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겨울 진객인 떼까마귀가 3월이면 몽골, 시베리아 둥지로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떼까마귀는 매년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태화강 대숲을 보금자리로 겨울을 보내는 철새입니다.

떼까마귀는 동물 사체를 먹는 큰부리까마귀와 달리 곡류를 먹어 환경부 지정 유해조수로 분류돼 있습니다.

울산에선 ‘생태 복원’을 의미해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 철새, 장엄한 떼까마귀의 군무를 포스팅합니다.

떼까마귀 군무를 관찰하기 위하여 해 질 무렵에 철새홍보관 5층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해가 기울어 어두워지자 약속이나 한 듯이 울산 근교에서 먹이를 구하던 떼까마귀가 무리로 귀가를 시작했습니다.

낮에 남산에서 바라본 떼까마귀들의 둥지이자 보금자리인 태화강 십리대숲 풍경은 절경이었습니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국내 떼까마귀의 60%가 찾는 국내 최대 월동지입니다.

12만 5,000㎡에 걸쳐 무성하게 자라 겨울에는 따뜻하며 천적인 수리부엉이나 매 등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해 질 무렵 태화강 대나무 숲 인근 하늘은 떼까마귀가 펼치는 군무로 장관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철새가 잠을 자기 위하여 이곳 대숲을 찾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대장 떼까마귀의 지휘에 따라 차례대로 질서를 지키며 일사불란하게 전봇대에 앉는 광경이 참으로 장엄했습니다.

어쩌면 첩보병 까마귀가 보금자리로 먼저 가서 동정을 살펴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에 둥지로 들어갈 태세입니다.

머리 위에서 펼쳐지는 떼까마귀들의 모습에 황홀경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웅비하고 장엄한 광경은 없지 싶었습니다.

1962년 산업수도로 지정된 이후에는 공업폐수에 오염되고 관리 소홀로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 변했습니다.

90년대만 해도 산성비와 스모그 등 공해의 피해를 겪었고, 생태가 파괴된 태화강에 철새들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태화강 복원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강이 1급수가 되면서 먹거리가 풍부해지자 철새들이 매년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지능이 뛰어난 떼까마귀 들은 한 번 왔던 곳이 좋으면 다시 찾는 습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1999년경부터 떼까마귀가 출몰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개체 수는 2012년 기준으로 약 5만 마리 수준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반도를 찾는 떼까마귀 수는 1만 마리 정도였으나, 2020년에는 무려 12만 마리를 넘겼습니다.

떼까마귀는 48~52cm까지 자라며. 부리가 짧고 강해 먹이는 나무 열매나 벌레나 육식도 먹어 치웁니다.

둥지는 높은 나무, 절벽, 송전탑이나 오래된 건물 등 다양하지만 가끔 땅 위에 짓기도 합니다.

번식기는 2~3월에 파랗거나 녹색 알을 낳습니다. 암컷이 18~20일 동안 혼자 품고 수컷이 먹이를 가져다줍니다.

까치, 앵무새와 함께 까마귀는 사람 다음으로 지능이 높고, 훈련을 받은 까마귀는 6~7세 아이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사회성이 발달해 자신들만의 사회를 형성합니다. 까마귀들끼리 벌이는 재판을 '까마귀 집회'라고 부릅니다.

공터에 까마귀들이 모여 한두 마리를 공격해서 쫓아내거나 죽이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이 재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에게 사냥감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포식자에게는 시체로 곳에 안내해 사냥이 끝나면 남은 것을 먹기도 합니다.

까마귀의 부리로는 사냥감의 두꺼운 가죽을 찢기 어렵기 때문에 맹수나 맹금류와 협력하는 것입니다.

매년 대규모로 찾아오는 떼까마귀가 태화강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2019년부터는 한밤중과 새벽에도 까마귀들이 나와서 소음을 발생시켰습니다.

밤은 물론 새벽 무렵에도 한 번씩 떼 지어 나와 점호를 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나 원성으로 변했습니다.

배설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원성은 관청으로 향했고 관민이 동시에 골머리를 앓으며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울산은 십리대숲이 있고, 그곳에서 떼까마귀들이 겨울을 나기 때문에 피해가 타 도시에 비해서 덜했습니다.

약 10만 마리에 가까운 까마귀 떼와 6개월가량 공존해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크나큰 시련이었습니다.

울산은 떼까마귀에 대한 끊이지 않은 민원에도 불구하고 공존의 길을 택했습니다. 주민들과 윈윈(Win-Win) 하는 태화강 생태 조성 사업을 벌여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철새홍보관을 짓고 삼호 철새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벌이며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타 지역에서는 2016년 이후 단속에 나섰고 포획한 것과는 대조적인 대응을 한 것입니다. 삼호대숲 하늘을 까맣게 덮는 장면, 노을과 떼까마귀 군무를 관광상품으로 만든 것입니다.

울음은 쉰 듯한 '까악 까악'과 '아악 아악'이 섞인 소리여서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훈련 시키면 사람의 발음도 가능합니다.

까마귀는 철새 도래지에서는 집단 방어 행동을 하는데 조류의 모빙(mobbing)이라 합니다.

라이벌이자 적이기도 한 까치와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맹금류 공격할 때는 서로 협력합니다.

조직의 습성을 잘 알고 있어 대장 까마귀를 중심으로 무리로 모여듭니다. 대장 까마귀는 이끌되 군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떼까마귀는 사람들과 친밀해 먹이 사슬로 취하기 좋거나 쉬기 적합한 환경이면 계속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울산시 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국가 철새연구센터와 함께 울산을 찾은 떼까마귀에 위치 추적 발신기를 부착했습니다.

추적 결과, 3월 울산을 떠나 중국 헤이룽장성과 러시아 아무르주 일대에서 여름을 보내며 번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몽골 야생동물 보전센터와도 협력해 몽골의 떼까마귀에도 위치 추적 발신기를 붙였습니다.

7월 몽골에 있던 떼까마귀 2마리는 가을 우리나라 내륙을 거쳐, 일본 규슈에서 월동했습니다.

수원, 화성 등에는 매년 2만 ~ 4만 마리, 김제에 7만 마리, 울산에는 7만~10만 마리가 도래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울산을 찾는 철새의 수와 종류는 해마다 증가 추세였으나 최근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주거 공간이 줄어들어 도심이 매력적인 잠자리가 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울산은 2021년 5월 국제 철새 이동 경로 사이트(FNS · Flyway Network Site)에 등재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도심 하천이 등재된 건 처음입니다.

EAAF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이며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보존을 위해 국제기구입니다.

40여 개 정부, 국제 비정부기구(NGO) 파트너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제 철새 도시 울산의 상징이 된 겨울철 진객인 떼까마귀와 함께 공존하는 일은 울산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생명의 강' 태화강과 더불어 약 6개월 동안 함께했던 떼까마귀가 내년에 다시 귀환하기를 기원합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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