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전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의 기억,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에서 마주한 평화의 의미
봄바람이 살랑이는 어느 날, 경북 영천을 여행하던 중 조용히 마음을 울리는 공간 하나를 만났어요.
바로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 화려한 관광지처럼 북적이지도 않고,
소문난 핫플처럼 SNS 피드를 가득 채우진 않지만, 그곳에서 보낸 몇 시간은 유난히 깊고 특별하게 남았답니다.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땅,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피어난 평화의 정원. 오늘은 이곳에서 느낀 작지만 묵직한 감동을 전해볼게요.
공원의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우뚝 솟은 기념탑과 그 주변을 둘러싼 전투 조형물들이에요.
멀리서 봤을 땐 단순히 조형미를 강조한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모습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총검을 쥔 병사의 모습, 긴박하게 뛰는 의무병, 무너진 건물 뒤에서 서로를 부축하는 전우들.
하나하나의 형상이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정지된 전쟁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어르신들, 그리고 조용한 산책을 원하는 연인들까지 다양하게 찾아오는 이유가 분명 있더라고요.
아이들은 넓은 잔디밭을 뛰놀고, 어른들은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역사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섞여 있는 그 장면이 참 인상 깊었어요.
작은 언덕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탁 트인 공원과 함께 거대한 태극기,
그리고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라는 이름이 새겨진 기념 조형물이 눈에 들어와요.
순간, 마음이 뭉클. 이곳은 6.25전쟁 당시, 영천 일대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를 기리고자 조성된 전쟁 기념공원입니다.
한국전쟁의 향방을 좌우했던 영천전투의 역사가 이 작은 공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그리고 놀라운 건, 이 모든 역사의 중심에 영천이라는 도시가 있었다는 사실.
솔직히 영천하면 대중적으로 떠오르는 건 와인이나 별빛마을 같은 낭만적인 이미지잖아요.
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이 도시의 뿌리에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했던 치열한 전투와
수많은 희생의 기억이 스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영천전투는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고,
대한민국의 생존을 건 결정적 순간이기도 했다고 해요. 이 작은 도시가, 그때 나라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던 거죠.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마치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던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그날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역사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이곳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기억의 벽이라 불리는 공간이었는데요.
희생된 군인들의 이름과 전투 기록이 새겨진 그 벽 앞에 서니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수많은 이름들, 그 하나하나가 가족이었고, 친구였으며,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였을 사람들.
이름만 남은 그들이, 이 조용한 공간에서 지금도 묵묵히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듯했어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그들이 지켜낸 평화 위에 놓여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곳은 단지 과거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지금,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살고 있나요?
이 질문에 잠시 멈춰 서서 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순간. 바로 그게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의 진짜 힘이자 존재의 이유 아닐까요?
이곳을 방문하면서 참 좋았던 건, 나만의 속도로 찬찬히 걷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무언가를 보고, 먹고, 인증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도 물론 즐겁지만,
때로는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는 그런 시간을 위한 공간이었어요.
기념관 앞 벤치에 앉아 있으면, 바람 소리 사이로 전쟁 영웅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어요.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는 그냥 주어진 게 아니구나.
누구나 한 번쯤은 되새겨야 할 진실이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제 마음을 두드렸죠.
작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공간에서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는 첫눈에 반할 만큼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곳은 아니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예쁜 포토존도,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열기를 느낄 만한 분위기도 없었죠.
하지만, 조용한 이 공간이 내 마음속에 남긴 울림은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컸습니다.
단순히 지나간 과거를 박제해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곳이었어요.
그 메시지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마음에 말을 걸어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고요.
사실 처음엔 잠깐 들렀다 가려 했던 곳이었는데, 어느새 한참이나 머물며 걷고, 보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보내다 보니,이곳은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감사함을 되새기는 힐링의 장소가 되어 있더라고요.
혼자 와도 좋고, 가족과 함께 와도 좋고, 연인과 산책하듯 둘러봐도 좋은 곳.
각자만의 속도로 걷기에도, 잠시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기기에도 완벽한 공간이었어요.
잔잔하게 흐르는 바람, 따스한 햇살, 그리고 그 속에 고요히 자리한 기념 조형물들까지.
모든 요소가 과하지 않고, 참 잘 어우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을 나서면서, 마음 한 켠엔 평화를 지켜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런 공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함께 남았어요.
때로는 아무도 몰랐던 골목 끝에서, 생각보다 더 큰 감동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는 그런 뜻깊은 여행의 순간을 선물해준, 나만 알고 싶은 조용한 명소였어요.
다음에 또 영천에 간다면, 이곳에 다시 들러 그날의 바람과 하늘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네요.
- 위치: 경상북도 영천시 교촌동 11-33
- 이용 시간: 3~10월 매일 10:00~18:00
11~2월 매일 10:00~17:00
- 무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 입장료: 무료
- 주차: 공원 내 주차 공간 확보 (단, 주말에는 다소 혼잡할 수 있음)
- 추천 방문 대상: 역사에 관심 있는 어른, 조용한 산책을 원하는 여행자, 가족 단위 방문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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