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단국대 장미정원 l 장미향에 취하고 천호지에서 힐링

SNS 장미 핫플

충남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470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그날, 우연히 SNS에서 본 한 장의 사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분홍빛 장미터널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 그 아름다운 풍경의 주인공은 바로 천안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앞 장미정원이었다. "이런 곳이 천안에 있다고?" 반신반의하며 차에 올랐지만, 도착한 순간 감탄으로 바뀌었다.

단국대 치과대학병원 앞에 도착하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진한 장미향이 나를 반겼다. 주차요금이 무료인 안서 제1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입장료도 없이 자유롭게 개방된 장미 정원이었다.

장미 정원 입구에서부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름다웠다. 분홍빛과 붉은빛으로 물든 꽃길이 마치 레드카펫처럼 나를 맞이했고, 5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각양각색의 장미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이 작은 공간 안에 담긴 다양한 장미 품종들의 향연은 정말 놀라웠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안젤라 장미터널'이었다. 분홍빛과 붉은빛 장미들이 터널 형태로 벽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마치 동화 속 장미궁전 안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 자연광이 장미꽃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에서라면 누구나 인생샷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원을 천천히 거닐며 장미꽃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순백의 화이트 로즈부터 정열적인 빨간 장미, 사랑스러운 분홍 장미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장미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꽃향기에 취해 시간이 멈춘듯했다.

장미꽃 정원에서의 화려한 향기를 뒤로하고, 이번엔 천호지 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바로 옆에 위치한 천호지는 '단대호수'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며,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의 사랑받는 힐링 스팟이었다.

둘레길 입구에 서자 약 2.3km의 산책로가 호수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 데크길로 잘 정비된 산책로는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들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평탄했다. 천천히 걸으면 50분에서 1시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적당한 거리였다.

호수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5월 말의 더위를 식혀주는 호수 위의 바람은 그야말로 천연 에어컨이었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데, 지금은 벚꽃의 계절이 지나고 연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걷다 보니 천호지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1957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이 저수지가 2009년 단대호수공원으로 재탄생하면서 분수, 운동시설, 인라인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섰다고 했다. 특히 2018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이 출현해 화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의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잘 보존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