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시간 전
상홍리 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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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신앙이 만난 자리, 서산 상홍리 공소에서
서산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을, 상홍리.
이 작은 마을엔 100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온 한옥 예배당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고즈넉한 기와지붕의 전통 한옥이지만,
그 안엔 십자가와 제단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간은 낯설면서도 경건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서산 상홍리 공소입니다.
공소는 본당 성당과 달리 상주 신부 없이,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예배와 운영을 이어가는 신앙 공동체의 중심지입니다.
지금이야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은 과거 병인박해의 폭풍 속에서
100명이 넘는 천주교도들이 신앙을 지키며
숨어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기둥과 처마는 익숙한 우리 집의 형태를 닮았고,
그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담은 14처 그림과 오래된 제단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 공간에서, 말없이 잠시 머물렀습니다.
신자들의 손으로 이어온 믿음
1886년, 병인박해로 인해 많은 천주교도들이 핍박받을 당시
이 마을에는 이미 100명이 넘는 신자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 후 1937년, 교우촌이 지금의 서산 시내로 옮겨가며
이곳은 본당이 아닌 공소로 남게 되었지만,
신앙은 이어졌고, 신자들의 손으로 운영되는
신앙 공동체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예배 시간 외에는 늘 잠겨 있지만,
그 잠긴 문을 여는 건, 결국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의 발자취가 남은 곳
그리고 이 조용한 공소에도 교회사의 작은 발자취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대전교구장 주교 시절
직접 이곳을 찾아 기념비를 세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머물다, 조용히 나왔습니다
말없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사진도 몇 장 남겼고, 묵상도 잠시 했습니다.
공소 문을 열어주셨던 신자분은 문을 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뒷마당 쪽으로 돌아서 소박하게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나왔습니다.
서산 상홍리 공소는 크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며, 사람들로 붐비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신앙을 지켜온 시간, 공동체의 손으로 운영해온 역사,
그리고 낯선 이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마음은
그 어떤 대성당 못지않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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