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블로그 기자단 추미양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작품을 전시할 기회도 있어야 하고요. 송파구는 관내 거주 청년 예술가를 지원하고 지역 주민에게도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예술가 레지던시(Residency)인 ‘송파 청년아티스트센터(이하 아티스트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 시각예술인 10명이 공개 모집으로 선발되어 아티스트센터에 입주했는데, 입주 기간은 1년이고 올해는 2기입니다. 어떤 청년 예술인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을까요? 궁금증을 안고 아티스트센터를 방문해 회화의 조정수 작가와 조소의 남정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테이블과 식물에 집중하는 조정수 작가

한파가 몰아친 지난 10일, 조정수 작가(28세)를 만나기 위해 3층 작업실로 올라갔습니다. 작업실은 네 평 규모인데 창문이 둘 있고 햇살도 깊숙이 스며들어 따스합니다. 뜨거운 커피잔에 손과 입술을 녹인 뒤 둘러보니 테이블 위 화분과 꽃이 인사를 건넵니다.

Q. 작업실이 아늑하고 깨끗해 보이네요.

“2년 전에 리모델링한 건물이고 볕이 잘 들어 제 맘에 꼭 듭니다. 처음에는 작업실 문이 없는 개방 구조라 당황했지만 같은 층에 입주한 동료 화가들과 수시로 교류할 수 있어 좋네요. 이곳에 입주하면서 지난달까지 내던 작업실 월세를 아끼게 되었어요. 집에서 가까워 이동 시간도 줄어들고요. 가장 좋은 점은 나만의 작업 공간을 갖게 된 것이죠.”

Q. 지원 자격과 합격 비결은?

“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웹 사이트에서 2기 입주 작가 모집공고를 보았는데 공고일 기준으로 송파구에 주소를 둔 거주자이고, 19세 이상 39세 이하여야 지원 가능하더군요. 10명(팀)만 선발하는 것이라 경쟁이 치열했는데, 제가 꾸준히 작업한 ‘테이블 위 사물’ 시리즈 작품과 국내외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Q. 2기 입주 보고전의 ‘오늘들’이란 작품이 시리즈 작품인가요?

“맞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꽃이 시들고 떨어지듯 변하는 사물의 모습을 테이블 위의 배치해 화폭에 담았어요. 작품명인 ‘오늘들’은 ‘오늘’과 의미가 다릅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오늘이 합쳐져 ‘오늘들’이 된 것이에요. 매일매일 변하는 오늘의 기억이 담겼죠. 제 작업실 벽에 걸어놓은 화분 그림은 식물 시리즈 중 하나에요.”

Q. 국내외 활동도 활발히 했나 봅니다.

“2020년 송파구 문정동의 ‘옥상팩토리’에서 첫 개인전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11월 23일부터 12월 6일까지 ‘오늘들’을 주제로 용산구에 있는 갤러리 ‘라이트’에서 개인전을 했고요.”

“해외 활동으로는 밀라노의 아티스트 레지던시(Artist Residency)에서 3개월 동안 지내면서 작품 활동을 한 것이에요. 18명을 선정했는데 우리나라 작가는 저뿐이었고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여러 나라에서 참가했어요. 2층 숙소에서 개방형 작업실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와 그림을 그렸고 그 결과 보고를 단체전 형태로 했어요. 제 작품이 선택돼 이 기관이 소장하는 영광도 안았죠. 2022년에는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베를린에서 1년 동안 활동했습니다.”

Q. 입주작가로서 1년 동안의 활동 계획은?

“입주작가는 아티스트센터에서 개인전을 한번씩 해야 합니다. 테이블 시리즈와 식물 시리즈 그림을 계속 그려 준비하려고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월 2회 기획 진행해야 하는데요, 저는 정물화와 초상화 그리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화가의 꿈은 당연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에요. 요즘 제 작품이 판매되고 있어 경제적 독립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티스트센터에서 제공하는 작업실과 매달 주시는 창작지원금 50만 원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조소부터 회화까지, 활동 영역이 넓은 남정근 작가

입주작가 중 유일한 조소(彫塑) 전공자는 남정근(39세) 작가입니다. 2층 작업실에 들어서니 공간이 좁아 보일 정도로 인체를 조각한 작품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작가님의 강하면서도 시크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Q. 작업실에 조각 작품이 많습니다.

