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바다, 물길 따라 흩어져 있는

부산 역사 문화유산

그 내력과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는 온라인 답사기

「부산 물길 역사의 발자취 찾아서」

마지막, 열한 번째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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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품, 시의 길 마음의 물길이

강처럼 흘러 바다가 되는 곳"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11 코스

낙동강 대저둑방 시화길 ▶ 금수현 「그네」 노래비

▶ 이은상 「낙동강」 시비 ▶ 배재황 「오막살이」 시비

▶ 「故鄕길」시비와 조정환·이수강 독립지사 기념비

▶ 조지훈 「완화삼」과 박목월 「나그네」 시비

▶ 이주홍 「엄마의 품」 시비 ▶ 을숙도 하구와「모래톱 이야기」 표지석



코스 11ㅣ강의 품,

시의 길 마음의 물길이

강처럼 흘러 바다가 되는 곳

강의 역사와 문화는 노래로 불리고 문학으로 기록돼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경북 상주에서부터 부산의 을숙도 하구까지 이어지는 낙동강의 도저한 흐름은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던 대상이자 소재였

다. 장구한 역사의 흐름이 기록된 부산의 강을 따라 걸어보자.

시심(詩心)이 피어나는

강둑을 따라

부산에 ‘시화길’이 있다고? 대저둑방 시화길에서 만나자

1.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 안내문 2. 지역 문인들 시화 3.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 입구 표지

낙동강의 물길을 따라 부산의 역사와 문학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부산광역시 강서구의 대저둑방이다. 도시철도 3호선 강서구청역에서 내려 구포대교 방향으로 10분 남짓 걸어가면 ‘대저둑방 시화길’을 만날 수 있다. 시화길이 있는 곳의 정식 명칭은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이다. 봄이면 벚꽃, 가을이면 단풍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에 부산 사람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산책 코스이다.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은 낙동강 제방의 공원화를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이곳에는 한 개의 노래비와 여섯 개의 시비가 있다. 강서구청에 따르면, “낙동강 제방을 시민공원화하여 산책인들에게 정서 함양과 향토애를 고취하기 위해 1992년 강서구에서는 조경으로 철쭉동산 등을 조성하고 시비를 건립하였다"라고 한다.

1992년 2월에 금수현의 노래비와 이은상의 시비가 건립되었으며, 같은 해 7월과 8월에 배재황 시비, 조지훈과 박목월 시비, 이주홍 시비가 차례대로 세워졌다. 강서구는 동향 출신 예술인과 낙동강을 노래한 작품을 발굴하여 벚꽃길을 산책하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강의 물길을 따라 문학과 역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금수현의 「그네」를 타고

음악의 세계로

음악의 선율을 통해 세상사 근심을 털어내고

금수현 「그네」 노래비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을 걷다 보면 금수현의 노래비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금수현(1919∼1992)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19년 지금의 부산광역시 강서구에 해당하는 김해의 대저면 사덕리에서 태어났으며, 부산제2상업학교와 일본 동양음악학교에서 공부했다.

1942년 동래고등여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며 창작과 교육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경남공립고등여학교 교감을 거쳐 1953년 경남여자중학교 교장, 1956년 통영고등학교 교장으로 교편을 잡기도 했다. 특히 1957년 문교부 편수관으로 근무하면서 검인정 음악교과서 『남녀중학교용 새 음악교본』, 『남녀고등학교용 새 고등음악』 등을 저술하여 음악교육에 크게 기여하였다.

금수현은 소설가 김말봉의 딸 전혜금과 혼인했으며, 이 인연은 “세모시 옥색치마”로 시작하는 가곡 「그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곡은 음악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가곡 작품으로는 「그네」를 비롯하여 「파도」, 「꽃으로 그린 그림」, 「정자나무」, 「눈 오는 소리」, 「파랑새」, 「완화삼」, 「구름」 등이 있다.

