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들고 수원 나들이 갈만한 곳, 행궁동 벽화마을 ☆

"본 콘텐츠는 수원시 SNS 시민 서포터즈가 취재한 내용입니다."

수원에서 햇살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나들이 코스길이 있습니다. 그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기억과 마주하게 되고, 골목마다 묻어나는 이야기들, 또 새로 피어오르는 이야기들에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곤 하지요.

바로 그길, 수원 화성의 품 안에 자리한 행궁동 벽화마을을 여러분들께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행궁동은 수원 화성 일대의 장안동, 신풍동, 북수동, 남창동, 매향동, 남수동, 지수동 등 12개 동네를 아우르는 지역입니다. 약 220여 년 전,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성하며 조성된 수원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이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의 보호구역이 되면서 대규모 개발이 제한되었지요. 덕분에 지금은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골목들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행궁동 벽화마을은 예술과 주민들의 삶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특별한 길입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벽화의 색은 다소 바랬지만, 그 바랜 색이 오히려 이 마을의 정취를 더 깊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누군가는 이곳을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여섯 갈래의 테마 골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복하길, 사랑하다길, 눈으로 가는 길, 처음 아침 길, 로맨스 길, 뒤로 가는 길—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이 골목들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감성을 품고 있어, 걷는 발걸음마다 색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카메라를 든 이들이 이곳저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마을의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벽화마을의 나들의 코스는 ‘악 없는 땅’이라는 이름의 대형 벽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메리카 인디오 신화를 모티프로 한 이 작품에는 생명의 나무와 다섯 인종을 상징하는 얼굴이 함께 그려져 있어, 자연과 인간, 신화와 현대가 어우러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벽화를 지나면서부터 행궁동이라는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책이 되고, 그책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최근에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촬영지로도 주목받았습니다. 극 중 솔이와 선재가 함께 걷던 ‘왕의 골목’도 바로 이 벽화마을에 속해 있지요.

‘예술공간 봄’, ‘마을기업 행궁솜씨’, ‘대안공간 눈’…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와 소품샵들…! 그러한 다양한 로컬의 거점과 맞닿아 있어, 중간중간 발걸음을 멈추며 살펴볼 것들이 많습니다.

벽화의 경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것들이기에, 그 안에는 이웃들의 삶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지요. 예술이 생활이 되고, 생활이 곧 예술이 되는, 그런 골목인 셈이지요.

그림도 보고 글도 읽어보고 하며.. 천천히 걸어보세요. 그림과 글을 핑계로

삶의 템포를 한번, 늦춰 보았다 가시길 바랍니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수원역이나 화서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주소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72번길 9-7입니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오래된 시간과 이야기를 곱씹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