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위에 마음을 빚는 시간,

계산동 '도요공방'

녹음이 무르익는 계절입니다. 이제 시원한 바람이 간절한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그 한복판, 빈계산 아래 조용한 골목, 도안동에서 이전하여 새롭게 둥지를 튼 '도요공방'을 찾았습니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공간의 온기와 정성이 낯선 방문자조차 반갑게 맞아 주어 마음을 내려놓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공방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흰색의 벽과 원목 가구가 어우러진 단정한 인테리어입니다. 작가가 손수 만든 도자기들이 곳곳에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그 자체가 전시가 되고,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있었습니다. 차분한 공간을 채우는 건 그릇들이 풍기는 색감과 질감, 그리고 그 작품 안에 담긴 함축된 시간을 느끼게 됩니다.

도요공방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1층은 전시장과 함께 전동 물레가 여럿 배치된 작업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물레가 창밖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이곳 공방주인 차현주 작가님은 “흙을 빚는 일이 마음을 다루는 일이기도 한데, 그때 자연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이곳은 도예를 배우러 온 이들이 창밖의 푸른 나무를 바라보며 천천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꾸어가는 공간으로 꾸며지고 있었습니다.

공방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작업대와 다양한 도예 도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도자기를 구워내는 전기 가마 두 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자기가 구워지는 그 시간은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차분히 익어가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보았습니다.

2층으로 오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지금까지 작가가 작업해 온 수많은 도자기들이 빼곡히 자리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리사이클링 도자기’였습니다. 예전에는 불량품이라 여겨져 망치로 깨뜨려졌을 그릇들을 지금은 수강생들의 제안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실패작도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될 수 있어요. 모두가 완벽하지 않듯이요.”라는 작가의 말이 유난히 따뜻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치 흠이 있어 더 귀한 사람처럼, 도자기도 흠으로 인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이 공방은 단순히 도자기를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 작가의 철학이 담긴 예술 공간이며, 동시에 배움과 실험, 사유의 시간이 흐르는 아지트입니다. ‘도요’라는 이름도 그 시작은 ‘도자기를 만들며 즐기는 공간이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유쾌한 시작이자, 진중한 뜻이 담긴 이름입니다.

요즘 이곳에서는 전시와 체험 행사도 바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과 일반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소규모 체험 워크숍을 비롯해, 여름을 맞아 특별한 전시도 계획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공방이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고, 사람들이 도자기 속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은 단순한 소개가 아닌, 작가와 대중 간의 교감의 시도였습니다. 더욱이 이곳으로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게 느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자신을 꾸준히 흙 앞에 앉히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공방을 운영하며 창작을 이어가는 일은 현실적인 부담도 크고, 예술가로서의 자존감과 수익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을 열어두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를 통해 자기만의 속도와 감정을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흙을 만지고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도자기라는 건 손끝의 예술이자 마음의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릇 하나하나가 삶의 감각을 담아내는 작은 우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곳 도요공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지 물건을 만드는 과정 그 이상이 느껴졌습니다. 이따금 창밖을 바라보며 도자기를 만들며 물레를 돌리는 순간,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고, 흙에 스며든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도요공방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고, 이야기이며, 여름날의 따뜻한 기억이 됩니다. 흙 위에서 피어나는 온기와 향기, 그리고 그 속에서 천천히 자신을 빚어가는 이들의 이야기, 도요공방은 오늘도 그 이야기를 조용히 품으며 이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15기 유성구 블로그 기자단 '안성진 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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