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 김혜영

시를 닮은 전시를 거창문화센터에서 만나다

시를 좋아하시나요? 좋아하는 노래가 하나쯤 있듯, 마음을 적시는 시 한 편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시인 윤동주는 담담한 말투 속에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기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경남 거창문화센터에서 윤동주의 시어를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 《윤동주가 사랑한 한글》가 열리고 있습니다. 내달 3일까지 거창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경남 전시회는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는 점 꼭 기억해주세요.

시를 좋아하거나 반대로 시를 멀게만 느꼈다면 이번 거창 전시회가 시적인 감성을 채우는 전환점이 될 거 같아요. 윤동주의 시는 노래처럼 직접적이지 않지만 은근하게 메시지를 건네며 마음에 오래 머물죠.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시의 온도’를 예술로 다시 풀어낸 자리입니다.

교과서 속 익숙한 이름 윤동주

저항의 시인 윤동주는 단지 감수성 짙은 시인만이 아니라 조국을 사랑한 청년이었습니다. 스물일곱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시는 시대의 아픔과 내면의 고뇌, 민족의 혼을 담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번 전시에서 박영근 작가는 <동주>라는 작품을 통해 윤동주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서시》는 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머리를 장식한 시로, 윤동주의 인생관과 정신이 집약된 작품입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빅데이터로 분석한 전시 《윤동주가 사랑한 한글》

이번 거창 전시회는 사비나미술관이 기획하고 윤동주기념사업회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가 함께한 프로젝트입니다. 윤동주의 시 124편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사용빈도 높은 시어 20개를 추출했어요.

나, 밤, 하나, 눈, 마음, 하늘, 사람, 소리, 바람, 거리, 우리, 아침, 얼굴, 가을, 아이, 별, 노래, 사랑, 달, 생각

이 단어들이야말로 윤동주가 사랑한 한글이자 그리고 우리가 가슴으로 기억하는 말들 아닐까요? 모든 단어들이 마음을 간지럽히는 느낌을 받으며 작품 관람을 시작합니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시 피어난 윤동주의 언어

지오 최 작가는 자개와 크리스탈 등 다채로운 재료들로 작가만의 해석을 했습니다. 캔버스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죠. 이번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은 빅데이터로 추출된 시어를 바탕으로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윤동주의 언어를 재해석했습니다.

윤동주가 본인의 일상과 사회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쓰듯 이번 경남 전시회의 예술가들은 윤동주의 시에서 받은 감동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냈습니다. 때로는 선이 되고, 그림이 되고, 빛이 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은 마치 시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그림을 그리는 듯한 행위였겠지요. 윤동주를 시를 다시 읽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감동을 받아들입니다.

경남에는 경남의 지역성이 보이는 전시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정서를 모두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이기도 하여 시인 윤동주를 테마로 하는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가슴이 말랑해지고, 마음 깊숙한 곳의 감성이 살랑살랑 일어납니다.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내 안의 감정이 말을 걸어오고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남경민의 작가는 윤동주의 방 시리즈, 김나리 작가는 달, 별 시리즈의 브론즈 입체 작품을 선보입니다. 작품마다 윤동주 시인이 이야기 했던 별, 밤, 하늘 등 요소들을 발견할 때면 무척 반갑습니다.

공간과 시, 그리고 한글

이번 전시는 윤동주의 대표작인 《서시》, 《별 헤는 밤》을 중심 키워드로 삼아 공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작품들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한글과 시의 정서를 공간 속에 오롯이 담고 있지요.

《별 헤는 밤》은 연희전문 시절에 쓰였지만 일제의 검열 탓에 생전 발표되지 못하고 사후에 유고 시집으로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고향 북간도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고독과 애정이 교차하며 보는 이마다 다른 별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가 쓰고 보여주는 한글의 힘

김범수 작가의 영화필름, 아크릴, LED 조명을 활용한 작품 시네마, 김창겸 작가의 싱글채널비디오 작품 물 그림자 달 등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다르듯 작가들의 작품도 개성이 넘쳐납니다. 이번 전시는 윤동주의 시를 빌려 한글의 아름다움, 예술의 창의성, 문학의 감성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한글은 소리의 언어지만, 오늘 이 전시에서는 시각의 언어로 다가오고 있지요. 그 단어 하나하나가 빛이 되고, 색이 되고, 형상이 되어 전시장 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것을 느껴보세요.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으로 따뜻한 문화공간

예술을 감상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나만의 감성을 더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경남 전시회 1층 로비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김범수 작가의 필름과 라이트 박스를 활용한 ‘나만의 필름아트’ 만들기 체험은 1층 로비에서 진행 중입니다. 쉽고 간편하게 직접 필름에 그림을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참여하며 즐길 수 있어요.

저는 꽃핀 경남과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라는 이름을 조심스레 필름에 그려보았습니다. 한 글자, 한 선을 그을 때마다 문득문득 윤동주의 시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이번 경남 거창 전시회 소식이 우리 도민과 경상남도를 방문하는 분들게 유익한 정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알록달록한 윤동주의 방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어요. 남경민 작가의 작품 윤동주의 밤을 포토존으로 구현했습니다.

경남 문화생활로 감성을 채우다

《윤동주가 사랑한 한글》 전시는 윤동주의 시처럼 은근하고 깊게 우리의 마음을 적십니다. 거창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문학과 예술, 그리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껴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하나의 시’를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윤동주가 사랑한 한글》

✅주소 : 경남 거창군 거창읍 수남로 2181(거창문화센터전시실 1, 2층)

📍관람기간 : 2025. 5. 2 ~ 6. 3

⏰️ 관람시간 : 10:00 ~ 18:00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휴관)

💰관람방법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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