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숨은 울산 벚꽃 명소 - 장생옛길 벚꽃길
3월 중순 무려 '대설주의보'까지 내릴 정도로 봄 기온이 무척 더디게 오른 울산이지만, 3월 하순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면서 울산의 대표하는 벚꽃 명소들이 일제히 만개를 하였습니다.
4월 상순도 끝나가는 지금은 도심의 여러 벚꽃 명소들은 아쉽게도 벚꽃엔딩을 고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울산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 말고 아직은 주민들만 즐기는 그야말로 숨은 벚꽃 명소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장생포 벚꽃길'입니다.
장생포 여행지 하면 '장생포 문화마을'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작년 장생포 문화마을 수국동산은 수국이 만개할 무렵, 전국 각지에서 찾을 만큼 수국 명소로 엄청나게 인기를 끈 장소이지요.
이와 더불어 고래문화마을의 라벤더 정원은 5월 태화강 국가 정원 양귀비와 더불어 울산을 대표하는 5월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고요.
하지만 아직 장생 옛길 벚꽃은 울산 시민들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인데요.
'옛길'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동네 주민 말고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길이다 보니, 장생포를 많이 방문하였더라도 그냥 지나가다가는 잘 보이지도 않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길이기 때문일 겁니다.
장생포 문화마을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장생옛길은 오랫동안 이곳 주민들이 울산 도심을 오갈 때 사용하던 길이었습니다.
옛길에 자리하던 마을이 바다 쪽에서 보면 숨어 있기에 외지인이 장생포를 오고 가며 보기가 쉽지 않은데요.
현재 마을 입구에 새롭게 '새미골 공영주차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덕분에 외지인이라도 이곳에 주차를 하고 장생옛길을 걸으면서 둘러보기가 한결 편해졌다지요.
더군다나 토. 일. 공휴일에는 무료로 운영 중이라 주말을 이용해 이곳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미골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이제 본격적인 장생옛길 탐방에 나서는데요.
주차장 입구에 '구치도'라는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구치도'가 뭘까요?
조선 말기 러시안 포경선들이 인근 동해에서 잡은 고래를 불법적으로 해체하기 시작하면서 포경항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 장생포는 일제 강점기 일본 포경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한반도 최고의 포경항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일제 강점기 기간 장생포는 포경항으로 거듭 발전하면서 1940년대 현재 울산 도심에서 현재 장생포 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길이 새롭게 만들어지는데요.
이 길을 '신치도', 이전부터 있던 길을 '구치도'라 구분해서 부르기 시작합니다.
즉 '구치도'는 신치도가 생기기 전 장생포와 울산 도심을 이어주던 유일한 길로 당시 주민들의 삶, 해방 이후 장생포가 겪었던 포경항으로서의 흥망성쇠가 모두 녹아 있는 길인 겁니다.
이런 장생옛길을 걷다 보면 지난 100년간의 장생포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만날 수 있는데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우연히 이곳을 방문하는 이를 위해서 주차장 입구에 장생옛길 마을 지도가 자세히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이라도 맘 편히 찾으셔서 장생옛길을 걸으면 되겠습니다.
장생옛길이 장생포 고래문화마을과 가깝다고 서두에서 언급했는데요.
장생옛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사진 속 빨간 원)까지 이어집니다.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고래문화마을까지 한번 둘러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곳 공영주차장 이름이 '새미골' 공영 주차장입니다.
샘(우물)이 있다는 '샘골'이라는 의미입니다.
옛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우짠샘'이 나옵니다.
당시 장생포에 있던 3개의 우물 중에 유일하게 '우물'의 형태를 한 가장 중요한 '우물'인 우짠샘은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기에 모든 주민들이 찾던 가장 중요한 수원이었다고 하네요.
지레로 혹은 수레로 남자들은 고래 고기를 싣고 울산 읍내는 물론 저 멀리 부산까지도 고래 고기를 팔았다고 합니다.
또한 '반티할매'라 불리던 할머니들은 삶은 고래 고기를 떼어다 소쿠리에 가득 채워 머리에 올려 보부상처럼 읍내까지 가져다 팔았고요.
그런 삶의 흔적을 여전히 이곳 장생옛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장생옛길을 걸으면 지난 100여 년의 장생포 역사를 만나는 동안 언덕 쪽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이어지는데요.
여기서부터 바로 '장생포 벚꽃길'이 시작됩니다.
만개한 벚꽃 그늘 아래에 기타를 맨 누군가가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가 보니 '윤수일'입니다.
작년 하반기 '로제&브루노 마스'의 'APT.'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윤수일의 '아파트'가 재조명 받았는데요.
'아파트'의 원작자 윤수일의 고향이 장생포라는 사실은 울산 시민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겁니다.
그의 생가가 바로 이곳입니다.
일몰 풍경이 좋을 것 같아 일부러 오후에 찾았는데요.
역시나 일몰에 더욱 반짝이는 벚꽃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제 울산 도심에서는 고층 건물 탓에 일몰 풍경 보기가 쉽지 않지만, 벚꽃 핀 봄날에 장생포 벚꽃길을 오후에 방문하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생옛길을 제법 걸었는데요.
벚꽃길 쉼터가 보입니다.
쉼터가 있는 줄 알았다면 간단하게 빵과 음료라도 챙겨 왔을 건데요.
하지만 잠시 앉아서 쉬는 동안 이따금씩 불어오는 봄바람을 따라 꽃잎들이 하나둘 일몰 빛을 받으며 반짝거리는 풍경을 보자니 그런 아쉬움도 잊게 만들더군요.
쉼터에서 쉬다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렇게 떨어지는 꽃잎 따라 발걸음을 옮겼더니 어느새 새미골 공영 주차장 앞입니다.
장생옛길을 걷는 동안 동네 야옹이 몇 마리, 사납게 짖던 동네 개 몇 마리만 만났습니다.
그만큼 한적한 벚꽃길이라는 의미일 겁니다.
게다가 80년대 울산 원도심에서 살던 저로서는 당시 봄날의 동네 풍경을 만난 것 같아 걷는 동안 타임머신을 따고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요.
70, 80년대 레트로 감성이 유행인 지금의 MZ 세대들에게는 꽤나 신선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더군요.
여하튼 장생옛길만의 독특함과 벚꽃길이 합쳐져서 울산 도심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울산의 흔한 벚꽃 명소 말고 새로운 벚꽃 명소를 찾는 이라면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랍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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