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명인] 93년째 4대가 이어오는 전통의 맛 '온양 젓갈 굴다리식품'
김정배·고삼숙 부부
젓갈 가공식품 명인
충청 명인 21인의 '삶의 기록, 역사가 되다'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는 우리 조상의 유무형 전통 예술문화의 유지 발전을 위해 가치 있는 인적자원 발굴·기록·인증·전승·유통을 촉진하고 동기를 부여해 명인들이 쌓아온 가치를 사회자산으로 공유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현재 국내 명인 약 400명이 회원으로 등록됐고, 그중 충청지회 명인은 21명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는 18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충청지역에 흩어져 있는 명인 21인을 인터뷰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들의 지난한 삶을 조명함으로써 미래를 잇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소개합니다.
온양 젓갈 굴다리식품, 4대째 이어온 전통의 맛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여 어패류의 종류가 다양하고 풍부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짓기 전부터 한꺼번에 다 먹기 어려운 어패류를 소금에 절여 먹었습니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오늘날의 젓갈이 되었습니다.
온양 젓갈 시장에는 90년째 4대가 그 명맥을 이어오는 옹고집 젓갈 가게가 있습니다.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호텔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굴다리식품 김정배·고삼숙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1955년 새우젓을 실은 황포돛배가 닻을 내리면, 백석포구에서 가까운 곳에는 김정배 명인의 외조부가 운영하는 객줏집과 젓갈 가게가 있었습니다. 배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분주한 곳은 이곳이었습니다.
한때 충남 아산시 온양은 젓갈 시장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물길이 막히면서 지금은 그 많던 젓갈 가게가 하나둘 사라져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꿋꿋하게 자리를 잡고 손님을 맞이하는 집이 바로 저희 젓갈 가게입니다.
긴 시간을 지나면서도 당시의 젓갈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게 헛걸음이 되지 않도록, 굴다리식품의 오늘은 당시의 맛이 그대로 간직한 채 손님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굴다리식품은 여느 젓갈 가게와 다름없는 겉모습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새우젓과 어리굴젓 부문 수산전통식품 1호 업체로 지정된 ‘젓갈 명가 인정 업체’입니다. 아울러 10년이 지난 2014년에는 식약청 HACCP 인증과 착한가게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고, 수산물 소비촉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새우젓 명인의 자부심을 느끼고 긴 세월 어두컴컴한 토굴에서 숙성을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마운 것은 두 아이가 부모를 따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겁니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은 후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명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알고 함께 가는 우리 아이들, 오늘 하루도 외길을 고집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는 ‘4대째 젓갈 사랑’을 실천하는 가족입니다.
토굴에서 100일 동안 숙성하다
우리나라의 젓갈은 시대에 따라 꾸준한 발전을 이뤄 왔습니다. 예로부터 소금을 구하기 어려웠던 동해안 지역에서는 소량의 소금과 익힌 곡류를 섞어 발효시키는 식해법을 활용했습니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소금, 양념, 간장 등을 어패류에 첨가하여 발효시킨 젓갈류가 많이 생산됐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염분 섭취가 현대인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한동안 젓갈은 우리 밥상에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저희 아산의 젓갈 명가 ‘굴다리식품’은 ‘저염’ 트렌드를 앞세워 대한민국의 대표 건강식으로 꾸준한 사랑을 얻어오고 있습니다.
저희 젓갈이 사랑받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입 새우젓이 판을 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값비싼 국산 새우를 고집하는 장인정신입니다. 저희는 신안수협에서 직접 새우젓을 경매받기 때문에 중간 유통과정이 없습니다.
둘째, 신안 비금도에서 생산되는 청정 천일염으로, 토굴에서 석 달 열흘 동안 숙성시키기는 기다림의 정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무엇보다 시중보다 30% 정도 금액이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습니다.
단골 대부분은 온양온천으로 온천욕을 왔다가 굴다리식품의 젓갈 맛에 매료돼 택배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소소한 행복도 느낍니다.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 왔던 새댁이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며느리와 함께 젓갈을 구입하러 올 때, 그리고 방송 후에 다시 구매할 때가 제일 보람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몸이 기억하는 맛이 있나 봅니다. 그것이 저희 젓갈이라서 너무 고맙습니다.
