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진짜 잘샀템! 춘설차의 매력을 알리다, 남수연 티 소믈리에
광주 유명템 이건 몰랐죠?
당신에게 강추하는
진짜 잘샀템!
'무등산 춘설차 현재를 입다'
아름다운 무등산 자락에서
광주・전남차의 매력을 알리는 향기로운 사람,
남수연 티 소믈리에를 만나보았습니다.
Q. 현재 운영하고 있는 ‘티 에디트’는 어떤 공간인가요?
안녕하세요.
의재로에서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티 소믈리에 남수연이라고 합니다.
‘티 에디트’는 누구나 편하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한옥 찻집입니다.
차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6대 다류의 차,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조합하여 만든 블렌디드 티,
차와 과일 원물과 청을 믹스한 베리에이션 티,
차와 술을 믹스한 칵테일 티,
말차와 아이스크림 더불어
다양한 ‘티 푸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찻집입니다.
Q. 티 에디트가 자리한 곳이 의재로인데, 의재로는 춘설차를 사랑한 의재 허백련 선생의 호를 딴 거리잖아요.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약 4킬로 미터 남짓, 의재 선생의 동상이 있는
학동증심사입구역에서 의재 미술관까지
도보로 한 시간 걸리는 의재로에는
차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약 백오십여 명 정도 됩니다.
관련 사업장은 이삼십 개로 추정되고요.
사실 허백련 선생의 동상이 서 있는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저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었어요.
보성이나 하동은
차를 생산하는 인력과 사업체만 있지만,
의재로에는 차밭과 다원만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에요. 찻집도 많고, 차 문화나
다례를 연구하는 곳, 도예 공방도 많아요.
티 소믈리에와 티 블렌더, 도예가와
차 문화 연구자, 다식 연구가와
미술관 큐레이터,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의재로인데
이런 의재로에 위치한 찻집이라니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Q. 이 건물 자체도 오래된 건물이라고 들었어요
광주시민들은 거의 다 아시리라 생각되는데
지금 티 에디트가 위치한 곳은
사실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유흥가였어요.
의재로에 살면서 그곳을 많이 지나쳐 갔었는데요.
무섭기도 했어요.
그때는 의재 선생의 동상도 무서워 보였죠. (웃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소박한 이 기와집이
오랜 세월 광주 도심에서 없어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없어졌지만 과거 학동삼거리에는
유흥업소들이 밀집했었고, 이 때문에
이 가옥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어요.
남도한약방을 방문하는 사람들만이
이 집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던 까닭에
아이러니하게 개발의 풍파를 피해 갔어요.
약 40년 동안, 오랜 세월 이곳에 존재한
도심의 흉물들이 없어지자, 마치 선물과도 같이
소탈한 기와집이 제 눈앞에 나타나더라고요.
다시 돌아온 2022년 임인壬寅년, 집이 지어진 지
60년이 되던 해에 리모델링을 거쳐
‘가장 광주 다운 것을 찾아가는 곳'으로
재탄생하였어요.
Q. 그렇다면, 전국에서 할 수 있는 티 하우스를 광주에서 오픈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이곳 의재로에서 나고 자랐어요.
의재로에서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덕분에
차의 그윽한 향을 맡으며 등하교를 했죠.
봄이면 무등차밭으로 찻잎을 따러 가는
아주머니들을 교실 창문 너머로 지켜보며
그들과 함께 찻잎을 따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요.
일을 하러 떠나시는 분들의 표정이 아니라
어디론가 놀러 가시는 표정처럼 느껴졌어요.
증심사로 소풍이나 나들이를 갈 때면
무등차밭을 꼭 들려
그곳의 정취에 푹 빠지곤 했어요.
그만큼 제게 의미가 깊은 이곳에
서울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차의 열풍을 가지고 오고 싶었어요.
그 중심에는 20~30대 여성들이 있는데
중국차와 일본차, 서양의 홍차를
주로 소비하던 이들은 이제 우리의 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점 변하고 있는
이런 흐름을 이곳 의재로에서
고루하지 않고 트렌디하게
음악과 예술, 향기와 과감하게
전통의 것을 믹스하는 방법으로
이끌어 가고 싶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이미 굳혀진 한국차에 대한 판도를
바꾸고 싶었던 마음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Q. 티 에디트는 티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카페로 유명한데요. 티 소믈리에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면?
와인 소믈리에, 워터 소믈리에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티 소믈리에도 비슷해요.
분야만 다를 뿐이에요.
예를 들어 손님들이 간혹
‘오늘 소화가 안 되는데
소화에 좋은 차가 뭐가 있을까요?’,
‘감기에 걸려서 힘든데 감기에 좋은 차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실 때,
저는 직접 차의 효능을 생각하며
블렌딩을 했고, 여러 번의 테이스팅을 거쳐
차를 선별했기 때문에
그런 질문에 대한 안내를 해드릴 수가 있는 것이죠.
이게 바로 티 소믈리에의 역할 생각해요.
차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차를 수집하고,
편집하여 안내해 드리는
일종의 가이드인 셈이지요.
Q. 티 소믈리에의 입장에서 보는 광주・전남차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광주에 있는 한국차의 특징은
차와 예술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에요.
허백련 선생과 의재로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연진회 회원들의 한국화를
우리의 차와 매치하고 싶었어요.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은
프랑스의 와이너리로 치면
보르도와 부르고뉴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규모도 크고 다원도 많아요.
한국의 차 나무는 익산을 북방 한계선으로
남부 지방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산지별로 미묘한 차이들이 있어요.
함평 부루다원의 청차는
산뜻한 꽃 향과 청명함이 매력이고
보성 몽중산다원의 백차는
해풍이 만드는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이에요.
