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전
경남 밀양 역사여행, 효심이 깃든 조선의 정자 모선정
조용한 시골 마을을 지나 도착한 밀양시 초동면 신호리. 이곳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부터가 한적합니다. 들녘을 따라 펼쳐진 논밭과 멀리 보이는 구릉의 곡선은, 도시의 삭막함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에요.
오늘 제가 소개할 곳은 밀양의 숨은 문화유산이자 영남 사족문화의 정수인 ‘모선정(慕先亭)’입니다. 조선시대 효자 박수견 선생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정각이자, 조선의 건축미와 전통정신이 녹아든 공간이에요.
정문에 해당하는 ‘구필문(求必門)은 솟을삼문 형식의 목재 문으로, 그 자체의 고풍스러움을 지니고 있니고 있어요. 조선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죠.
모선정은 한 인물의 진심 어린 효심과 그 정신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에요. 바로 조선 중종 시기, 점필재 김종직의 제자인 박수견(朴守堅) 선생이 주인공이에요.
박수견 선생은 모친상을 당한 후 3년간 시묘살이를 했고, 심지어 그 이후에도 묘소에서 곡읍(哭泣)하며 살아갔다고 전해집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고을 사람들이 그의 효행에 감복해, 그가 살던 움막을 정각으로 조성하며 '모선정'이라 이름 지었다고 해요.
밀양박씨 인당공파는 고려 말 충신 박익(송은공)을 시조로, 그의 아들 박소(인당공)를 중심으로 분파된 성씨 가문이에요.
그리고 박소의 증손인 박수견 선생은 조선 중종 때 성리학자이며, 점필재 김종직의 제자이죠. 오래된 가문의 문화유산답게 오래됨의 흔적과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 모선정입니다.
한옥의 고즈넉한 기와지붕 너머로 붉게 물든 단풍이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이 있는 곳이네요. 밀양 모선정 후원에 자리한 이 건물은 덕남사로, 박익과 박소, 박수견 세 분의 위패를 모신 사당입니다.
문살마다 새겨진 사군자 그림은 사계절을 닮아 있고, 햇살에 반사되는 노란 창호와 붉은 기둥은 조선 후기 건축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특히 사당의 주변을 사군자의 그림으로 둘렀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존선재(尊先齋)’, ‘덕본재(德本齋)’, ‘정심재(靜心齋)’라 적힌 각각의 편액은 조상을 공경하고 덕을 근본으로 삼으며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는 유학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어요.
거친 듯하면서도 단단하게 자리잡은 대들보와 서까래, 수백 년을 견뎌낸 기둥들은 모선정이 가지고 있는 가치만큼이나 묵직합니다. 한옥의 지붕 아래 그늘진 마루는 사계절 내내 선비들의 쉼터이자 사색의 장소였을 것입니다.
붉게 칠해진 문과 담장은 외부와의 경계를 만들면서도, 마을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유도하는 전통 건축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주변의 초록 나무들과 마당을 감싸는 돌담길까지가 고풍스러웠어요.
모선정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 정자와 관련된 모든 문헌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어요. 이후 약 170여 년의 세월이 흐른 1764년, 후손 박증엽 등이 정자를 다시 세웠고, 현대에 이르러 2000년에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85호로 지정되었죠.
시대의 시련을 이겨낸 정신적 유산으로서 모선정은 오늘날에도 후손과 방문객들에게 '효'라는 정신적 가치를 계승하는 경남 밀양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이 머무는 이유는 아마도 그 진심이 공간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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