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인 공간은 작지만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곳.

홍성의 한적한 골목에서 특별한 감성을 품은 독립서점을 만났습니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곳,

사대삼십육대구 는 마치 누군가의 서랍장을 조심스레 열어본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이 공간이 가진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보려 합니다.

조용한 오후, 문을 여는 책방

홍성의 사대삼십육대구는 오전에 찾으면 잠겨 있습니다.

오후 1시 이후에야 조용히 문을 여는 이 서점은 아침의 분주함 대신

늦은 오후의 여유를 품고 있는 공간입니다.

정확히는 13시부터 오픈하는데,

마치 서점 주인의 리듬에 맞춰 흐르는 하루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속도에 나도 잠시 기대어보게 되죠.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책이 아니라 향입니다.

진한 인센스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향’이라고 하기보다는,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 향 덕분에 마음도 조금은 차분해지고, 서두르지 않고 머무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대삼십육대구는 작은 공간입니다. 카페처럼 테이블이 여럿 있거나,

대형 서점처럼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두 걸음이면 전체가 훤히 보일 만큼 아담하지만,

그래서인지 더 농도 짙은 ‘개인의 취향’이 느껴집니다.

선반마다 큐레이션 된 책들은 주인의 시선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곱씹을 가치가 있는 책들,

독립출판물, 문학과 인문 사이의 작은 결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책마다 작은 메모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 인상 깊은 구절이 포스트잇에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책을 고르기보다는 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방이었습니다.

무심코 꺼낸 시집 한 권에 마음이 붙고, 결국 앉아서 두세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시간이 스르르 흐릅니다.

책방 한편에는 작은 테이블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은 책방 주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고,

독립출판물의 진열장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소규모의 독서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낯선 여행자의 짧은 안부가 오가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이 공간이 가진 진짜 매력은 ‘대화’입니다. 꼭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책을 고르는 손끝이나, 한참을 고심하며 책장을 넘기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겁니다.

사대삼십육대구는 홍성의 홍고통 골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홍성 고유의 통로’라는 뜻을 가진 이 골목은,

오래된 것과 새로 생긴 것이 조화롭게 섞인 곳입니다.

서점 주변에는 분위기 좋은 로스터리 카페, 디저트 가게, 간단한 파스타를 파는 작은 식당도 있고,

간판 없는 수제버거 가게나 레트로한 분식집도 숨어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기에 딱 좋습니다.

특히 책을 한두 권 산 뒤 골목 안의 카페에서 조용히 읽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책방을 중심으로 하루 코스를 짠다면, 아주 알찬 홍성 여행이 됩니다.

사대삼십육대구는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닙니다.

개인의 취향과 감성, 생각이 담긴 서가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빠르게 소비되는 하루의 한 가운데에서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더 깊이 있게 머무르게 해줍니다.

향과 책, 대화와 시간.

이 네 가지가 촘촘히 엮인 이 공간은 여행자에게는 기억할 만한 스폿이자,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홍성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은 많지만,

하루 중 가장 감성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사대삼십육대구를 추천합니다.

단 한 권의 책을 위해 찾는 것만으로도 그 하루는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사대삼십육대구

SNS: https://www.instagram.com/43169_book

운영시간: 오후 1시 ~ 오후 7시

주차: 가게 앞 임시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주변: 홍고통 골목 내 카페, 식당, 디저트 가게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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