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 방문한 논산 조정서원

​

논산시는 기호유학의 중심답게

도시 규모에 비해 서원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

그동안 서원을 많이 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조정서원에 아직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봄이 오는 길목, 탑정호로 가는 길목에 있는

조정서원을 찾아갔습니다.

​

조정서원 입구 삼거리에는 조정서원임을 알리는

키가 높은 석비가 있어서 찾아가기 쉬운데요.

​

오른쪽 길은 탑정호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로 조금만 가면 조정서원이 있습니다.

​

조정서원(논산시 가야곡면 등길 129)

​

조정서원의 외삼문입니다.

'조정서원'이라고 '서원'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조정서원은 조선시대에 세운 것은 아니고

1978년에 세웠다고 하는데요.

​

​

이제 설립한지 50년이 채 안 된 곳인데,

네이버 지도를 찾아보면 조정서원을

'국가유산'으로 소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

​

조정서원은 조선초기 태종 이방원의 형인

익안대군 이방의의 증손자,

옥계 도정공 이현동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인 이성구씨가 1978년에 사우를 건립하고

지역 유림들의 발의로 운영해 왔다고 합니다.

​

이현동은 전주이씨 항렬로 따져보니

단종과 같은 항렬인데요.

​

단종이 이현동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다는데

그 때 수차례 걸쳐서 울며 간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산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농맹아'로 칭하면서

일생을 통곡 속에 생활했다고 합니다.

​

단종이 삼촌인 수양대군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도 봤을 테니

통곡 속에 생활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현동은 노후에는 낙향해서 일생을 마쳤다고 하니

그곳이 바로 지금의 논산지역일 것입니다.

​

논산시 조정서원

​

담너머로 넘겨다 본 조정서원은

서원의 교육적인 기능이 없는

현대에 건립(1978년)했기 때문에

외삼문만 있고 내삼문은 없습니다.

​

'조정서원' 현판을 달고 있는 건물은 단청이 되어 있으니

조정서원의 중요한 건물일 텐데

외삼문과 나란히 있는 게 아니라

직각으로 배치한 걸 볼 수 있습니다.

​

조정서원 담장 내 경모재

​

조정서원은 1978년에 세우면서 교육적 기능은 제외하고

전주이씨 조상인 이현동을 추모하는

제향 기능만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원래 숙종20년(1694)에 창건했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

외삼문에서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경모재입니다.

​

​

조정서원 외삼문에서 담장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 석상과 비각 등이 있습니다.

​

조정서원은 옥계 도정공 이현동을 모시고

나중에 월파 이항래를 모시면서 두 명을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

​

이곳에 있는 석상은 월파 이항래의 석상입니다.

월파 이항래는 이현동의 12세손으로 부귀를 멀리하고

평생 학문과 덕을 쌓으면서 후진을 양성했다고 합니다.

​

이항래가 세상을 떠나고 3년 상을 마친 후

제자 문인 수백 명이 스승을 사모하면서

1956년에 경모재를 세웠다고 합니다.

​

경모재가 외삼문과 나란히 배치돼 있고

이후에 직각으로 조정서원 건물을 세운 이유가 되겠군요.

​

​

월파이선생 비각정을 알리는 비석은

고인돌과 같은 커다란 바위 위에 있습니다.

그 너머로 월파 이항래 선생의 묘가 있습니다.

​

​

월파 이항래 선생의 묘소에는 비석과 석등,

작은 문인석 한 쌍과 망주석 한 쌍을 배치했습니다.

​

월파 이항래 선생의 묘소 아래쪽에 있는 묘는

조정서원 사우를 세운 이성구 부부의 합장묘입니다.

​

비석과 장명등 한 쌍이 있는데,

이곳의 장명등에는 올라가는 다람쥐(왼쪽)와

내려가는 다람쥐(오른쪽)를 조각했습니다.

​

​

그리고 제일 앞에는

작년 말에 조성한 현대식 묘비가 있습니다.

직계 후손일 것으로 보입니다.

​

​

산기슭에는 어느덧 쑥이

파릇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

어느덧 쑥 캐러 가는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

조정서원이 있는 마을길 이름은 '등길'입니다.

​

조정서원 바로 옆에 있는

민가의 주소판 위에 등을 밝히는 모습도

'등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대문 앞에 있는 나무 조각상의 미소가 매우 넉넉하게 보입니다.

​

​

또한 마을 길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도

역시 등을 밝히고 있어서

등길의 의미를 살리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

산책을 하며 걷다가

담장 너머로 뻗은 나뭇가지에도

새싹이 피어나는 것이 보여

완연한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날이 더 따뜻해지고 꽃이 만발하면

탑정호 나들이 가는 길에

조정서원도 들러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