이은상의 「낙동강」,

슬픈 현대사의 파고

낙동강, 유구한 역사와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이은상 「낙동강」 시비

금수현의 노래비 「그네」에서 15분 남짓을 걸어가면 이은상 시비 「낙동강」이 나온다. 노산 이은상 시인(1903~1982)은 1903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났으며 창신학교와 경성의 연희전문에서 공부했다. 1923년 자신이 졸업한 창신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도일하여 와세다[早稻田]대학과 동양문고에서 문학을 연구했다.

1928년 귀국 후 『신생』, 『신가정』 등의 잡지를 편집했으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필 활동을 전개했다. 1920년대 계급주의 문학운동에 대응하여 조선의 전통적인 사상과 표현을 계승하는 시조부흥 운동을 주도했다. 1932년 『노산시조집』을 간행하면서 민족주의적 문학 사상의 토대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경에 체포되어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되었다. 해방 후 현재의 영남대학교 전신인 청구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82년 9월 작고하였으며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사후 1941년 친일 언론사에 발표한 ‘만주국 건국 축하 글’이 알려져 친일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보아라 가야 신라 빛나는 역사

흐른 듯 잠겨 있는 기나긴 강물

잊지마라 예서 자란 사나이들아

이 강물 네 혈관에 피가 된 줄을

오! 낙동강 낙동강

끊임없이 흐르는 전통의 낙동강

이은상, 「낙동강」 일부

배재황의 「오막살이」,

잊힌 독립운동가의 삶과 시

나라와 지역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꿈과 좌절

배재황 「오막살이」 시비

이은상의 「낙동강」 다음에 만나게 되는 시비는 배재황(1895~1966)의 「오막살이」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로 현재의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웅동면 대장리에서 태어났다.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에 건립되어 있는 시비가 대부분 이름 있는 문인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배재황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학술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갈 숲에 오막살이

찾을 이 그 누구랴

갈대 그린 그림폭을

窓에다 그려주는

그 달을 기다리노라

밤마다 잠 못 자네

窓에 그린 갈대그림

淸風아 흔들지마

그 위에 그린 새가

잠 깰까 염려된다

이 세상 온갖 근심

잊으려던 잠이니

배재황, 「오막살이」 전문

부산역사문화대전과 시비에 기록된 연보를 중심으로 배재황의 생애와 독립운동 업적을 정리하자면, 그는 경상남도 진해의 민족교육 기관이었던 개통학교와 계광학교에서 공부하였으며, 경성 청년학교 중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시경의 한글학교에서 국어학을 공부하였으며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계광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여성독립운동가인 김조이를 가르치기도 했다.

1919년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승려로 위장을 하고 서울에서 등사기를 구입하여 김해를 거쳐 진해로 넘어와 이두용의 집에서 계광학교 교사주기용, 허전 등과 함께 독립 선언서와 태극기를 만들고 1919년 4월 3일의 ‘웅동 독립 만세운동’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은상의 「故鄕길」,

그리고 지역 출신 두 독립운동가

이은상 시비(時碑/是非)의 아이러니, 혹은 역사교육의 사유 공간

이은상 「故鄕길」 시비

금수현의 노래비로부터 시작한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의 대미를 장식할 시비와 현충시설이 있으니, 대저에 가장 먼저 건립된 이은상의 「故鄕길」과 조정환, 이수강 두 독립운동가의 구국기념비이다. 시비와 기념비는 30리에 이르는 둑방길이 1990년대 시민공원으로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강서구청의 기록에 따르면, 「故鄕길」 시비는 재(在)일본 경상남도 도민회에서 세운 것이다. 시비 뒷면을 보면 가나다순으로 협찬자의 이름을 기록해 두고 있는데, 그 많은 이름을 보니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타향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출향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너무 안타까운 것은 이은상 시인이 사후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강제징용 한국인들의 고향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故鄕길」 시비의 건립 배경을 생각한다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왼) 남강 조정환 선생 상 / (오) 이수강 선생 상

나의 일편단심은 조국의 해와 달 같은데

내 몸은 중국 땅에 묻히는구나

이제 인간사를 뿌리쳐 버리니

오늘 아침이 독립의 해로구나

心韓日月

白骨漢山川

卸却人間事

今朝獨立年

이 임종(臨終) 절구(絶句)를 남기고 남강 조정환은 소식이 끊어졌고, 대체로 만주의 조선인 대량학살 참변 때 희생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1980년 9월 외솔회에서 발간한 『나라사랑』 제36집은 기획 특집을 ‘남강조정환’으로 꾸렸으며, 이는 시민과 후학들에게 훌륭한 사료가 되고 있다. 남강 조정환에게는 1980년 독립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이, 1990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었다.

