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교수 특강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조향순 작가 사진전 '풍광지문'(김기섭 기자)
내 서가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꺼내 봅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유홍준 교수는 이 책을 펴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어디를 가더라도 유형, 무형의 문화유산을 만나게 됩니다.
세종특별자치시청 홈페이지에서 유홍준 교수의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명사 초청 특별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수강신청을 하였습니다.
2025년 2월 18일 오후 2시
세종특별자치시청 4층 여민실에는 수강신청을 한 200명이 자리를 모두 메웠습니다. 멀리 경기도에서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수강생들 중에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책을 가지고 와서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기도 하였지요.
정성스럽게 서명을 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먼저 남궁영 세종인재평생교육원장의 강사 소개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번 유홍준 교수 특별강연은 '세종시민대학 집현전'에서 주관하였습니다.
세종시민대학 집현전은 세종 시민들에게 전문 강의를 제공하고 일정 학점 이수자에게는 명예학위를 부여하는 평생학습 시스템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유홍준(兪弘濬) 교수는 저명한 미술사학자이며 문화재청장을 역임하였습니다.
1993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출간 3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중에게 전통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여 유적답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1949년생 76세이신데도 무척 젊어 보이시네요.
딱딱한 글이 아닌 다양한 사진 자료와 지도를 활용하여 실감나고 재미있었습니다.
역사는 유물과 함께 이미지가 잡힌다는 신념으로 풀어나가셨지요.
"한국은 유럽 각국 등 OECD 국가에 비하여 국토 면적이나 세계사적으로 볼 때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문명 수입국에서 문명 수출국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K-POP 등 한류를 예로 들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지요.
그럼, 주요 강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한반도에 수십만 전부터의 구석기(뗀석기)시대가 문을 엽니다. 연천의 전곡리 유적, 공주의 석장리 유적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발견으로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던 역사적 현장입니다.
신석기시대는 약 6천 년 전부터 약 2,500년간 이어집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빗살무늬토기의 사용입니다. 끝이 뾰족한 것은 땅에 묻기 좋게 함이고 빗살무늬는 생선 뼈 모양으로 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한 것 같다고 하시는군요.
신석기인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집을 짓고, 가축을 기르고 간석기와 토기를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수명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벽화가 있다니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에 바위에 새겨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암각화라고 하시는군요. 우리 조상들은 신석기 시대에 울산만에서 고래잡이를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바위에는 멧돼지 등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수천 년에 걸쳐 잡고 싶은 사냥감들을 이곳에 그려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땅에 고조선이 멸망하고 부여가 건국되는 시기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제자리를 잡기까지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 약 600년간을 원삼국이라 부릅니다.
이 시기에는 철기문화가 급속히 보급되고 농경이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부여, 삼한, 고구려, 옥저, 동예 등의 초기 국가가 차츰 통합되면서 삼국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원삼국시대 가야의 지배층들의 무덤에서 수많은 토기가 발굴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원삼국의 발달한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삼국 중 가장 먼저 왕조를 확립한 고구려는 만주 일대와 한반도 북부를 정복하였고,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때 전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장군총은 중국 지린성에 있는 고구려시대의 돌무덤입니다. 산 아래에는 광개토왕릉비가 있습니다.
고구려 수렵도는 중국 지린성에 있는 무용총의 벽화입니다. 고구려 무사들의 사냥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습니다. 달아나는 두 마리 사슴을 반대 방향으로 달리며 돌아서서 활을 쏘는 모습은 참 역동적이네요.
유홍준 교수는 맨 뒤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힘없이 따라오는 무사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하시는군요.
공주의 무령왕릉은 유일하게 주인이 확인된 왕릉이자 도굴되지 않고 고스란히 발굴된 유적입니다.
무령왕릉에서는 왕과 왕비의 이름이 쓰인 묘지석이 발견되었는데, 묘지석 뒤편에 토지신에게 돈을 주고 땅을 샀다는 매지권과 함께 동전이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무령왕릉에서는 수많은 국가유산이 출토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12점은 국보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납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부여읍 능산리에서 주차장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된 백제의 향로로서 이곳에 백제시대 왕실의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밝혀졌습니다.
수많은 동물들이 조각되어 있을 뿐 아니라 무척 아름답고 가치 있는 유물로서 실제로 향을 피워 보았더니 여러 구멍에서 향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무척 경이로웠다고 하는군요.
유홍준 교수의 특강 '한국문화의 정체성'에 푹 빠져 1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간 지 몰랐습니다.
우리는 늘 보는 것이라 그 가치를 잘 몰랐는데, 외국인은 산과 강과 마을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을 매우 신기한 눈으로 본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의 건축은 자연과 함께 잘 어울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을 갖추었으며,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꿋꿋이 살아남았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의 특강을 들으면서 한국 문화의 뿌리와 소중함에 한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명사 초청 특강이 끝난 오후 4시에 세종시청 1층 전시실에서 조향순 사진전 '풍광지문'이 개막 행사를 가졌습니다. 풍광지문(風光地紋)은 영어로는 Scenery · Landscript, '풍경과 농경 무늬'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요?
특강 수강생들이 대부분 남아서 전시회를 관람하였지요.
조향순 작가(왼쪽에서 4번째)와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족 4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담는 것으로 개막식을 대신하였습니다.
조향순 작가는 1953년 여수에서 태어나 경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후 약 40년간 세계 각 지역의 농산어촌의 풍경사진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합니다. 작가가 작업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추구한 소재는 “인문학적 풍경(풍광)과 지문” 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농촌 풍경을 담은 사진이 유난히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조향순 작가는 전쟁과 내전, 기술변화와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난 세기와 금세 기초 조상 대대로 가꾸어 온 농경문화와 삶의 터전들이 파괴와 해체되는 오늘날의 세계적 현상에서 우리 인류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것은 인류의 삶과 함께한 지역문화 유산과 기억 속의 풍경들이라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지역민의 노동과 땀으로 새겨진 농경 지문과 인문학적 풍경들은 우리가 보전하고 가꾸어 나가 미래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기억의 유산들이라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마친 유홍준 교수도 동참하여 작가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조향순 작가의 사진전은 세종시청 1층 홀에서 오는 2025년 3월 21일까지 열립니다.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농산어촌 풍경들이 전시되어 있으니 세계 여행하는 느낌으로 관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향순 사진전 풍광지문(風光地紋)>
기간 2025. 2. 18 ~ 3. 21
장소 세종특별자치시청 1층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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