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부산 1 호 지방정원 넘어 3번째 `국가정원' 꿈꾼다
2025년은 많은 변화가 예고된 해다. 부산의 풍경과 모습, 이야기들이 푸른 뱀처럼 꿈틀거리며 변화를 준비한다. 부산시보 `부산이라 좋다'는 부산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들을 시민에게 소개하는 `부산을 걷다'를 연재한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3번째 국가정원을 꿈꾸는 낙동강 하구의 길을 걷는다. 삼락·대저·맥도 생태공원과 을숙도를 아우르는 낙동강 하구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천혜의 공간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의 풍성한 자연은 전남 순천만, 울산 태화강의 국가정원에 못지 않다. 부산광역시는 낙동강 하구 일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지난 2023년 8월 삼락생태공원 내 250만㎡를 `부산의 1호 지방정원'으로 등록했다. 삼락부터 대저, 맥도, 을숙도까지 갈맷길을 따라 걸으며 국가정원의 가능성을 탐색해본다.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 2번 출구를 나서
전동차는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간다. 긴 어둠 끝에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이 있다. 전동차가 지상구간으로 오르자 창밖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찬란하고 눈부시다. 투명한 얼음 마냥 시리고 시린 그 빛 속에서 낙동강은 유장하게 흐른다.
구포역 2번 출구로 나가면 강둑길로 이어진다. 끝없이 뻗어나간 둑길은 벚나무 터널이다. 핑크빛 꽃잎 하르르 날리던 봄, 빛나는 햇살 머금어 금방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던 그 싱그러운 잎들의 여름, 해 질 녘 노을빛에 물든 강보다 더 붉은 단풍의 가을, 숨 막히는 아름다움의 시간을 제 몸속에 채운 채 나무들은 겨울 사색에 잠겨있다.
강의 도시, 부산
강은 인류 문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강은 세계 4대 문명이 번창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였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하문명은 강을 기반으로 농업과 상업을 발전시키며 번영했다.
낙동강은 고려시대부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구포 감동진 나루터는 조선시대 낙동강 유역의 3대 나루터 중에 한 곳이었다. 소금과 곡식, 해산물을 실은 배가 하단을 출발해 안동까지 올라갔다. 대량의 물자를 수송할 때 육로보다는 배로 운송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 모든 면에서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낙동강 물길이 당시에는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
1970년대만 해도 지금의 도시철도 구포역 아래에는 고깃배와 발동선이 가득했고, 어시장이 열렸다. 나들이객들이 통통거리는 통통배를 타고 원동 쪽으로 딸기 먹으러 가던 기억을 나는 아직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낙동강생태탐방선'이 을숙도서 출발해 양산 물금을 오간다. 그것도 겨울 철새들이 와서 머무는 11월부터 3월까지는 화명선착장에서 물금까지만 운항한다.
삼락생태공원은 천연기념물이다
20분 정도 걸으면 삼락IC가 나온다. 제방길을 버리고 오른쪽 강변대로 아래로 뚫린 굴다리(지하차도)를 지나면 딴 세상이다. 넓은 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 같은 강이다. 낙동강은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고, 한반도에서 압록강과 두만강 다음으로 길다. 압록강과 두만강은 북한 땅이니 낙동강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강이다. 510㎞를 쉼 없이 달려온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야생의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삼락생태공원이다.
공원 입구에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어마어마하게 큰 파이프 두 개가 머리 위를 지나간다. `낙동강횡단수관교'라는 큰 글씨가 적혀 있다. 부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관이다. 1985년에 만들어졌다. 이 관을 통해서 부산시 전체 수돗물의 50% 이상을 공급해 왔다.
삼락생태공원은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낙동강 하류 일대는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드는 주요한 월동지로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1966년 7월 23일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했다. 1999년 8월 9일에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철새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꼬리명주나비와 맹꽁이 서식지가 있다. 모두 멸종위기 보호종이다.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와 상호작용하며 서로 의존한다. 사람도 그렇고, 도시도 그렇다. 생태계 안에서의 도시다. 부산에 이런 강이 있고, 이런 생태공원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강변 숲길'로 들어선다. 갈맷길 추천 코스다. 강물을 따라서 하류 쪽으로 내려간다. 걷는 내내 들려오는 바람결에 실린 새소리, 갈대가 서로 몸 비비는 소리야말로 삼락생태공원을 찾는 즐거움이다. 길고 긴 터널을 이룬 메타세콰이아와 수양버들길과 드넓은 갈대밭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들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욕심과 집착으로 번잡한 마음 잠시나마 벗어놓는 사색의 길이다.
강 건너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강바람에 실려 온다. 강 건너편은 맥도생태공원이다. `백조 반상회'를 하는지 강변 쪽 갈대숲이 소란하다. 큰고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다. 흔히 백조라 부르는 큰고니의 이동 거리는 무려 약 3천㎞에 달한다. 그 먼 거리를 마다않고 찾아와준 것만 해도 고맙고 눈물 난다. 삼락생태공원이 `생태계의 보고'인 이유다.
국가정원으로 가는 길
낙동강 하구는 한 때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였다. 하구언이 만들어지고 도시화와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철새들이 다른 데로 많이 떠났다.
삼락생태공원은 불과 15년 전만 해도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있었다. 2009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다. 광활한 습지와 갈대밭을 복원했고, 철새 먹이터, 야생화단지, 잔디광장, 자전거도로, 야외수영장, 오토캠핑장, 수상레포츠타운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특히 중앙공원을 비롯해 곳곳에는 총 4개의 파크골프장이 있다. 9홀부터 36홀까지 규모가 엄청나고 장애인 전용구장도 있다. 스포츠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파크골프 인기는 전국적으로 뜨겁다. 동호인이 100만 명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산시는 지난 2023년 8월 삼락생태공원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정했다. 지방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이다.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정원이란 식물, 토석, 조형물을 포함한 시설물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자연물과 인공물을 배치하고 전시와 재배, 가꾸기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부산시의 목표는 지방정원에 그치지 않는다.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같이 삼락생태공원을 국가정원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강과 도심을 연결해 `15분 도시'를 구현하는 앵커시설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집에서부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내외의 가까운 거리에서 사무실, 도서관, 공원, 어린이집, 병원, 마켓, 학교 등 일상적인 생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을 조성하는 것이 15분 도시의 취지다.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멜버른,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앞 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도시 정책이다. 부산시가 15분 도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생활권 근처에 품격 높은 공간이 많아야 시민이 행복하고 부산이 글로벌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현재 삼락생태공원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보행교는 부산김해경전철 르네시떼역과 연결된 강변나들교가 유일하다. 2011년에 개통됐다. 부산시는 삼락생태공원과 사상구를 잇는 새 보행교를 만들고 있다. 자연과 도시, 사람을 연결한다. 새 보행교가 생기면 시민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질 게다.
도심 속 자연과 사람 연결하는 방법
끝없이 철썩이는 강물소리를 들으며 바람에 손 흔드는 갈꽃을 본다.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재난 영화와 같은 폭염, 홍수, 가뭄, 혹한이 지구촌을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는 지금 `자연복원'에 주목한다. 자연복원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해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부산 역시 도심 속 자연의 가치에 주목한다. 도심 속 자연과 사람이 연결되면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와 사회적 관계까지 건강하게 한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단 15분이면 생명 에너지 가득한 자연의 품속을 걸으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곳. 부산 최초이자 국내 최대 낙동강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삼락생태공원 맹꽁이길 위에서 철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부산의 길'을 곰곰이 생각한다.
자연과 도시, 사람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 `부산을 걷다' 국가정원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글·원성만 사진·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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