남강 조정환 선생을 특집으로 다룬 『나라사랑』

조정환의 생가터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미음동 1553-7이며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되었다. 1973년 선생을 추모하는 구국기적비 등이 건립되었으며, 이후 시민들에게 애국애족의 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남강공원이 조성되었다.

조지훈의 「완화삼」과 박목월의 「나그네」,

과잉 없는 우정

문학은 자연과 언어를 매개로 사람에 도달하는 길

조지훈 「완화삼」과 박목월 「나그네」 시비

오후 늦은 시간에 잘 어울리는 시가 있으니, 바로 조지훈(1920~1968)의 「완화삼」과 박목월(1915~1978)의 「나그네」이다. 조지훈은 1920년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적부터 한문을 수학했다. 혜화전문학교에서 공부했으며 1939년 『문장』지(誌)에 정지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해방 후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족적 정서와 전통 사상에 근거한 작품을 창작했다.

대표 시집으로 『풀잎 단장』, 『조지훈 시선』 등이 있으며, 「완화삼」을 비롯한 많은 작품이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박목월은 1915년 경상북도 경주 모량리에서 태어났으며 대구 계성중학교에서 공부했다. 1939년 조지훈과 마찬가지로 『문장』지에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으며, 해방 전후로 시와 동시 창작에 힘을 기울였다. 서라벌예술대학 강사와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동심, 자연, 동양의 미를 잘 표현한 작품이 알려져 있다. 대표 시집으로 『구름의 서정』, 『박목월 자선집』 등이 있다.

이주홍의 「엄마의 품」,

드러나지 않지만 빛나는 마음

한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 엄마와 닮은 강둑에 세워진 시비

이주홍 「엄마의 품」 시비

강서낙동강변 30리 벚꽃길에서 만날 수 있는 시비는 하나가 더 있다. 이주홍의 「엄마의 품」이다. 그러나 대저생태공원 관리사무소 입구에는 이주홍 시비에 대한 안내는 없다. 실제 시비의 순서는 「故鄕길」, 「완화삼」과 「나그네」, 그리고 이주홍의 「엄마의 품」이다.

대나무 모양에 걸려 있는 반달에 이주홍의 동시 「엄마의 품」이 새겨져 있다. 이주홍은 1906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 928~29년 동화와 소설을 발표하며 문필 활동을 시작으로 동화, 동시, 시,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마의 품」은 이주홍의 동시와 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어머니를 소재로 삼고 있으며, 모친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매우 충만하게 표현되어 있다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

낙동강의 파수꾼이 일러준 교훈

강이 바다에 이르는 마음으로 약한 이들의 삶에 귀 기울이는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 표지석

30리 벚꽃길에서 만날 수 있는 문학과 역사 문화유산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것은 낙동강 하구, 즉 을숙도에서 만날 수 있는 김정한의 유명한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소설가, 낙동강과 그 연안을 무대로 한국 근현대사의 모순과 아픔을 이야기해 온 작가가 바로 요산 김정한이다. 「모래톱 이야기」는 김정한 소설의 핵심 배경이 되는 낙동강 하구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2017년 을숙도에 표지석이 세워졌다.

특히, 「모래톱 이야기」에 등장하는 낙동강 하구의 ‘조마이섬’은 불안정하고 소외된 모래톱 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건우, 갈밭새 영감 등과 같은 흥미로운 캐릭터를 통해 그리는 동시에,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위정자와 유력자에 의해 자기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민초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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