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시간 전
문학이 머무는 숲속의 쉼표, 한국시집박물관에서 만난 따뜻한 시간 [인제 가볼만한곳]
🚩인제 가볼만한곳
문학이 머무는 숲속의 쉼표, 한국시집박물관에서 만난 따뜻한 시간
강원도 인제군 북면, 깊은 산과 맑은 계곡이 만나는 용대리. 그 안쪽에 인제 가볼만한곳 한국시집박물관이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백담사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한 이곳은, 고요한 자작나무 숲 속에 자리해 있어 도착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자연스레 차분해지죠. 여행의 설렘보다는 ‘잠시 쉬어가도 좋겠구나’ 싶은 공간입니다.
한국시집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시집을 중심으로 구성된 문학 전문 박물관이에요. 2014년에 문을 연 이 공간은 10,000권이 넘는 시집을 소장하고 있고, 그중에는 한국 근현대 시문학의 귀중한 자료들이 시대 순으로 전시돼 있어요.
전시실에 들어서면, 차분한 조명 아래 시대별로 정돈된 책들과 시인의 얼굴이 나란히 걸려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초기 근대시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시문학의 흐름이 연대별로 구성되어 있어서,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흐름을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었어요. ‘시는 시대를 담는다’는 말처럼, 그 시대의 정서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들이 많았고, 전쟁과 분단, 산업화라는 한국의 격동기 속에서 어떻게 시가 변화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책을 진열해놓은 공간이 아니라, 하나하나 큐레이션된 문학 이야기였어요. 전시장마다 주제가 있어 예를 들면, 한 전시는 여성 시인들의 시집만 따로 전시되어 있었고, 다른 곳에는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들이 설명과 함께 놓여 있었어요.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시의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는 기분, 그 감정이 너무 새로웠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체험은 바로 ‘시 낭독’ 체험이었어요.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마이크 앞에서 직접 낭독하고,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 되어 있더라고요. 처음엔 살짝 쑥스러웠지만, 막상 시를 읽다 보니 어릴 적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잠시나마 내가 시인이 된 듯한 감정에 빠져들기도 했어요. 영상은 이메일로 받을 수도 있어 나만의 문학 여행 기록으로 남기기에도 좋았습니다.
전시실 한쪽에는 여전히 종이 냄새가 가득한 오래된 시집들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바랜 종이와 손글씨, 타자기로 쳐진 활자 하나하나가 이 공간을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머무는 박물관’으로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죠.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시 한 줄을 읽고 그대로 벤치에 앉아, 한동안 그 여운에 머무는 관람객도 꽤 많았어요.
실내 전시를 모두 둘러본 뒤, 문을 열고 바깥 산책로로 나오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자작나무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길에는 시비(詩碑)들이 조용히 놓여 있는데요. 나무 그늘 아래 놓인 시 한 구절, 그리고 주변의 자연이 어우러지며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시처럼 느껴졌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하니, 봄과 가을의 모습도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자연 속 시를 음미하는 기분은, 마치 시가 마음에 스며드는 듯했어요. 흙길을 밟으며 바람을 맞고,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이 참 단순해지고 맑아지더라고요. 소음이나 설명 없이 조용히 시를 마주하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깊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국시집박물관의 외관은 참 소박하면서도 정갈했어요. 건물 하나도 자연과 부딪히지 않게 지어진 듯한 모습이었고, 담벼락 하나, 창틀 하나까지도 자작나무 숲에 스며든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과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축이었어요.
돌아나오는 길, 다시금 정문 앞에서 천천히 숨을 골라봅니다. 시는 머무는 것이고, 읽는 것이며,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말을 걸어오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이곳에서 알게 되었어요.
인제 가볼만한곳 한국시집박물관은 ‘조용한 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공간입니다. 혼자여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은 문학 속 하루. 강원도 인제의 숲에서 그렇게 따뜻한 기억 하나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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