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울산 청년 창업가 기획 기사 : 책방 그럼에도 김수빈 대표
이번에 만나본 청년 창업가는 좋아하는 글쓰기와 책을 향한 일념 하나로 울산에 독립서점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울산에서 독립서점은 타 지역에 비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만큼 그 수가 적어 찾기 어려운 공간인데요.
어찌 보면 생소하다고 볼 수 있는 울산에서의 독립서점은 어떤 서사가 담겨 있을까요?
'책방 그럼에도'의 책방지기 김수빈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Q.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울산 남구청 맞은편에서 ‘책방 그럼에도’를 운영하는 김수빈입니다.
저는 울산에서 오랜 시간 글을 써왔고, 앞으로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사실 울산에서는 글쓰기는 취미로 하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나와보니 다양한 길이 있어서, 제가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고 그 와중에 나온 게 책방이에요.
저는 늘 인생에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책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사람이라, 책방은 사람에게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라는 단어는 제 인생의 신조와도 같아요. 앞서 같은 이름의 독립출판사를 창업해서 책을 내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든 간에 다 뛰어넘을 수 있는 마법 같은 단어죠. 책방에 오시는 손님이 위로와 용기를 얻고, 삶의 긍정적인 면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 게 ‘책방 그럼에도’입니다.
저는 북구 주민인데 아무래도 사람이 모이기에는 남구가 좋지 않을까 해서 남구에 공간을 마련했어요.
확실히 남구 쪽에서 청년 관련 모임에 참석하니까 책방에 방문하는 청년도 많아지더라고요. 저는 책 읽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울산에서 책방은 생소한 곳이라고 여겨지는데,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으셨나요?
당연히 울산에서 책방을 여는 건 가까운 가족이 말리는 일이었어요. 다들 “울산에서 책방을 한다고?”라며 마치 처음에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반응 같았죠. 울산은 산업 도시라는 이미지가 뚜렷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많이 오가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 걱정된 부분은 어떤 프로그램을 책방에서 열었을 때, 서울만큼 모집이 될까 하는 막연함이었죠.
저도 친구들이 많이 서울로 떠났고, 울산이 전반적으로 청년이 빠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거든요. 의외로 글쓰기나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모이고 있어서 조금씩 돋보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책방 그럼에도’에 담은 대표님의 취향이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저는 ‘그럼에도’에 하나의 섬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책방 캐릭터도 섬을 본뜬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문장의 첫 머리에 ‘그럼에도’를 붙이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누구나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죠.
현시대에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세상은 더 편해졌는데 마음이 힘든 사람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정보는 매일 수없이 쏟아지지만 정작 우리는 거기서 방향을 못 잡고 있죠. 결국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일이지만, 이 책방이 나를 위한 하나의 섬처럼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울산에 일 때문에 이주해 오는 1인 청년 가구가 많고, 청년뿐만 아니라 이런 1인 가구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잖아요.
마음 놓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여기가 친정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고, 여기서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걸 지향하면서 꾸리고 있습니다.
Q. ‘책방 그럼에도’에서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나요?
우선 책방에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지정 도서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저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글쓰기 관련 프로그램도 열고 있습니다.
책에서 발췌한 글이나 짧은 글을 읽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는데요. 그 외에도 책 한 권을 읽고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보는, 책과 관련된 영화를 보는 모임도 운영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뜨개 작가님과 협업해서 뜨개 클래스도 열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늘 고민인데요. 이미 잘 읽는 분들은 각자의 방법이 있으시겠지만, 이제 막 읽기 시작해서 잘 읽는 법을 모르는 분들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좀 더 느끼셨으면 좋겠고, 기존에 읽던 분들은 혼자 간직하기보단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게끔 방향을 생각하면서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만들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일정을 가장 빠르게 공지하는 플랫폼은 주로 인스타그램이고, 그 외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는 인스타그램에 공지가 올라오면 DM을 보내주시거나, 인스타그램이 어려우신 분들은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따로 문자로 보내드립니다. 공간에 방문해 주시면 오프라인으로도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Q. 울산의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울산이 문화의 불모지라거나 관심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느껴요.
울산에서도 뭔가를 많이 조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립미술관도 개관했고 여러 문화 관련 시설들이 늘고 있는데, 제가 책방을 열면서 느낀 건 울산에서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있어요.
울산 사람들도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부산‧경주가 가진 게 강력하다 보니 그쪽으로 쏠리는 거거든요.
시장성을 생각하면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게 합리적이겠지만, 울산 또한 그런 문화 콘텐츠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창작자나 기획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걸로 보여요.
지금이 그걸 발산하려는 성장기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따라 문화를 누리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듯해 기대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Q. 창작자나 창업가에게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신만의 콘텐츠,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을 체력, 마지막으로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울산에서 문화 관련 사업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는 노력이 보여요.
다만 아무래도 관공서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 창작자나 기획자가 스스로 일어나는 데 지지기반이 돼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책을 다루다 보니 북페어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하는데, 만약에 울산에서 최초로 북페어를 규모 있게 연다면 비용이 많이 들죠.
