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
너도나도 빠져버린 손 글씨 문화 '라이팅 힙 (Writing Hip)'
📖경남공감 4월 [Vol.145]
독서를 멋지게 여긴다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에 힘입어 읽는 것을 넘어
쓰는 것을 멋있게 여기는 ‘라이팅힙(Writing Hip)’이 부상하고 있다.
힙한 필사 문화를 즐기는 진주문구연구회를 만나봤다.
아날로그 감성, 그 안에서 찾는 충만함
지난 3월 어느 날, 밤공기가 차분히 가라앉은 시각. 진주 원도심에 자리한 카페 다원으로 향했다. 필사에 진심이라고 소문난 진주문구연구회(회장 정민희·이하 진문연)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사각사각. 차분한 분위기 속, 종이 위를 지나다니는 만년필 소리가 카페 안을 구석구석 메운다. 회원들은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펴고 필사에 열중하고 있다. 마치 명상하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이다. 어떤 이는 자음 하나 모음 하나 과한지 덜한지 매 순간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도 했다. 펜에 묻은 잉크의 흐름이 끊기지 않을 때까지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낯설고, 또 익숙하다. 진문연 김수희 회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아요. 어쩌면 복잡한 마음을 비우고 싶어 필사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이 분명 필요하지 않을까요?”
텍스트힙의 진화, 읽기 열풍이 쓰기 열풍으로
지난해 불어온 텍스트힙 열풍과 함께 그해 10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필사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가까운 진주문고를 비롯해 서점에는 필사 큐레이션이 필수 코너가 됐다. 시와 수필, 소설을 위주로 한 필사책도 인기지만, 지금은 특정 철학자 문장을 필사하는 책이나 헌법,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필사하는 책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왜 이런 열풍이 불게 된 걸까?
<필사의 기초>를 쓴 조경국 작가는 “필사를 통해 깊고 느리게 독서할 수 있고,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을 꼼꼼하게 훑어보고 분석할 수도 있는 매력이 있다”라며, “한 때 유행이라 할지라도 책을 좋아하고 무언가 쓰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진문연 한평호 회원은 “어쩌면 AI 시대에 당연한 목마름이 아닐까”라고 지금의 열풍에 관해 설명했고,
김옥식 회원은 “디지털 시대에 손 글씨의 따뜻함과 진정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느림의 미학이 주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좋은 글을 가슴에 새기면 일어나는 일
진문연은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마주하고 각기 다른 색의 잉크들, 내 손에 맞는 만년필, 필사를 위한 노트의 정보까지 다양한 소식들을 주고받고 있다. 매일 필사한 내용을 인증 사진으로 SNS에 올리면 끝. 혼자도 좋지만, 함께 해도 좋다. 어떻게든 필사(必死)적으로 필사(筆寫)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필사는 혼자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함께 하니까 더 행복해요. 정적인 활동이 동적인 활동이 되는 순간이죠. 혼자
알던 잉크, 만년필, 노트 생각을 나누는 것 또한 즐거움이 되니까요.”
독서를 즐긴다면 눈으로만 스치던 문장을 필사로 가슴에 새겨보자. 그렇게 가슴 깊이 새긴 문장은 일상에서 문득문득 당신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마음으로 읽고 손으로 기억하다 보면 좋은 생각을 내 안에 심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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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멋지게 여긴다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에 힘입어 읽는 것을 넘어 쓰는 것을 멋있게 여기는 ‘라이팅힙(Writing Hip)’이 부상하고 있다.힙한 필사 문화를 즐기는 진주문구연구회를 만나봤다. 아날로그 감성, 그 안에서 찾는 충만함 지난 3월 어느 날, 밤공기가 차분히 가라앉은 시각. 진주 원도심에 자리한 카페 다원으로 향했다. 필사에 진심이라고 소문난 진주문구연구회(회장 정민희·이하 진문연)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사각사각. 차분한 분위기 속, 종이 위를 지나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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