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전
태백 자작나무숲, 지지리골 맨발 걷기길
3월 23일, 아침 8시.
유난히 맑고 투명한 공기가 창문 너머로 들어왔다.
뭔가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쌓여 있었지만,
오늘은 그런 하루로 남기기 싫었다.
황지초등학교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베란다 밖을 보다가 문득,
‘오늘은 걷자.’ 마음을 정했다.
목적지는 태백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아침 산책으로 조용하게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 다다르니 ‘자작나무 숲’이라는 표지판이
차분하게 이곳이 맞다고 알려준다.
겨울을 지나 이제 막 피어날 준비를 하는
나무들의 숨결이 길 가장자리에 스며 있다.
길은 한산했고,
햇살은 따뜻했으며,
공기는 깨끗했다.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발 걷기 체험장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과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운동화와 양말을 벗었다.
포근한 흙과 나무결이 발바닥을 맞이해준다.
숲속에는 누군가 정성껏 걸어둔 나무 액자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림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내가 자연 안에 서 있는 건지,
자연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건지,
경계가 흐려진다.
길은 평탄하다.
양옆으로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번갈아 서 있고,
하늘은 가지 사이로 반짝인다.
발걸음을 멈출 이유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냥 천천히,
발바닥에 집중하며 걷는다.
탄탄대로.
이 길의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탄광지역의 삶과 생태를 잇는 길’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오늘 나에겐 그보다도
‘탄탄한 내 마음을 다시 다지는 길’로 느껴졌다.
중간 쉼터에 도착해 벤치에 앉았다.
햇살은 등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나무그늘은 눈부심을 막아준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바삭한 낙엽 위를 맨발로 밟으니
땅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겨울과 봄 사이,
그 경계 위에서
나는 오늘 조금 더 단단해진다.
마지막 구간,
눈이 녹지 않은 3월이라
발바닥이 시렵다 못해 아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고통이 불편하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증거 같아서,
더 오래 걷고 싶었다.
지지리골 맨발 걷기길은
자연과 함께 걷는 길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마주하는 길이기도 했다.
걸음마다 생각이 정리되고,
발바닥마다 감정이 씻겨나갔다.
이건 단순한 맨발 걷기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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