“창가에 있는 작품은 제가 좋아했던 고 장국영 배우의 흉상이고요, 제 뒤에 있는 백색 흉상은 소금으로 만든 것입니다. 소금은 부패를 막는 성질이 있어 부정(不正)도 물리칠 힘이 있다고 생각해 소재로 사용했죠. 저는 인체 조각을 베이스로 하는 작가인데 몇 년 전부터 드로잉(drawing) 같은 평면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벽에 걸린 얼룩말 그림도 제가 그린 것이에요. 1년 동안 80시간 이상을 이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을 해야 하는데 깔끔하고 집에서도 가까워 아주 만족합니다.”

Q. 조각 작품 위에도 그림을 그리셨네요.

“석고로 만든 하얀 조각품에 연필로 선을 미세하게 그어 얼굴 모습을 구체화했죠. 조각과 드로잉을 결합한 것인데 재미난 시도죠. 얼굴에 석고 팩을 한 뒤 굳으면 떼어내 그 위에 자기 얼굴을 연필로 그려 넣는 작업도 할 수 있어요. 가면처럼요.”

Q. 지금까지 해온 활동 중 몇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2020년에 노인 관련 커뮤니티 사업을 송파구에서 했어요. 어르신들의 삶 이야기를 듣고 예술로 시각화하는 작업이었죠. 이 작업을 올해도 계속하고 싶어 청년아티스트센터 2기 입주작가 모집에 지원했습니다.”

“2019년에 방영된 ‘SBS 스페셜’의 주인공인 사회운동가 김용현 님의 조각 두 점도 주문받아 제작했습니다. 민주화 운동 당시의 고문 후유증으로 자연 속에서 살다가 결국 우측 반신마비와 언어 장애로 요양원에 계시죠. 신문과 잡지에 실린 김용현 님의 기사를 오려서 석고상에 붙이는 콜라주(collage) 작업을 해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2023년에는 SBS 창사특집 ‘고래와 나’ 제작에 참여해 자개를 사용한 아트 디자인 작업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영화로도 개봉됐지요.

Q. 작품이 많을 것 같은데, 어디에 보관하시나요?

“회화 작품과 달리 부피가 커서 여러 곳에 분산 보관 중입니다. 부모님 댁에도 일부 맡겨놨고요, 시골에 있는 조부모님 산소에 갈 때마다 인근 땅에 설치한 컨테이너에 가져다 놓습니다. 파손의 위험이 있어 안전한 곳에 모셔다 놓죠. 작업 공간과 작품 보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늘 고민입니다.”

Q. 2기 입주 보고전에 전시한 ‘안녕 2024’ 작품도 꽤 크던데요.

“제 키와 비슷하죠? 제 친구를 모델로 작업한 휴먼 스태츄(Human Statue)인데 ‘인간 동상’이라고도 부릅니다. 유럽의 관광 명소나 광장에 가면 이런 모습으로 퍼포먼스(performance)를 보여 주는 길거리 예술가를 볼 수 있죠. 마네킹처럼 분장하고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면서 관심을 끌어 팁을 유도하죠. 이런 행위 예술은 신체 자체를 통해 사회적 이슈 등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올해 1년 동안 휴먼 스태츄 연작(連作)을 5개 제작하려고 합니다.”

Q. 지역 주민을 위해 구상 중인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초상화로 그리는 강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얼굴에 집중하는 시간이라 명상 효과도 있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면서 스토리텔링을 예술로 푸는 프로그램도 하고 싶습니다.”

Q. 향후 계획이 있으신가요?

“40대 전후로 작품 활동을 중단한 분들이 제 주변에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이죠. 저는 거창한 꿈을 꾸진 않아요. 생활예술인으로 살아가고 싶죠. 모교인 선화예중에서 9년째 미술 강사로 일하고 있고 미술학원에서 학생들도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 가족을 위해 이 일은 계속할 겁니다. 꾸역꾸역 버티면서 제가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 2기 입주 보고전 :ROOTS

두 작가님의 인터뷰를 마치고 지하 1층 아트스페이스에 마련된 전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회화 7명, 퍼포먼스 1명, 설치 1명, 조소 1명의 청년 예술인 작품을 2월 8일(토)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ROOTS> 전시는 ‘작가들의 예술적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그 뿌리가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전시장을 방문하여 청년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 세계를 직접 감상하시길 바라면서 10명의 작가 작품을 사진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 안지혜 : Neighbors > < 강연수 : 마음의 창 >

< 조정수 : 오늘들 > < 장연지 : emtiness >

< 공예나 : 2004, ringing, 탁상시계 >

<좌로부터 양다희: Cafe scene / 남정근: 안녕 2024 / 임종연: 집에 대한 감상문 >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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