인공감미료 없는 건강 젓갈
아산 대표 브랜드로 우뚝 선 젓갈 명가 ‘굴다리식품’이 인공감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건강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2018년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가 주최하고 월간파워코리아가 주관한 ‘대한민국 미래경영대상’에서 ‘절임식품‧발효’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식품명인(새우젓 제조 명인)으로 인정받게 된 것, 아울러 아시아로하스산업대전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제6회 아시아로하스산업대전’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여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 힘쓴 결과를 다시 한번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건강은 수없이 강조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8월 한여름에도 오랜 시간 유지와 보존이 쉽지 않은 젓갈류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감미료와 방부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으면서 짜지 않고 맛깔스러운 젓갈을 만들어 소비자들 곁으로 달려갑니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젓갈을 만드는 것은 우리 회사가 지켜온 뚝심입니다. 건강한 재료를 통해 만들어진 젓갈로 소비자들과 꾸준히 만나는 마음가짐, 이것들이 하나하나 모여져 저희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젓갈 명인 부부, 경영학 박사 학위 취득
저희 부부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학문탐구를 했습니다. 낮에는 젓갈 사업을, 밤에는 순천향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며 7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 최초로 부부 명인에 이어, 부부 모두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80년 전통을 가진 아산의 자랑 ‘굴다리젓갈’의 명예이기도 했습니다.
남편 김정배 명인은 순천향대 대학원 관광경영학과에서 ‘음식축제와 지역공동체 및 의미성 간의 관계 연구 : 젓갈축제를 중심으로’이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음식축제로 인한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시너지 효과와 지역민의 화합이 하나로 모여 지역축제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였습니다. 아울러 저희 부부는 지금도 지역축제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주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주대 및 경기도 여성 리더십 아카데미 강사로도 활동하면서 충청남도 식품가공 명장이기도 한 고삼숙 명인은 ‘팸투어 체험, 지향성, 브랜드자산 및 충성도 간의 관계 연구 : 수산업 식품산업을 중심으로’이란 논문을 발표하며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아울러 한영대학교 평생교육원 연구교수, 한영대학교 학교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 창의방송 평생교육원 부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재능을 나누는 행보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젓갈의 발전 방향은 무궁무진합니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대식 식단에 맞게, 젊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던 것이 박사 공부였습니다.
사업과 연구를 거듭하면서 긴 시간 노력한 만큼 저희 부부는, 앞으로도 전통적인 방식과 현대 추세에 걸맞은 올바른 먹거리를 국민께 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전통음식 젓갈 문화를 계승하는 4대 가족
우리나라 3대 전통 발효식품는 김치, 젓갈, 장류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요즘 젊은이들은 외면하는 음식이 바로 이들입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전통음식 직종이 사라져가는 이런바 ‘사양직종’사업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하면 젓갈 문화기 때문에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요.
저희 부부가 그렇게 확신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은 외식문화의 급성장에 힘입어 청소년들의 입맛이 정크푸드에 속하는 패스트푸드에 길들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치를 비롯한 채소 섭취를 멀리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젓갈류는 말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저희 부부는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공장에 견학 오면, 김치와 젓갈류 등에 대한 얘기와 함께, 우리 고유의 음식이 왜 몸에 좋은지에 대한 강의를 해줍니다. 그 얘기를 들어서인지 아이들이 우리 가게에서는 젓갈을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그 광경을 보면 굉장히 보람 있습니다. 아울러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사명감이 샘솟습니다. 여기에는 가업을 이어가는 4대인 우리 아이들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딸은 무역통상을, 아들은 서울외고를 나와 고려대학교 학부에서부터 박사까지 전통식품 학위를 받았습니다. 뭘 하든 부모세대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기대감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면, 충청남도 가공식품 명장 부부인만큼 한국인의 전통식품인 젓갈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자칫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게 대단히 수고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만, 저희 4대가 힘을 합치면 못해낼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두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 가는 길이 비록 힘들지라도 도전을 피하지 않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극복해 나가도록 힘 모으겠습니다.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뽀글이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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