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전
군산 구도심 월명동 독립서점
군산 구도심 독립서점
월명동
그래픽숍, 마리서사
군산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이자, 그 시대에 맞섰던 시민들의
저항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특히 구도심을 거닐다 보면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과거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익히 알려진 관광지이지만,
이번에는 책과 감성이 어우러진 독립서점들을
따라가는 조용한 산책을 떠났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월명동 옆 영화동에 위치한
'그래픽숍'이었습니다.
디자인과 건축, 예술과 대중문화 등 조금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분야의 책들이 가득한
아트북 전문 서점입니다.
시각문화 저널 ‘GRAPHIC’를 발행하는
편집장이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공간 자체가 주는
느낌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진
적산가옥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어요.
책장에 꽂힌 책들도 마치 전시된
예술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곳에서는 군산 구도심 상점 580여 곳의
위치와 정보를 담은 지도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데, 한 장의 지도에 지역의 역사, 건축, 상점
정보가 알차게 담겨 있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 도구가 되어줍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월명동 중심부에 있는
‘마리서사’였습니다. 군산 최초로 참고서 없이
운영된 진짜 책방입니다. 이 서점의 이름은
시인 박인환이 젊은 시절 종로에서 운영했던
서점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온 게 아니라, 그 시절의 감성
과 분위기를 재해석해 공간에 녹여냈습니다.
이곳 역시 오래된 적산가옥에 자리 잡고 있어,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공간 자체가 문학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마리서사에서는 근현대사 관련 책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서점이 자리한 공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아픈 역사의 현장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뜻 깊은 활동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는 ‘봄소녀상’ 뱃지를
판매하고 있었고, 수익금 전액을 정의기억재단
에 기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문학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만한 책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 회원들이 추천하는 책 리스트에는
‘츠바키 문구점’, ‘너무 시끄러운 고독’, ‘스토너’,
‘섬에 있는 서점’, ‘시선으로부터,’
같은 작품들이 있었고, 그중 몇 권은 저도
좋아하는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마리서사는 군산시립도서관과 협약을 맺어,
주민들이 서점에서 직접 책을 빌릴 수 있는
‘희망도서 바로대출’ 제도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과 동네서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제도입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월명동을 걸었지만, 책방을
찾아다니며 다시 걷는 골목길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같은 거리를 걷더라도,
무엇을 바라보며 걷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서점은
‘심리서점 쓰담’이었습니다.
이곳은 심리학을 주제로 한 책들을 중심으로
큐레이션한 서점이자 북카페입니다.
서점 주인이 심리상담사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공간 곳곳에 마음을 위한
장치들이 있었습니다.
방명록은 물론,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노트,
자기 자신에게 쓰는 엽서 등, 책과 사람
사이에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점 안에는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공간도 있었고, 책을 사지 않아도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다양한 소품과 문구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여행의 기념으로 작은 물건을 사가기에도
좋았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까운 관계에 대한 거리’라는 주제로
네 권의 심리학 도서를 소개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가 가장 깊다는 말처럼,
그런 관계 속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를 돌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군산의 구도심에서 만난 세 곳의 독립서점은
각각의 색깔과 철학이 뚜렷했고, 그래서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남아 있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서점을
하나씩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책 한 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의미를 느끼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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