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 장생포 창작스튜디오131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Day by Day : 길위에서] 관람기
장생포 창작스튜디오131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Day by Day : 길위에서] 관람기
울산 남구 장생포에 위치한 #창작스튜디오131 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상주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시기가 되면 레지던스에 머물고 있는 작가들의 결과 보고 전시를 연달아 개최하는데요.
11월 마지막 주간에는 레지던스 작가 릴레이 개인전 두 번째로 9기 김소형 작가의 「Day by Day: 길위에서」 전시가 진행되었습니다.
창작스튜디오131에서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기 위해 시점을 노리고 있었는데요.
타이밍 좋게 김소형 작가의 전시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울산 남구 문화예술창작촌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김소형 「Day by Day: 길위에서」
2024.11.16.(토)~11.29.(금)
김소형 작가가 준비한 전시는 '이동 동선'을 선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굉장히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알고 나면 상당히 뚜렷한 근거를 바탕으로 기술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Day by Day'라는 전시 제목과 같이, 김소형 작가가 레지던시에 머물며 매일의 동선과 움직임을 기록한 것을 기반으로 하였는데요.
굉장히 신박하고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방문 당시에는 마침 김소형 작가가 전시장에 있던 때라 간단하게 전시에 대한 개요를 들을 수 있었고,
작품과 함께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영광이었지요.
전시장에는 총 10개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모두 2024년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었습니다.
'동선'과 '궤적'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김소형 작가는 두 눈으로 보았던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저 '경로'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지 않은 것에 대해 굳이 이유를 찾자면, 쇄도해 오자마자 빠르게 떠나가는 풍경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순간적이고, 어떤 것을 보았는지 명백하게 알 수 없는 '이동 동선'은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추정만 하게 만들고 머릿속에 또는 마음속에 잔재가 남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가장 먼저 관람한 작품은 김소형 작가가 구글맵을 통해 자동으로 기록한 이동 동선의 조각(Pieces)들입니다.
이 작품들에서 작가가 심화하여 표현하고자 한 부분은 '우발적이면서도 계획적인 것'이었습니다.
작품은 작가의 동선인데, 데이터가 기록되지 않은 날(NO DATA), 집에 있던 날(HOME), 작업실에만 있던 날(STUDIO), 시스템 오류가 난 날(SYSTEM ERROR)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것들이 '계획 사이에 놓인 우발'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목적지와 출발지가 같다고 해서 가는 길이 같지는 않습니다. 목적지와 출발지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와 여정이 있고, 사람의 변덕스러운 마음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연하게 변동되는 점이 본 작품을 감상할 때 유의 깊게 보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해당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이 대해 기획한 드로잉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반듯한 격자 구조 안에 유동적인 형상이 놓인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위 작품은 총 12개의 세부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정한 날짜에 김소형 작가가 이동한 동선 및 방문지를 비교적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들인데요.
김소형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섬'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는데, 이렇게 점으로 이어 놓은 동선들을 보니 정말 섬을 이어 놓은 선 같기도 했습니다. '단절'되어 있는 섬들의 집합 같달까요?
<Road> 시리즈는 구글맵 애플리케이션의 '타임라인' 모드를 통해 기록된 동선을 작가가 회화로 풀이한 것입니다.
목적지가 동일하더라도 출발지나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형상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그재그로 그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GPS 오작동 때문에 이탈한 기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특히나 장생포를 '섬'이라 비유하면서, 고립된 섬의 이미지를 우회하여 그리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선 위에 위치한 여러 장소들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것들을 통해 '움직임'을 분석해 보는 것은 꽤나 몰입되는 감상 형태였습니다.
다수의 작은 작품들이 모여 하나의 큰 작품이 되는 <Moments Along the Road>는 '청사진 기법'으로 알려진 시아노 타입 기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길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을 카메라나 렌즈 같은 광학장비 없이, 빛과 감광액만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시아노 타입 작업은 일사량, 종이, 온도, 피사체가 고정되는 환경에 따라 상이 맺히는 시간도 달라지고, 상이 맺히는 정도도 변합니다.
이렇게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에 놓여 있으면서, 만들어질 이미지를 작가 자신도 분명하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본 작품 활동에 있어서 작가가 생각했던 바 아닐까 합니다.
미처 사진으로 다 보여드릴 수 없었던 작품의 세계가 상당히 무궁무진했습니다.
김소형 작가가 만든 작품들이 단순한 이동 경로를 표현했다고 보기보다는, 인생의 방향과 존재의 궤적을 상징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모든 사람들이 매일매일 걷는 그 발걸음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인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나니 다음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창작스튜디오131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관람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생포 창작스튜디오131
✅ 주소: 울산 남구 장생포동 장생포고래로 131
✅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
✅ 휴무일: 월요일, 법정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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