이러한 부담을 공적차원에서 지원해 준다면 창작자들이 더 큰 꿈을 펼치고, 나아가서 울산을 문화도시로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곳곳에도 창작자들이 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울산에서 누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조금 더 홍보해 주시고 알려주시면 시 차원에서도 알리고 그런 창작자들이 비용 때문에 주저하지 않을 수 있게 이 꿈을 뒷받침해 주는 지지자의 역할을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 관심 있는 강의를 들으려면 대체로 서울로 가야 하는데, 울산에 저명한 분을 초청해서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 겸 참가자끼리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에 관심 가지게 된 게 로컬기업의 경쟁력 강화나 로컬 브랜딩인데요. 이런 쪽으로 강의나 교육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책방뿐만 아니라 개인을 브랜딩 하는, 기업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는 관련된 강의를 듣고 싶어요.
사람이든 지역이든 가진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로컬 브랜딩은 울산이 가진 자원을 잘 다듬어서 향유하고 싶게끔 브랜드화하는 게 로컬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각자 가진 콘텐츠나 하려는 업종은 다르겠지만, 제가 창업하게 된 계기를 떠올려 봤을 때 막연하게 느끼지 않고 조금씩 구체화하니 그리 멀지 않더라고요. 처음 출판사를 창업할 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당장 큰 공간 필요 없이 집에서 온라인 창업으로 시작할 수 있는 거였거든요. 처음부터 거창한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세분화해서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보는 걸 추천해 드려요.
처음부터 큰돈을 들이면 부담이 클 것 같아요. 업종 따라 다르겠지만,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이라면 공적 자원을 활용하셨으면 좋겠고요.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창의성이 발휘되거든요. 하려는 의지‧콘텐츠의 방향‧마음가짐만 준비돼 있으면, 구체화와 오늘 할 것의 정리로 이른 시일 내에 원하는 것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판사를 열고 꿈의 기로에 섰을 때 도움을 받은 건 다른 청년 창업가와의 소통이에요.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창업했는지 얘기를 들은 게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한 분은 울산에서 의류 관련해서 오프라인 창업한 대표님이셨는데, 그분은 안되는 날에는 막노동을 해서라도 공간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하셨어요. 거기서 잘 안되면 다른 일을 해서 어떻게든 살리면 된다는 용기를 얻었고요.
영상 업체를 창업하셔서 교육 분야를 겸하고 있는 분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는데요. 서울에 갈지 울산에 있을지 고민할 때, 그분과 소통을 통해 ‘여기서 제대로 할 수 없으면 경쟁자 많은 서울에서 잘할 거라 확신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서울과 울산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나눠서 글로 적어 보면 보여요.
관련 분야의 창업가가 낸 저서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책방을 열 때도 책에서 경험과 조언을 많이 얻었거든요.
교육이나 연사들의 강연을 자주 듣기가 어려운 환경에 있다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Q.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올해 목표로 삼은 건 책방을 안정화에 접어들게 하는 거예요. 책방에 드는 운영 비용을 감당할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보고 일단 많이 알리면서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많이 열 생각입니다.
울산으로 여행 오신 분들이 책방에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 ‘책방 그럼에도’의 색이 또렷해지는 것과 별개로 울산의 책방으로서 장점을 찾아가야 지역 책방으로서 내외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수익에 대해서는 오시는 분들이 책을 어떻게 더 구매하고 싶게 만들지 더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고요.
지금 외부 강의도 나가고 있는데 교육과 관련해 ‘그럼에도’에서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 지역의 다른 창업가나 창작자들이라는 좋은 인적 자원과 책방을 협업해서 프로그램도 많이 열고 싶어요.
울산은 서점이 1년이 되면 지역 서점 인증제가 되고, 그러면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 책방 운영에도 보탬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옛날 이상 시인도 공간을 운영했는데, 당시 문학가들이 찾아와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하거든요. 그런 공간이 되길 지향하면서 울산에 있는 분들에게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부분이 가장 큽니다. 독서 문화뿐만 아니라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유대감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책방을 열기 전에도 기대감만큼이나 두려움도 많았는데, 책방에 오신 분들 덕분에 조금씩 이야기가 쌓이고 점점 예열되면서 책방이 가고자 하는 길로 가도록 데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 글을 쓰려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자 저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작품 활동이나 독서를 하는 공간이라는 것도 의미가 큰 편인데, 책방을 운영할수록 사람들의 공간이 돼가며 저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게 되는 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책방을 오픈했던 작년 겨울은 여러 배경으로 인해 유독 조용하고 유동 인구도 적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간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건 책방에 방문해 주신 분들 덕인 것 같습니다.
책방지기이자 울산에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다들 없어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시는데, 없어지지 않도록 방향을 잘 찾아보겠습니다.
독립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책을 통해 교감하고 정서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랑방의 역할도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울산은 타지에 비해 도서관이나 서점의 수가 적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와 같은 공간들이 울산에서 인문학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곳에서 더 많은 지역 주민 간의 교류로 문화와 소통이 활발한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라봅니다.
책방 그럼에도 찾아오시는 길 : 울산광역시 남구 왕생로100번길 12 2층
책방 그럼에도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eurumedo_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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