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산 기슭 남향에 안긴

'두릉정과 고택'을

소개합니다.

노루재를 오르는 초입, 화장산 기슭에 아늑히 안긴 마을 노루골 (녹동)입니다.

노루골 좌측으로 영동선 철길은 춘양을 지나 이곳 녹동역을 거쳐 임기역으로 이어집니다.

박공지붕에 판자벽으로 건립된 역으로 1965년 시작하였으나 시멘트 역으로 바뀌고, 지금은 폐역이 되었습니다.

딱 하나 있는 구멍가게도 쓸쓸이 폐허로 남고 역사 옆에 서낭당이 녹동역과 노루골을 지키는 듯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루골(녹동) 마을의 초입에는 보건소와 마을회관이 있고, 마을 우측 화장산을 등진 기와집과 고목이 보이며, 네모형 연못과 샘이 있는 뒤쪽으로 두릉정 정자와 좌측으로 귀은재와 귀은재 뒤편에 두릉정고택이 있습니다.

두릉 이제겸(1683~1742)은 입향조 난은 이동표(1644~1700)의 둘째 아들로 노루골에 진성이씨의 세거지로 기반을 잡은 인물입니다.

이제겸은 1725년 문과에 급제하여 율봉도찰방에 부임했으며, 이듬해 이인좌의 반란으로 청주가 짓밟히고 진천, 안성등이 습격으로 병사가 살해되는 등 위태로워 역마를 민가에 숨겨두고 율봉에서 피해 있었는데, 바로 그날 반란군이 율봉에 들이닥쳐 역마를 모두 가져갔고, 이제겸은 한양으로 가다가 도원수 조명항을 만나 함께 적을 토벌하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역모에 가담했던 강필신이 자신의 죄를 감추려고, 율봉찬방 이제겸이 역마를 반란군에게 내주었다는 거짓 고발로 인하여 억울한 누명쓰고, 평안도 선천으로 유배되었다가, 제천에 옮기게 됩니다.

이듬해 나라의 경사로 풀려나 이곳 노루골에 은거, 산천을 벗하여 두릉정을 짓고 학문과 후진양성을 하였습니다.

고즈넉한 두릉정 앞에는 샘에서 물이 흘러 네모형 연못으로 들어가고 연못 앞에서 고목이 두릉정 앞을 지키듯 서 있습니다.

지난 세월의 묵직한 무게를 안고 절재미를 품은 진중한 모습의 두릉정, 두릉정고택, 귀은재는 노루골 진성이씨 문중의 대표적인 건물로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입니다.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1칸, 반 규모의 팔작 기와집으로 평면 좌측에 통칸의 온돌방을 두고, 우측 2칸에는 반 칸 규모의 퇴칸을 설치하여 마루방을 이루게 하였습니다.

귀은재를 지은 귀은 이교영(1823~1895)은 이제겸의 후손으로 강학을 위한 공간으로 일자형, 정면 6칸, 측면 1칸만, 팔작기와집이며, 평면은 중문 칸을 중심으로 좌측에 작은방 1칸, 우측에는 2칸을 연접시켰습니다.

만년에 이곳에 귀은재를 건립하여 학문연구와 후진 양성을 하였습니다.

빛바랜 기와지붕과 툇마루의 나무결은 시간의 허물처럼 변해가고, 유장한 역사는 선비의 숨결을 품고, 장삼의 소맷자락 펄럭이며 나올 것 같은 귀은재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교영은 고종 13년에 생원을 하고 청송 부사, 풍기군수, 영해 부사 등 아홉 고을의 수장을 역임하였고, 여덟 곳에 선정비가 있을 정도로 밝은 정치를 하였다고 합니다.

귀은재 뒤로 두릉고택은 원래는 더 큰 규모였으나,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였습니다. 안채의 공간은 사랑채와 분리되었으며 ㅡ자형으로 구성 되어있는데 경북 북부지방의 전형적인 ㅁ자형 가옥이 아닌 보기 드문 양식입니다.

귀은고택에는 높은 장대에 태극기가 펄럭이는데, 주인어른의 성품을 보는 듯 반가웠습니다.

낙시파하고 돌아오니 날은 비끼지 않아

당년의 맹세가 모래 갈매기에 있네

이제 발을 서강달에 시ᅟᅡᆺ으니

창랑은 말하지 않고 나를 웃는 이 많어라

-두릉 이제겸-

“창랑은 이제겸의 말년에 사용한 호”


*제6기 봉화군 서포터즈

류중천 님의 글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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