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스님 선시가

절로 읊조려지는

풍수비보사찰

충남 공주시 의당면 월곡리 271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큰법당 앞 나무의자 쉼터에서 바라본 천태산 전경.

천태산 깊은 골짜기 아슬아슬 절벽에 기대어

백제 부흥과 도성을 수호하는 풍수비보사탑

쌀바위 전설로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고

하늘에 떠 있는 시원한 풍광으로 해묵은 마음을 씻어내어

고요와 평온함을 얻기에 충분한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에서

고려(高麗)시대 나옹스님의 선시를 읊조립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내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이 하지 말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동혈사(東穴寺)는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동혈사길 77(월곡리) 천태산 가파른 산자락을 의지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입니다. 창건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역사기록에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과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등에서 ‘동혈사(東穴寺)’로 표기해 풍수지리에 근거해 창건된 사찰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말 편찬된 범우고(梵宇攷. 1799년)에는 폐사가 전해지고, 다시 공산지(公山誌. 1859년)와 호서읍지(湖西邑誌. 1871년)에서는 ‘동혈사(銅穴寺)’라고 기록되어 조선 시대 부침을 겪다 19세기 무렵 한때 절 이름이 변화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에서 혈암 위에 세상을 바라보는 약사여래부처의 모습.

이와 관련 공산지에 따르면 “공주 지방에 방위에 따라 4개의 혈사(穴寺)가 있었다”고 밝혀 동혈사가 백제가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후 풍수비보사찰설에 의해 국가에서 조성한 석굴사원의 하나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공주 사혈사(四穴寺)라 하는데 서(西)혈사(공주시 망월산 서혈사지), 남(南)혈사(공주시 금학동 남혈사지), 주미사지(공주시 주미동 주미사지)와 함께 전해지지만, 동혈사는 아직 국가유산정보에는 등재되지 않았습니다. 발굴조사에서는 남북국(통일신라) 시대 세워진 전통사찰로 추정하고 있는데 애초 동혈사지에서 근대 북쪽으로 옮겨 법당을 건립했다가 화재로 소실되자 1996년 무렵 현재의 위치에 새롭게 건립됐습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지. 백제 도읍 4대 풍수비보사찰의 하나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대웅전은 한글 명칭인 ‘큰 법당’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크기로 불단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삼존불이 모셔지고 후불탱화로 ‘영산회상도’가 걸려 있습니다. 이밖에 최근에 제작된 칠성도, 산신도, 신중도 등의 탱화를 법당 내부에 함께 모시고 있습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큰법당 전면 전경 1.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큰법당 측면 전경.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큰법당 삼존불.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큰법당 탱화.

법당을 나와 뒤편으로 돌면 사찰에 전해지는 옛이야기 ‘쌀바위’가 등장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도력이 큰 스님 앞에 호랑이가 나타나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피니 호랑이 목에 뼈가시가 박혀 있어 이를 가엽게 여겨 빼내 주었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스님을 바위 앞으로 모셔갔는데 이곳에서 매 끼니 절의 형편에 맞춰 쌀이 나와 끼니 걱정을 면하게 됐다고 하는데 절의 살림을 맡은 공양 보살이 많은 손님이 절을 찾아오자 더 많은 쌀을 얻으려는 쌀 구멍을 넓혔고 바위는 붉은 핏물을 떨구고는 이후로 더는 쌀이 내주질 않고 있다고 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 셈입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쌀바위 전경.

동혈사 큰 법당 앞마당의 나무 평상과 의자는 무거워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에 좋습니다. 멀리 보이는 압도적 풍광도 장관이지만, 살짝살짝 얼굴을 간질이는 봄바람에 푸릇푸릇 연둣빛 새순이 초록으로 변해가는 나뭇잎에 눈꺼풀이 사르르 감기는데 등 뒤에서 울리는 청아한 청동 물고기의 풍경소리라니…. 세상만사가 한낮 부질없음을 알게 되는 깨달음의 경지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될 것 같습니다. 사찰 일을 돕는 분께서 “해 질 녘 붉게 물든 서산 하늘이 파란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절경 역시 쉽게 잊을 수 없는 충격”이라고 전해줍니다. 그런데 풍경은 원래 악귀를 쫓아내려는 주술적 의미로 매달았던 것인데 절에 가면 처마 끝 풍경마다 주로 물고기를 매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사찰을 화재에서 보호하고, 수행자의 잡념 없는 정진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대웅전을 비롯해 사찰건물 대부분이 목조이다 보니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화마로부터 절을 보호하려는 간절함에 물고기를 매달았다고 합니다. 푸른 하늘을 헤엄치듯 바람에 흔들리는 물고기로 금당이 마치 큰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상상하는 것입니다. 물속 건물을 불로 태울 수는 없으니 화마는 확실히 막아내는 상상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 잠을 자거나 깨어 있거나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수행자도 항상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 천년고찰 공주시 동혈사에서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태산 전경.