광주 삼애다원의 녹차와 홍차는
신비롭고 은은한 맛,
광주 한국제다의 황차는
다채로운 풍미와 달달한 향이 일품이죠.
Q. 호불호가 가장 적을 광주・전남의 차를 추천해 주신다면?
티 에디트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은 차를
좀 소개하고 싶은데요.
강진의 백운 옥판차를 먼저 추천하고 싶어요.
일전에 이한영 선생님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여하고 왔는데
특히 센 불에 덖어서 만든 '모차'가 저는 좋더라고요.
은은하고 다소곳한 한국차에
약간 탄 듯한 풍미를 넣었다고나 할까요?
순천의 모후실다원의 차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송광사 인근 산자락의
차밭에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차인데요.
허균 선생의 시문집에는
'작설차는 순천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
지금의 부안이다'라는 문구가 있어요.
물이 맑아서 그런지 청아한 매력이 강해요.
대용차도 많이 만드시는데
이곳에서 만드는 국화차를 추천드려요.
꽃향이 국화꽃보다 더 진한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안의 초의병차도
너무 좋아하는 차인데요.
전차와 떡차하면 장흥의 청태전을
먼저 떠올리시는데, 같은 흑차 계열이지만
청태전보다는 향긋한 단맛이 매력적이에요.
Q. 티 에디트의 메뉴명이 눈에 띄어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광주시민 모두가 사랑하는
무등산의 고산지대, 증심사 위쪽에는
약 16만 5천 제곱미터의
광활한 차밭이 펼쳐져 있어요.
축구장이 20개 정도 들어가는 정말 넓은 면적이죠.
그곳에서 채엽해 만든 차가 바로 춘설차에요.
1964년 의재로에 자리를 잡고 찻잎을 제다하신
운차 서양원 선생으로 출발하는 한국제다는
70년간 전승된 제다법으로
국내외 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계세요.
이 밖에도 보성의 몽중산다원의 백차,
나주 불회사의 비로약차, 무안 회산의 백련 등등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었던 차의 이름 앞에
다른 수식어보다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메뉴명에 다원이나 차의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와 네이밍을 하게 되었어요.
이 중에는 제가 직접 블렌딩한
‘바람재 산목련’과, ‘억새가득 장불재’
라는 차도 있는데요.
무등산의 사계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게 된 메뉴에요.
Q. 차도 유명하지만, 디저트도 무척 유명하더라고요! 디저트에 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저는 ‘티 푸드’라고 부르곤 하는데요.
차를 일상적으로 즐기게 해주는 것이
‘티 푸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지만 대개 여성분들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고 할 정도로
디저트를 보면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잖아요.
그런 열망을 담아 만든 메뉴가
‘다식 플래터’와 ‘티 에디트 박스’에요.
‘다식 플래터’는 1~2인용, 7가지 티 푸드를
‘티 에디트 박스’는 3~4인용, 10가지 티 푸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티 푸드 모음집’ 같은 디저트에요.
꼭 저희 매장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한국차를 즐기실 때는 건정과류나
부각, 튀각류를 곁들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묵직한 흑차를 즐기실 때는
오미자 정과와 같이 산뜻한 다식을,
청아하고 맑은 백차나 청차에는
사과란이나 연근 튀각이 잘 어울려요.
꼭 한국적인 디저트만
한국차와 어울리는 것은 아니고
테린느나 비스코티와 같은 유럽의 디저트를
차와 페어링 하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Q. ‘차’ ‘다도’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어렵다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차에 좀 더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다도’ 혹은 ‘다례’라고 일컫는
차를 마실 때 지켜야 하는 형식을
사실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차를 일상적으로 즐기기 어렵게 만들거든요.
내가 편한 자리에서 내가 편리한 방식으로
차를 즐기면 그만이죠.
저 또한 휴대용 다기 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일상적으로 차를 마시곤 해요.
더불어 차의 등급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취향에 집중하는 걸 추천해요.
차를 쉽게 마시지 못하는데
어떻게 차의 등급을 구분할 수 있겠어요.
차를 편하게 마시며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시는 과정에 차밭 투어 프로그램이나
차를 직접 제다해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지역의 차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광주에 남아있는 유산은 선별하고 수집하면서,
새로운 지역의 취향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커피나 술과 다르게
차는 문화적인 복합성이 많은 소재에요.
음악과 향, 티 웨어의 질감, 찻잎의 형태 등을
차를 마시면서 함께 즐길 수 있죠.
이곳에 남은 감도 높은 차 문화와
예술가들의 혼과 같이 사라져가는 유산을
동시대의 소재들과 접목하고 싶어요.
한국차는 그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접점이라고 생각해요.
Q. 티 에디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남길 바라나요?
저는 티 에디트가 식음료를 판매하는
단순한 카페에 머무르지 않고
이 공간이 스스로 힘을 갖기를 원했어요.
때문에 60년 된 한옥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깊이를 오롯이 담고 싶었기에
공간과 콘텐츠 기획에 모두 참여했어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흔적을 없애기보다는
공간에 맞게 재구성하고
정원 또한 널찍하게 자리해
한옥이 멀리서도 온전히 잘 보이는 특징을
살리고자 노력했어요.
손님들이 마루에 걸터앉기도,
정원을 거닐기도 하면서
개방감을 느꼈으면 했고요.
음료와 티 푸드 개발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며 ‘의재로 로컬 페이퍼’라는
오늘도 이 지역에서 차를 만드는 분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죠.
이 모든 것은 공간이 스스로
힘을 갖기를 원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공간 곳곳의 요소들로
제가 티 에디트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또
기획자의 언어가 아닌
탐방자의 언어로 재해석되는
그런 공간으로 기억되고 남기를 원해요.
티 에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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