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매화밭(매화분재원)

고성을 드라이브하면서 풍요의 기지개를 켜면서 긴 겨울잠에서 일어나려는 대지의 기운이 가득함을 눈 끝에 담으면서 추억의 한 축으로 담길 소재거리를 찾으러 다니던 중 경남 SNS 취재차 방문했던 장산숲을 여행 목적지로 삼아 이동하던 중 매화밭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부터 들이대었네요.

넓지 않은 텃밭 같은 공간에 심긴 매화나무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개성 있는 모습으로 분재를 뻥튀기 한 것 마냥 멋진 모습으로 제 시선 속에서 봄의 향기로 다가왔답니다.

장산숲 앞에 있는 매화들은 모두 잘 관리되어 있는지라 누군가의 손길 아래서 곱게 다듬어진 모습을 보면서 조선시대의 퇴계 이황은 평생 매화를 사랑하여, 75제 107수에 달하는 매화시를 지었고, 살아생전에 '매화시첩(梅花詩帖)'을 편찬할 정도로 그의 매화 사랑은 역사를 따라 봄마다 회자되고 있지요.

퇴계 이황을 언급하자니 두향이라는 기생을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단양 사람으로 관기(官妓)였던 두향은 퇴계 이황이 단양 군수로 부임한 후 그녀 스스로 관기를 면하고 상민으로 평생을 퇴계를 사모하면서 강선대(降仙臺:지금의 충주 호반) 아래 초옥(草屋)에서 수절하고 살았다고 해요.

거문고와 시서화에 능하고, 매화를 기르는 데 탁월한 솜씨를 지녔던 두향의 묘비명에도 '성명은 두향. 중종조 시대의 사람이며, 단양 태생. 특히 거문고에 능하고 난과 매화를 사랑하였으며, 퇴계 이황을 사모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지요.

퇴계는 68세 때인 무신년 7월 선조의 소명을 받고 한성에 입도하였을 때 두향에게서 받은 매화를 직접 한양으로 가져가 이 매화를 님이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매형(梅兄)으로 혹은 매화의 신선(梅仙)으로도 부르며 애지중지하였다고 해요.

또한 도산서원의 맑은 우물(洌井)에서 정화수(井華水)를 직접 길어 동이에 한가득 채워 두향에게 보냈는데, 정화수를 받은 두향은 강선대에 나아가 몸을 씻은 후, 장독대에 퇴계가 보내온 정화수를 받쳐놓고 퇴계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치성을 퇴계가 죽는 날까지 2년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하였고 선조 3년, 1570년 12월 8일 유시(酉時 오후 5시와 7시 사이)에 퇴계가 숨을 거두자 두향의 부엌에 보관된 정화수가 갑자기 붉은 핏빛으로 변했다고 하니 매화를 통한 퇴계와 두향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지 제 눈앞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봄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으면서 퇴계와 두향의 이야기를 꺼내 보았네요.

매화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기에는 이미 해 기운이 넘어가는 시간이고,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장산숲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이동 중 오늘의 목적지인 장산숲의 모습을 담아보았네요.


고성 장산숲

-주소: 경남 고성군 마암면 장산리 230-2

-문의: 녹지공원과 055-670-2444

고성읍에서 13km 동북쪽에 위치하여 동쪽은 회화면, 남쪽은 고성읍과 거류면, 서쪽은 대가면과 개천면, 북쪽은 구만면과 접하고 있으며 국도(國道) 14호선(거제∼울산선)이 면의 남·북을 횡단하고, 지방도(地方道) 1007호선(배둔∼문산 선)이 면의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한 고성군 마암면에 있는 장산숲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봄이 다가온 공간 속으로 걸음을 옮겨 봅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 '녹두전'의 촬영지가 될 만큼 장산숲이 풍기는 매력은 디카시의 발원지가 되게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2004년부터 장산마을에서 지역 문예운동으로 시작하여, 삼남 일대와 한국을 넘어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지요. 순간 포착의 영상과 짧은 언술을 결합하는 디카시가 문예 장르로 등장케 했다고 하는 장산숲은 야외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니 그때 맞춰서 둘러봐도 좋을 것 같네요.

2009년에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된 이후 시간이 제법 흐른 뒤이지만 여전히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매만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약 250그루에 달하는 나무들이 만들어 낸 풍경 사이로 야자 매트가 만든 길을 따라 걸으면 수많은 카메라가 저를 찍어대는 착각이 들 만큼 이곳에서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 같아 참 좋더군요.

'바다가 마을에 비치면 빛에 눈이 부시니 마을에 이롭지 않다'하여 바다와 강풍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풍림을 조성했는데, 우리나라 온대 남부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느티나무, 서어나무, 긴잎이팝나무, 소태나무, 검노린재나무, 배롱나무, 쥐똥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답니다.

