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전
시간을 감싸 안는 지혜의 공간 죽림사
한 발, 또 한 발.
진초록의 오월이 짙어질수록 마음은 묘하게 고요한 것을 찾아 헤맵니다.
그렇게 어느 날, 아카시아 향기를 따라 도착한 곳은
유봉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죽림사였습니다.
봉황이 머물던 땅, 유봉산의 품에 안기다
죽림사가 자리한 유봉산(遊鳳山)은 이름부터 운치가 남다릅니다.
“봉황이 와서 쉬어갔다”는 전설을 품은 이 산은,
금호강의 두 지류인 자호천과 고현천이 만나는 곳 오른편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240.6m의 아담한 높이지만,
그 품은 아늑하고 깊어 단단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동쪽은 금호강을 따라 가파르게 깎여 내려가고,
서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푸근하게 사람을 품어줍니다.
죽림사는 바로 그 서쪽 계곡, 햇살과 바람이 여유롭게 흐르는 자리에 고요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선 국사의 창건, 전란에도 꺼지지 않은 불심의 등불
죽림사의 역사는 신라 헌안왕 원년(8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풍수지리의 대가로 불리는 도선 국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의 말사로
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불심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거센 풍랑 속에서도
때론 전란에 소실되고, 때론 핍박 속에 폐사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죽림사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불사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며, 오늘도 참배객을 조용히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월의 빛과 오색등이 어우러지는 산사 풍경
절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적당히 숨이 차오를 만큼,
그러나 무겁지 않은 길입니다.
그 길 위로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진녹의 산빛과 어우러져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문장(文章)처럼 풍경을 수놓고 있습니다.
입구에 우뚝 선 2층 누각 보화루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극락보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앞에는 2003년, 미얀마에서 기증받은 불사리를 모신 삼층석탑이 세워져
참배객들의 마음을 향기로 가득 채웁니다.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라” – 동자상의 가르침
극락보전 앞에는
세상을 등진 듯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막은 동자상이 있습니다.
이 소박한 조형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악한 것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깊은 불교적 가르침을 전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조용한 울림을 줍니다.
고려 철불의 위엄, 죽림사 철조여래좌상
죽림사의 자랑 중 하나는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조여래좌상입니다.
높이 133cm, 무릎 너비 100cm에 달하는 이 철불은
웅장하면서도 온화한 미소로 중생을 감싸 안고 있으며,
그 자태만으로도 오랜 세월을 초월한 신비로움과 경건함을 전합니다.
안타깝게도 방문 당일엔 참배객이 많아 사진을 담지 못했지만,
기억 속에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5월, 사랑과 사색의 계절에 머무를 곳
5월은 사랑과 감사, 그리고 사색의 계절입니다.
부모님과 아이들, 스승님, 배우자와 함께
삶의 고마움을 나누고 싶을 때,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런 고요한 산사를 찾는다면 어떨까요?
햇살도, 바람도, 바람결의 연등도 모두
우리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합니다.
시간을 감싸 안는 지혜의 공간
말없이 전하는 가르침,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이야기,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절집의 고요한 품.
그리고 잊고 있었던 내 마음에게
잠시라도 쉼표 하나를 선물하고 싶다면
죽림사에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죽림사
위 치; 영천시 금호읍 죽방길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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