어두움이 겹쳐있지만 생동감 있는 주인공들의 감정은 오히려 빛나는 느낌을 줍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아트 딜러인 동생 테오에게 마저도 당시 프랑스 예술과 동떨어져 판매할 수 없다는 혹평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빈센트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 내용들도 읽어보면 작품에 대한 빈센트의 의도와 관심, 상황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빈센트는 파리에 도착하여, 전통적인 화가이자 진보적인 선생 코르몽의 스튜디오에 합류하여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과 교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화풍을 따르긴 했으나 이내 곧 혼자 작업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였습니다.
지난 클로드 모네 전시회 때도 언급되었던 '자포니즘'을 반 고흐 전시회 때도 접할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1860년대 파리 만국박람회를 통해서 유럽에 퍼진 자포니즘은 장식적인 요소를 넘어 당시 활동하던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빈센트 역시 일본의 서민적 풍속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아기자기한 자포니즘의 매력에 빠지며 일본 판화를 수집하고 그것들로 스튜디오를 꾸민 뒤 작품을 모사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위 작품은 <추수 풍경>이라는 작품입니다. 아를에서 마주한 밝은 색채의 자연과 모든 것들을 행운으로 여기며, 이곳에서 자신의 건강과 평온을 되찾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고 합니다. 아를의 황금빛 물결의 밀밭과 푸른색의 하늘이 빈센트의 예술성을 자극하여 탄생한 작품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밤의 카페테라스>라는 작품입니다. 사이프러스 나무, 밤의 풍경, 꽃 등 자신이 애착을 느낀 것에 빠져 작품의 소재로 그렸다고 합니다. 준비된 향기는 어둡지만 푸른 하늘과 노란색 카페테라스, 빈센트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밤의 향기라고 묘사되었는데 글로 형용할 수는 없지만 작품을 감상하며 향을 맡다 보면 조향사가 향기를 설명한 대로 작품과 잘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 고흐의 침실'이라는 작품입니다. 차분한 색과 선명한 라인, 단순한 구성과 그림자의 부재 등 일본 회화의 성격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침실을 평온한 곳으로 표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색을 선택하여 완성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해바라기>입니다. 고갱은 당시 빈센트와 마찬가지로 작품이 잘 판매되지 않는 힘겨운 상황에 있었고, 화상인 테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테오의 도움 뒤에는 고갱을 향한 빈센트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는데, 마침내 고갱이 빈센트가 머무르고 있는 아를로 와서 함께 지내는 것이 결정되자 빈센트는 해바라기 연작을 그려서 그의 방에 걸어주기로 마음먹고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설렘으로 칠해졌던 노란빛 색채와 붓 터치, 해바라기를 그리며 가졌던 달콤한 기대라고 향기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해바라기를 보고 그린 정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고갱과의 생활을 기다리며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빈센트의 설레는 마음이 느껴지고 조향된 향까지 더해지니 그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져 감상이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그러나 고갱과의 생활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고갱이 빈센트에게 선물한 '해바라기를 그리는 빈센트 반 고흐' 작품은 오히려 빈센트에서 상처를 주었고, 크고 작은 다툼 끝에 고갱이 집을 나가는 것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을 맺습니다. 그 충격으로 빈센트는 자신의 왼쪽 귀를 절단한 일이 발생했죠. 고갱에게 받은 상처와 상실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사건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귀 치료를 받은 이후에 안정을 찾고 작품에 몰두하는 것 같았으나, 심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갱과의 결별 이후의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보았습니다. 결국엔 정신요양원에 스스로 입원하였으며, 정신요양원에 있는 동안에도 150점의 작품을 완성할 만큼 그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런 빈센트를 위해 동생 테오는 물감과 캔버스, 병원비를 지불하며 형을 위해 헌신하고, 형의 작품 활동을 지지해 줍니다.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라는 작품은 빈센트가 고갱과 함께 지내던 아를에서 비가 내린 뒤 석양이 지던 아를의 한 포도밭과 그곳에서 일하는 농부를 그린 작품입니다. 1980년 테오는 이 작품을 브뤼셀에서 열린 <20인의 작품전>에 출품하였고, 고흐와 친분이 있던 시인 외젠 보쉬의 누이이자 전시 멤버이던 인상주의 여류 화가 안나 보쉬가 400프랑, 현재 가치로 한화 100~200만 원 정도에 작품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빈센트가 그린 2,000여 점의 작품 중에서 살아생전 판매한 유일한 유화 작품으로, 현재는 모스크바의 푸시킨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재 빈센트의 작품은 부르는 게 가격일 만큼 수백억 원이 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 이상의 돈으로도 사지 못할 작품인데 살아생전 유일하게 1점이 판매되었다니, 놀랍고도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빈센트는 1890년 7월 <까마귀 나는 밀밭>을 그린 후 총상을 입고 여관으로 돌아왔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빈센트가 밀밭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살아있었다면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 텐데 말입니다.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기를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1890년 7월 29일, 빈센트 반 고흐
늘 형 빈센트를 지지하던 테오도 3달 뒤 형을 따라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후 테오의 부인이 두 형제의 편지와 고흐의 작품을 전시해달라고 사정하며 노력한 끝에, 빈센트가 죽은 후 3년 후에 작품이 첫 전시가 되며 사람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캐나다 국립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작품을 대여하여 3D스캔과 3D 프린팅 기술로 붓 터치와 색감까지 완벽하게 원작과 똑같이 제작한 <아이리스>를 손으로도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어디있겠냐 싶어 가까이 가서 관찰하고, 손으로 곳곳을 만져보며 감상을 했는데 눈으로만 봤을 때와는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한번 만져보시며 붓 터치로 표현된 질감을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빈센트의 삶과 작품은 향기와 함께 죽음에 이르기까지 대표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모든 작품을 다 소개해 드리기보다는 소개해 드리지 않은 빈센트의 작품과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방문하시어 감상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전시회 감상을 끝내고 출구 쪽으로 향하는 통로에는 <밤의 카페테라스>을 배경으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으니 사진 한 장 남겨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이번 '반 고프, 향기를 만나다' 전시는 체험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색칠하기와 섬유 향수 만들기, 퍼즐 맞추기를 체험할 수 있는데 6동 오감놀이터에서 진행되니 시간 되신다면 체험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특히 전시 중 마음에 들었던 시그니처 향을 골라 추가로 향료를 선택해 나만의 섬유 향수 만들기 체험은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주말 현장 접수이며 11시, 1시, 2시, 3시, 4시 타임마다 10명씩 진행되고 3,000원의 체험비가 있으니 참고하시어 나만의 섬유 향수 만들기 체험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감상하며 맡았던 조향된 향들이 다 좋았던 터라, 디퓨저 혹은 섬유 향수를 직접 판매한다면 전시회 작품을 기억할 겸 구매할 의사도 있었는데 판매는 따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빈센트의 작품으로 인쇄된 퍼즐 맞추기와 작품 색칠하기는 어린 자녀들이 체험하기에 좋았습니다.
오후에는 아직 무덥지만 그래도 가을이 찾아왔음을 느낄 수 있는 날씨입니다. 주말 나들이 가실 곳을 고민 중이시라면 가족들과 함께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 기획 전시 관람하시고 준비된 전시 체험활동도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점 한 점 이야기와 그림, 향기를 맡으면서 감상하다 보니 30~40분의 시간이 소요될 만큼 몰입도 있고,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더 깊게 그의 삶과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고 방문하시어 감상하시길 바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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