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용전동에 대전문학관이 개관하고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이 볼거리도 많아서 필자는 다른 지역을 방문할 때 미술관, 박물관, 역사관, 문학관부터 돌아보게 됩니다. 문학관이 없었던 대전에서 10년 전에 대전문학관이 개관했을 때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축하했고 그때부터 즐겨 방문하는 곳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대전을 대표하는 문학관이라고 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대전문학관 담당 학예사와 주무관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일을 하는지 대전문학관에서는 계속 좋은 내용의 기획전, 특별전이 이어져서 좋습니다.

대전문학관에서는 2025년을 맞아 '명시명곡 속 대전' 전시를 개막했습니다.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보라색 팬지꽃을 심어서 봄기운이 물씬 느껴집니다.

<명시명곡 속 대전>

​2025. 3.28.~ 7.27.

대전문학관 기획전시실

무료 관람(월요일 휴관), 주차 무료

전시장 입구에 전시를 안내하면서 커다란 레코드판을 그려놓았습니다.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 휴대폰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고 보는 시대라서 현재 어린 세대 중에 레코드판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레코드판의 모습을 보니, 턴테이블 위에 레코드판을 올리면 판이 돌아가고 핀이 긁히면서 지지직 하는 정겨운 아날로그 소음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던 때의 따뜻한 풍경이 생각납니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백 년 역사 속에서 대전의 시와 그 시를 노래한 곡까지 지난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입니다. 전시 현장에서 레코드판으로 턴테이블을 돌리면서 대전을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노래가 된 대전의 시, 대전의 노래, 음악감상실, AI가 만드는 시와 노래 체험, 그리고 작은 주제영상관으로 구성됐습니다. ​노래가 된 대전의 시에서는 눈물의 시인 박용래 시인, 대전보문중고 설립자인 이재복 시인, 목원대 교수를 역임한 홍희표 시인의 시를 담은 노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시와 함께 일부 악보, 그리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까지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새여울은 흐른다'는 대전을 휘돌아가는 금강과 그곳에 있었던 새여울나루(신탄진)가 생각나는 시입니다. 곡을 들어볼 수는 없고 악보가 있으니 악보를 보면서 한번 불러봐야 겠네요.

그리고 시대를 담은 노래 '3.8 민주의거 노래'가 있습니다. 대전에서 촉발한 3.8 민주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승격되면서 대한민국 사회 속에 그 역사성이 더욱 드러나고 있는데, 3.8 민주의거를 기념하는 푸른음악회가 매년 대전에서 열리기도 합니다.

한국문학시대 작곡 프로젝트로는 세 곡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대전문인총연합회가 지역의 시인, 작곡가, 가수, 연주자들과 함께 '한국문학시대 작곡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에 음악을 입혀서 시민에게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탄생한 노래들입니다. 2023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는데, 대전을 노래한 시와 노래가 다양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대전의 노래에는 일제강점기에 논을 맬 때 불렀던 유성 노동요를 소개하고, 광복 이후의 대전 시민의 노래(1945~1962), 지금도 유명한 대전 부르스(1963년 안정애, 1980년 조용필)를 소개합니다. 마침 가왕 조용필 콘서트가 4월 5일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렸으니 대전 부르스가 필수로 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대전시의 노래(2009~) 코너에는 대전의 찬가, 대전직할시 찬가 등이 있습니다. 대전의 찬가(1982년)는 당대 최고의 인기 작곡가였던 길옥윤이 작곡 작사하고 혜은이가 불렀다고 합니다. 우와, 이런 노래가 있었다니 전시를 보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대전튜브 채널에 올라온 곡이 있으니 함께 들어보실까요?

대전엑스포를 지나면서 대전은 발전 상승 곡선을 타며 인구도 늘었습니다. 필자가 1994년에 대전으로 이주한 것도 대전엑스포 영향으로 대전의 이미지가 훨씬 현대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전엑스포 공식 주제가였던 '그날은'은 최고의 대중음악가 박건호 작사에 노래는 코리아나가 불렀다고 합니다. 코리아나 그룹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던 그룹이고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도 불렀던 그룹으로 유명했죠.

그리고 2017년 대전청춘가가 있습니다. 카이스트 출신의 그룹인 스모킹 구스가 2017년 대전상징노래 공모전에 출전해서 대상을 수상한 노래인데요. 이 대전상징노래 공모전이 탄생한 것은 필자의 건의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조찬회에 시민기자로 초대됐는데, 그때 조찬회 현장에서 필자가 시장님께 직접 건의했고 시장님이 좋은 생각이라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대전상징노래 공모전을 열게 된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시민기자 활동으로 보람 있었던 순간 중의 하나입니다. 하나시티즌 구장에서 많이 들어보셨죠?

대전팔경가(1999)는 대전 팔경을 노래로 담은 것입니다. 대전시 출범 5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곡이라고 하는데 좀 더 주변에서 자주 들리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음악감상 코너입니다. 오랜만에 카세트 플레이어가 등장했네요. 카세트 플레이어도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많을 것입니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AI 작곡체험 코너에서는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직접 노래를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필자가 한번 해보니, 온라인에 있는 자료를 활용해서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약간 부족한 점이 느껴집니다. AI 작곡은 온라인에 올려져 있는 자료를 활용해서 만드는 노래라서 귀에 편안하고 익숙하기는 하지만 사람의 창의성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그리고 끝으로 주제영상관에서는 벽에 있는 플레이리스트의 곡이 순차적으로 흘러나옵니다. 벤치에 앉아서 레트로 감성을 느끼며 모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대전문학관의 전시 '명시명곡 속 대전' 전시는 7월 27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많이 감상하고 즐겨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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