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의 대표 막걸리가 되는 그날까지

‘북내양조장’

전통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생쌀막걸리부터 젊은 세대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을 고구마 막걸리까지,

한때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었던 북내양조장이 각고의 노력 끝에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여주를 대표하는 지역 막걸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북내양조장의 특별한 여정에 귀를 기울여봤다.

글. 두정아 사진. 박시홍


전통을 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

“북내양조장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중간중간 명맥이 끊기긴 했지만 여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얘기를 북내면 어르신들께 많이 들었지요. 마을의 한 어르신이 어린 시절 양조장에서 일하신 적이 있으셨다 하니 100년 넘은 역사가 있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권재문 북내양조장 대표는 국내 유명 막걸리 회사에서 유통 업무를 15년간 담당했던 주류 영업의 ‘베테랑’이었다. 업무 차 자주 찾았던 여주에서 직접 양조장을 운영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북내양조장은 지난해 북내면 외룡리에 신축 건물을 짓고 최신 설비 시설도 마련했다.

“5년 전쯤, 북내양조장 사장님이 그만두시면서 후계자를 찾고 계신 것을 알게 됐어요. 오랜 전통을 이어오던 양조장이 문을 닫게 될 상황을 알게 된 거죠. 업계에 있으면서 저는 늘 막걸리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습니다. 전통주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젊은 층도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비전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큰 결심을 하고 2019년 북내양조장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전통의 맥을 잇고 싶은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북내양조장은 지난해 과감한 투자를 통해 북내면 외룡리에 땅을 매입한 후 신축 건물을 지었다. 최신 설비 시설도 들였다. 임대 및 노후 설비로는 한계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처음 인수 당시에는 지인과 동업을 했지만 현재는 권 대표가 아내 최해인 씨와 단둘이 운영 중이다. 제조부터 유통, 홍보까지 모든 것을 부부가 함께 끌어가고 있다. 그는 “지역 막걸리는 늘 유통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며 “식당이나 마트 등 새 거래처를 뚫는 일이 첫 번째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아무리 비슷한 경력이 있다고 해도, 내 브랜드를 알리는 일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하지만 한 발 나아가려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여러 번 찾아가 ‘저희 막걸리 좀 드셔보세요’ 하고 계속 부탁하니 받아주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어느 날부터 전화 주문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회사에 근무할 때 작은 양조장이 크게 성장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입니다. 음식은 일단 소문이 중요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맛있으면 언젠가 손님이 찾는다’라는 원칙은 진리이기 때문이죠.”

권재문 대표가 막걸리의 재료인 고두밥을 담고 있다.(1)

대표 상품인 여주생쌀막걸리와 동동주.(2)

젊은 층 발길 끄는 전통주의 매력

북내양조장의 대표 상품은 생쌀막걸리와 프리미엄 라인인 동동주다. 동동주의 경우 합성 감미료가 아닌 찹쌀로 단맛을 내는데, 프리미엄 라인이지만 과대 포장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우리 막걸리는 굉장히 청량하고 산뜻하며 깔끔한 맛이 특징이에요.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기도 하고, 다른 종류와 믹스해서 칵테일로 만들기에도 제격입니다. 증류주에 탄산음료를 섞은 하이볼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이듯, 막걸리 또한 칵테일로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양조장을 인수한 초반에는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한 여정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권 대표는 “직접 만들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예민한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계절과 날씨, 온도, 습도에 따라 다른 맛이 만들어져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여주쌀을 이용해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북내양조장의 철학이다. 제조의 시작은 여주 정미소에서 들여온 쌀을 깨끗이 씻어 12시간 불린 후 증기로 찌는 일이다. 북내양조장에서는 밀가루 첨가 없이 100% 쌀만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찐 고두밥을 차게 식힌 후 효모의 배양·증식을 위한 주모(酒母·밑술)를 만든다. 누룩을 물에 풀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고두밥을 넣은 후 일정한 온도에서 3일간 발효를 거치게 된다.

“막걸리는 지역마다 조금씩 맛과 향이 달라 비교하며 맛보는 즐거움이 있는데, 갈수록 대기업에 밀려 지역 특색은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막걸리가 대기업 막걸리보다 인지도가 부족할 뿐이지, 맛이나 품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북내양조장에서는 여주 특산물을 이용한 고구마 막걸리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복숭아 막걸리 출시를 위해 최적의 맛을 찾는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양조장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되, 다양한 소비를 추구하는 변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맛을 꾸준히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고구마 막걸리는 일단 맛이 있어요. 막걸리를 즐기시지 않던 분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술이라고 자부합니다. 플리마켓이나 축제 등 다양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우리 맛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여주를 대표하는 막걸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북내양조장의 권재문 대표.(1)

최신 설비를 들인 북내양조장 전경.(2)


[info.]

▶ 주소 ‌ ‌여주시 북내면 외룡길51

▶ 문의 ‌031-883-9589

우리의 전통술

막걸리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효능 및 특징

막걸리와 같은 탁주에는 살아있는 효모와 유산균이 가득해 장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전통 누룩으로 제조한 막걸리는 장내미생물 균총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으며, 쌀을 주원료로 한 전통 방법으로 제조한 막걸리는 위암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종양 크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차별점

암 예방 효능이 있는 막걸리 주요 성분은 쌀에 많이 들어 있는 베타시토스테롤이다. 이 물질은 전립선 건강과 콜레스테롤 개선 등에도 효능이 있다. 또 다른 항암물질인 스쿠알렌은 막걸리 1kg에 1,260~4,560㎍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와인이나 맥주보다 50~200배 많은 수치다.

막걸리의 풍미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은 한국 전통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대사체*를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각 주류의 고유한 풍미와 품질을 밝히고자 전통주 48개를 수집해 성분을 비교한 결과, 33종의 유의미한 대사체를 식별했는데 그중 탁주는 옥타데카노산, 노나노산, 옥타노산 등의 지방산이 풍부해 버터 같은 맛, 크림 향, 과일 향이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지방산은 탁주의 독특한 요구르트 풍미를 살리는 데 한몫한다. *대사체란, 발효 중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산물로, 유기산과 지방산, 당 등을 말한다.

{"title":"여주의 대표 막걸리가 되는 그날까지 ‘북내양조장’ [2025년_1월호]","source":"https://blog.naver.com/yeojuhangul/223713614426","blogName":"여주시블로..","domainIdOrBlogId":"yeojuhangul","nicknameOrBlogId":"여주한글","logNo":223713614426,"smartEditorVersion":4,"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m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