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품은 건강의 샘,

봉화 '오전약수탕'

소개합니다.

산과 들이 어우러진 봉화, 그중에서도 한적한 물야면에 자리한 오전약수탕은 마치 자연이 숨 쉬는 듯한 공간입니다. 낯선 이에게는 조금은 소박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약수터는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을 마시는 장소를 넘어, 봉화 사람들의 삶과 시간, 그리고 공동체의 정신이 깃든 특별한 곳이죠.

이번에 방문한 오전약수탕은 전형적인 관광지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더욱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약수터는 입소문만으로 500년을 이어온, 진짜가 가진 울림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전약수탕의 유래는 조선 성종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보부상으로 알려진 장사꾼이 물야면을 지나던 길에 이 약수터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놀라운 효능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는 조선시대 약수 품평회인 초정대회에서 이곳의 물이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이곳을 자주 찾아 약수를 마시고는 시까지 남겼다고 하니, 조선시대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도 이 약수의 명성은 꽤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전설 속에는 약수를 함부로 마시려던 여인이 나타나자 물이 탁해지고 뱀이 튀어나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일화는 단지 전설에 그치지 않고, 약수를 단순한 물이 아닌 자연의 귀한 존재로 여겼던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오전약수탕의 물은 다른 곳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유리탄산 함량이 높아 첫 모금에서부터 입안에 쏘는 느낌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이 청량감은 인공 탄산수와는 확실히 구별되며, 자연 용출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 특징입니다.

마시자마자 혀끝에서 퍼지는 가벼운 탄산감, 그리고 목으로 넘어가며 느껴지는 시원함. 이 물은 단지 갈증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리셋 효과를 선사합니다. 실제로 이 약수는 위장 질환, 피부 트러블, 피로 회복 등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며, 연중 꾸준히 찾아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대체로 조용히 물 한 잔을 마시고, 가져온 병에 가득 물을 채운 뒤 약수터 주변에서 쉬었다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시간 머물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쉼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주는 장소입니다.

오전약수탕을 중심으로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외씨버선길 10길과 연결되는 탐방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 코스는 오전약수탕에서 주실령, 박달령, 물야저수지까지 약 14km 이어지는 구간으로,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길입니다.

보부상들이 실제 짐을 짊어지고 오갔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단지 운동을 넘어 사색이 더해집니다. 길목마다 설치된 안내판에는 당시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어, 트레킹과 함께 역사 공부까지 덤으로 얻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작은 돌계단과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이 등장하며 걷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주변이 워낙 고요하기 때문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조차 생생하게 들리며, 오히려 음악이나 말소리를 꺼두고 자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많은 관광지들이 화려한 포토존을 갖추고 있죠. 하지만 오전약수탕에는 그런 장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어디에 서 있어도 한 장면이 됩니다. 그 이유는 자연 그 자체가 이미 완성된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정자에 잠시 앉아 있으면, 주변을 둘러보는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조용한 예의는 자연이 주는 공기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별다른 지시 없이도 공간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조용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선사하죠.

오전약수탕은 단순히 지자체가 관리하는 명소가 아닙니다. 이곳은 오랫동안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키고 관리해온 곳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약수터를 아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수질을 살피고, 주변을 정돈하며, 안내문이 낡으면 조용히 새것으로 바꿔 붙이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주민 참여형 관리 시스템 덕분에 오전약수탕은 수십 년이 지나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마시는 물에 대한 신뢰도도 높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도 믿고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안정감이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약수터 인근에는 간단한 쉼터와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도시락이나 간식을 가져와 잠시 쉬기에도 알맞습니다. 전용 식음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자체가 무언가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내려놓는 공간이라는 걸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이용안내]

-주소: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문수로 1601

-운영시간: 연중무휴 / 24시간 개방

-문의: 054-672-2005

-주차: 약수터 앞 소형 주차장,

도보 이동 가능한 거리의 공터


*제6기 봉화군 서포터즈

박수진 님의 글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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