고성 제8경이며 경상남도 기념물로, 경상남도 고성군 마암면 장산리 장산마을에 위치해 있는 장산숲은 약 600년 전 조선 태조(1392~1398) 때 고려 말 신돈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된 김해 허씨 호은 허기 선생이 장산마을 풍수지리의 지형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조성한 비보(裨補) 숲이라고 전해지는 장산숲의 처음 길이는 1km에 달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길이 100m, 폭 60m 정도만이 남아있어 정말 아담한 정원의 연못같이 보이기도 하답니다.

조선 성종(1469~1494) 때 이퇴계 선생의 제자였던 허천수 선생이 이 숲에 정자를 짓고 연못을 만들어 고기잡이나 산놀이를 즐겼다고 해요. 당시에는 연못에 낚시터가 있었으나 세월의 흐름에 유실된 것을 후손들이 연못과 낚시터를 다시 복원하여 고기를 낚고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복원시켰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공간에서 인생 샷을 담으려고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많아 방문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보검과 김유정이 다리 위에서 마주 보고 섰는 장면이 떠오르는 정자와 다리의 반영은 또 다른 감성으로 봄을 이끌어 들이려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연못을 만들 때 꼭 연못 가운데 신선사상(神仙思想) - 조선 시대 유토피아 사상을 투영한 것 같은 섬을 하나씩 만들던데 장산숲도 예외 없이 섬 하나가 인공 못 가운데 있더군요.

2009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숲’으로 선정되며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장산숲에는 죽사정(竹史亭)이 있답니다.

1878년 무과에 급제한 김해 허씨 허재찬의 호인 죽사를 따서 죽사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군요. 장산 숲 안에 남향으로 위치하고 있지요.

토담이 둘려져 있으며 담장 위에 기와가 올려져 있는 죽사정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사다리꼴 모양으로 다듬은 초석 위에 원형기둥을 사용했으며, 건물에는「竹史亭」이란 현판이 걸려 있더군요.

대문은 우진각 지붕을 하고 있고, 동편에 맞배지붕의 중문을 두었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서 안쪽이 궁금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지나가시다가 이런 모습을 본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고 가면 다시 닫으러 와야 한다면서 그냥 가버리시더라고요. 열어주실 것처럼 하시더니...

얼기설기 쌓아 올린 돌탑과 돌무더기가 죽사정 비껴 앞에 있고 주차장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넓고 얇은 돌판들이 돌기둥 위에 평상처럼 놓여 있는 것을 보았네요. 날씨가 추울 때 돌기둥 사이에 불을 지펴 사용하는 아궁이로, 구들장이 된 돌 평상이 특이하더군요.

마을의 지형적 결함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숲으로 옛 선조들의 자연 이용이 슬기로웠음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자연유산 속에서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었던 장산숲에서의 하루가 고맙습니다.

인공 숲이 조성된 장산마을은 원래 장산(獐山)이라 불러왔는데, 이는 마을 뒤쪽 산의 형상이 노루가 누워있는 형태와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었는데, 조선조 중엽 때에 천산재 허선생(天山齋 許先生)의 문장이 나라 안에 널리 알려지면서 지명도 글 장(章)자의 장산으로 자구가 바뀌어 장산(章山)으로 쓰고 있다고 하네요.

약 600년 전 풍수지리상 바다가 마을에 비치면 좋지 않다고 하는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조성한 ‘비보 숲’으로 앞산과 뒷산을 연결해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1000m에 달했다는 숲의 길이는 바다가 줄어들면서 지금의 길이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감성을 매만지는 매력은 여전히 장산숲에 있답니다.

고성에서 먹었던 식사들...

고성 숙소 근처에서 먹었던 숯불갈비 양념이 정말 너무 맛있어서 올려봅니다. 사장님과 아들인 줄 알았던 아르바이트생 모두 너무 친절해서 더 맛있었던 숯불갈비집에서의 식사는 제가 먹었던 식당들 중에서 정말 감사한 맛이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던 중 '영업 중'이라는 불빛을 보고 들어간 굴 국밥 개시라는 글을 보고 다른 메뉴 볼 새 없이 굴국밥을 시켰는데 국물 한 숟가락 떠먹고는 이야~~ 하고 탄성을 터뜨렸네요. 국 안에 들어간 굴은 또 얼마나 크고 탱탱 싱싱 향긋하던지요. 정말 꼭 드셔 보시라고 강추하고 싶은 곳입니다. 전도장어라는 식당이었는데 굴 국밥을 드시라고 하는 건 어패가 있을 수 있지만 정말로 찐맛이었습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가리비 양식으로도 유명하죠. 그래서 그런지 가리비 칼국수를 하는 식당이 있더라고요. 고성 공룡시장 내에 있는 칼국숫집이었는데 주문량이 많아서 그런지 한참을 기다려서 먹었는데 한 번쯤은 가볼 만하더군요.

고성에서의 2박 3일 여행을 마치는 아침, 해 뜨기 전과 해가 뜨는 모습을 숙소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바다와 산, 들 삼 박자가 어우러지는 고성 여행은 제 감성과 여유를 선물로 안겨주더군요.

고성, 공룡나라 고성의 다음 여행은 공룡의 흔적을 제대로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을 맺습니다.

아름다운 공룡의 나라 고성,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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