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독립영화의 따뜻한 만남, 시와정신아카데미 '제1회 시와 예술의 만남'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한국의 문학은 이제 더 특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K-Culture의 힘, 한류에는 한국의 정서가 담긴 문학도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문학, 문화 그리고 기초 학문은 삶을 살아가는데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의미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대전에서 문학과 문화가 만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시와 독립영화가 만난 곳인데요. 시와정신아카데미는 지난 11월 28일에 <제1회 시와 예술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와정신 창간 22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시도하는 시와 예술의 만남, 그 첫 번째로 대흥영화사 배기원 감독의 독립영화와 함께하는 특별한 ‘하루’를 마련하였습니다. 시와 독립영화와의 만남이라니. 왠지 따뜻하고 설레는 만남이 기대되었습니다.
시와정신아카데미는 2002년 가을 계간 『시와정신』을 창간한 이후 시정신의 모색과 열린 시정신을 지향하며 삶의 주변으로 밀려난 시의 위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문학인들이 대표 김완하 시인과 함께하고 있는 곳입니다.
독립영화와 함께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자 많은 문학인들이 참석해주셨고, 박수용 시인은 직접 촬영을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분들과 관심 있는 분들은 <시와정신문학방송>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완하 시인은 미국에서 영화 ‘마더’를 보고나서 10년 만에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봉준호 감독을 생각하면서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시와정신아카데미의 자랑, 시낭독의 일인자 정우석 시인이 김완하 시인의 <10년 만- 봉준호 감독>을 더 입체감 있게 들려주었습니다.
10년 만 - 봉준호 감독
김완하 시인
2010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3월경 버클리대 뱅크르프트 웨이 따라 내려가 닿는 셰덕 4거리
영화관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가 왔다
며칠 전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에서 봉준호 영화 ‘살인의 추억’을 빌려 본 뒤였다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연쇄살인이 묘한 안개를 피웠다
살인 형장 위로 새카맣게 날던 까마귀 떼가 며칠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즈음 버클리대 학생회관 앞 광장 벤치에 앉은 송강호를 보았다
제28회 샌프란시스코 국제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 기간이었다
영화제를 버클리대 영화관에서도 진행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마더’를 보러 표를 구해 극장으로 들어가 더듬거려 앉으니
방금 시작한 영화 자막이 영어로 흐르고 있었다
김혜자가 석양 배경으로 망연자실 갈대숲에서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들이 일구는 파동이 심장으로 밀려들었다
마더 김혜자가 아들 원빈의 살인을 타인에게 전가시키는 내용이
모성에 대한 의문과 묘한 여운의 꼬리를 물었다
영화의 감동은 파문을 일구며 시간을 따라 강한 마력으로 살아났다
미국에서 접한 ‘마더’는 대단히 낯설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와 보니 객석에는 미국인 백발 부부
부부인 듯 중년 맥시칸 남자와 중국 여자, 그리고 나 다섯이었다
아직 홍보가 부족하고 봉 감독이 덜 알려진 이유라 다짐했다
그래도 ‘마더’의 감동은 사라지지 않고 여러 날 나와 동행했다
2020년 2월 열린 LA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의 ‘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과 국제극영화상을 휩쓸었다
내가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그의 영화 ‘마더’를 본지 10년 만이었다
대흥영화사 대표, 영화감독 배기원은 대전에서 대전을 배경으로, 대전 시민을 배우로 섭외해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인입니다. 국내외 영화제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고, 2016년 작품인 ‘인터뷰-사죄의 날’이 칸 영화제 쇼트필름코너에 소개되었습니다. 현재는 대전 대흥동에 대흥영화사를 운영하며 지역스토리를 주로 영화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시와 만나는 영화는 배기원 감독의 단편영화 ‘하루’입니다. 2021년 예천 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네티즌인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하루’는 여름날의 어떤 하루를 철거 전 소제동의 모습과 함께 담았습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힘든 상황을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겹살’이라는 최근 작품은 ‘대전 시민과 베트남 유학생이 함께 하는 K-무비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들과 함께 제작하였고, 10월 27일에 열린 제3회 대전국제하루영화제에서 특별상영을 했습니다.
독립영화 ‘하루’와의 만남에서 ‘10년 만 - 봉준호 감독’을 생각하며 지은 시를 낭독한 것은, 외로울 수 있는 독립영화의 길을 가고 있는 영화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자 한 김완하 시인의 깊은 배려로 느껴졌습니다.
시와 예술의 만남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했을 때 감동은 두 배, 세 배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대전의 열린 시의 정신, 지역스토리의 세계화를 꿈꾸는 대전의 독립영화의 정신이 시정신과 만나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 한 스푼 건네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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