온통 바위에 가파르고 비좁은 계단을 딛고 나한전으로 오르다 보면 높이 7m가량의 암반에 동굴과 마주합니다. 이 바위 동굴에서 수행이 이뤄졌을 것인데 자세히 살피면 최근까지 사용한 흔적이 보입니다. 동혈사 터는 2단의 축대로 이뤄졌는데 지금은 큰 법당과 나한전 요사만 자리하고 있지만, 모두 8동의 건물이 사용됐음이 시굴 조사로 확인되었습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의 동혈. 최근까지 사용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암반 혈. 바위 여러 곳에 혈(穴)이 파여져 있다.

이어 기단 상부에 옥개석을 갑석처럼 놓은 것이 특징인 동혈사 삼층석탑을 만납니다. 팔각형의 기단에 세워진 3층 석탑은 1층 탑신석을 기준으로 상부가 낮아지는 비율을 보여 원래에는 더 많은 층의 석탑 규모가 추정됩니다. 두꺼운 낙수면의 형태와 두툼하게 표현된 전각부의 낙수 면이 만나는 경계 등 고려말 충청지역 석탑의 특징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탑 상륜부 복발(구슬모양 장식)은 원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삼층석탑.

삼층석탑의 앞 바위 절벽에는 멀리 산 아래를 바라보는 좌불 역시 이채롭습니다. 약사여래불인데 마치 세상을 치료하듯 저 멀리 공주 시가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고 재앙을 소멸시키는 약사 신앙의 대상인 약사여래불은 12가지 대원(大願)을 세워 그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멀리 굽이굽이 이어진 산세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해지는 석양을 바라보거나 가을 단풍철 울긋불긋 색깔 옷을 입은 천태산 절경은 “진정 무아지경”이라는 것이 사찰관계자의 자랑입니다.

▲ 천년고찰 공주시 동혈사의 약사여래불.

계단의 마지막에 세워진 나한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불단에 석가모니불과 아난다, 가섭의 삼존상으로 모시고 주변에 십육나한 상과 동자상, 인왕상도 보입니다. 나한전 주변에는 마치 전망대와 같은 간이 갑판이 설치되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땀과 마음을 시원스레 해주고 있습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나한전.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나한전 삼존불과 16나한.

동혈사는 도로 이정표에서 600m가량 산길을 올라야 하는데 경사가 가팔라 날이 더워지면 걷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다행히 사찰까지 도로를 갖춰 차량 이용자가 대부분이지만 상당한 비탈에 길폭마저 4m 정도에 불과하니 맞은편 차량과 만난다면 교행이 난망입니다. 이곳에서 후진은 노련한 운전자도 아찔한 순간입니다. 드문드문 길을 비켜주도록 대피소를 잘 이용해 맞은편 차량과 조화를 이뤄는 양보 운전이 필요합니다. 동혈사로 오르는 길의 동혈사지터 역시 이곳에 차를 세우지 말고 주차장을 이용한 뒤 걸어서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쪽(東) 혈이라 동혈사라 했는데 후대 구리를 채취한 흔적에 구리동(銅)을 써 동혈사로 불렸다는 얘기를 전하는 설명문이 객을 맞아줍니다.

▲ 천년고찰 공주 동혈사 원경.

공주시 동혈사

○ 위 치 : 충남 공주시 의당면 동혈사길 77 (전화 041-854-2855)

○ 운 영 : 연중무휴 (일몰 이후 출입제한)

○ 입장료 및 주차장 : 무료 (사찰 인근 50대 가량의 간이 주차장)

* 취 재 : 2025년 5월 5일 등

< 참고문헌 >

이병호. (2024). 백제 웅진기 사원과 불교문화 교류. 한국고대사연구, (115), 89-127.

전통사찰총서 12 - 대전·충남의 전통사찰 1, 사찰문화연구원, 1999년

충남지역의 문화유적 2-공주편(백제문화개발연구원, 1988)

충청남도지정문화재해설집, 충청남도, 2001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정보(https://www.khs.go.kr)

충남디지털문화유산(https://www.chungnam.go.kr)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https://www.aks.ac.kr/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휘리릭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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